2007년 12월 21일 금요일

낙서


기록, originally uploaded by Ki-young Choi(최기영).

벽에 남겨진 낙서에 좋지 않은 이야기란 없다. 대상이 누가 되었든, 무슨 일에 대한 것이든 어떤 장소에 기록해 놓고 싶은 이야기들은 행복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지 좋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에 남겨진 낙서는 늘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낙서에 자주 등장하는 '바보' 라는 단어에도 친근함과 애정 이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란 쉽지 않다.

재미있는 사실은 깨끗한 벽에 처음으로 남겨진 낙서는 -아무리 사랑을 이야기 한다 하여도- 정말로 보기 흉하지만 이후 사람들에 의해 많은 이야기들이 덧대어진 낙서는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행복한 이야기들도 많은 이야기가 모여야 아름다워 진다. 그리고 정말로 많은 낙서가 모이면 그중 일부가 가슴아픈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 낙서는 보기 좋아진다.

산다는 것도 결국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리 가슴 깊이 아픔을 가로새긴 일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 그 위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덧대어 지면 그것은 결국 슬픔이 아닌, 그저 하나의 보기좋은 낙서가 될 뿐이다. 그 사람을 표현하는 거대한 낙서 말이다.

지금은 벽 한귀퉁이에 말줄임표를 찍으며 힘들어 하는 사람일지라도 먼 훗날에는 그 말줄임표를 어디에 찍었었는지 찾지 못해 곤란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산다는 건 결국, 하루하루 내 이야기로 낙서하는 것일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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