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3일 일요일

해 지는 풍경 - 익숙함에 대하여


seoul tower, originally uploaded by Ki-young Choi(최기영).


“어떤 날은 마흔세 번이나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보았어!”

- 생텍 쥐페리 '어린왕자' 中 -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셔터를 누른 곳이 아마도 서울타워가 보이는 이 장소일 것이다. 그저 해질 무렵에 5분만 걸어가면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내가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 된 그런 곳이다.

그런데 어느날 돌이켜 보니, 처음엔 그저 쉽게 접근이 된다는 이유로 자주 찾았던 이곳과,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질녘 하늘을 내가 무척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면 슬쩍 서쪽 하늘을 한번 살펴보곤 제법 볼만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외투를 입고 이곳을 찾아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30분도 넘게 바라보는 것이 그다지 생소한 일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점차 붉게 타오르는 해질녘 하늘보다 평범하게 어둠을 맞이하는 해질녘 하늘을 좋아하게 되었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은 너무나 강렬해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차분해 질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짙지 않게 하늘을 물들이는 날의 해넘이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아니, 어린왕자도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마흔 세번이나 반복해서 바라볼 수 있을리가 없었을 테니.

결국 남는 것은 강인함도, 강렬함도 아닌 평범한 것에 대한 익숙함이다.

사람 사이의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익숙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와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친구든, 연인이든 상관없이. 그렇게 본다면 시작은 열정으로 하되 유지는 익숙함으로 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내일은 간만에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 1박2일 일정으로 외출을 하게 될 것 같다. 한동안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지 못했었는데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마음에 드는 컷을 잡아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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