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1일 수요일

카메라 줄세우기

집에서 굴러다니는 카메라가 따져보니 제법 된다. 그렇다고 팔아 치울만한 카메라들이 많은 건 아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거라 팔 수 없는 카메라거나, 팔리지 않을 싸구려 카메라, 혹은 고장난 카메라들 뿐이니까. 생각난 김에 한번 리스트를 작성해 봤다.

1. Pentax KX



아버지께서 쓰시던 카메라로 1975년도에 생산된 녀석이다.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계기가 이 카메라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 나온 유일한 '물건'이 이 카메라였다. 그당시 노출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이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서 찍기 시작한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렌즈를 마운트 하지 않고도 거의 1kg 에 육박하는데 프라스틱 몸체에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서 무거운 요즘 DSLR들과 달리 심플한 구조에 몸체가 통짜 쇳덩어리라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고 못도 박을 수 있다.(해본 적은 없다. 이 글을 믿고 했다가 문제 생겨도 난 모른다. ㅡ_ㅡ) 지난 4년동안 내 주력기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고 있다. 최근엔 볼 수 없는 바늘식 노출계가 가장 큰 장점인데 노출계가 고장나 버리는 바람에 완전한 수동기가 되었다. 부품이 단종되어 버려서 노출계 부속들도 모두 수명이 오래된 것들이라 언제 고장날지 몰라 아예 수리를 하지 않고 노출은 내가 판단해서 맞추고 있다.

2. Kobica 35 BC-1



장인어른께서 쓰시던 카메라로 Pentax ME 가 입양되기 이전 아내의 주력기였다. 1976년도에 생산된 카메라인데 대한광학에서 만든 대한민국 최초의 자체 생산 카메라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우리집에 있는 유일한 렌즈셔터 방식의 RF카메라이다. 노출계는 없다. 가볍고 작다는 이유로 최근엔 내가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다.

3. Pentax ME



노출계가 아예 없는 BC-1 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 아내가 측광이 되는 SLR을 하나 영입하고 싶어해서 구입한 카메라다. 작고 가벼운 무게와 조리개 우선 모드 지원으로 인해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멋진 기종이다. K마운트를 쓰기 때문에 내 K렌즈들을 공유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내가 요즘 찍는 모든 사진들은 ME 로 찍은 것들로 구입 이후 아내의 주력기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현재 우리집에서 노출계가 동작하는 '유일한' 필름 카메라다.1976년도에 발표된 모델이지만 상당히 오랜기간 생산을 했던 탓에 KX와 같은 수리용 부품 자체의 노후 문제를 거의 겪지 않고 있다. M50.4 렌즈까지 포함해서 7만원 주고 구입했다. 지영님 땡큐~!

4. Olympus Pen EE-3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카메라가 갖고 싶다고 해서 아내에게 구해다 준 하프 카메라다. 필름 36컷짜리를 넣으면 72컷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인데 간혼 토이 카메라라고 오해를 사기는 하지만 엄연히 토이는 아니다. 렌즈 주변부의 장식은 그냥 장식이 아니라 태양전지인데 태양전지가 빛을 받아 만드는 전위차로 광량을 판단해서 조리개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기한 녀석이다. 간단히 말해 전지를 넣을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동작하는 자동 노출 카메라다. 모양도 독특해서 아내가 무척 좋아했다. 한동안 아내의 핸드백에서 장난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는데 최근 초롱이에 의한 추락으로 노출계가 고장나서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밥한끼 사주고 지인에게서 얻었다.

5. 투투 토이카메라


어느날 아내가 몇천원밖에 안한다면서 사들고 들어온 토이카메라인데 렌즈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며 셔터를 누르면 0.5초 정도의 차이로 두번의 하프 촬영을 한다. 렌즈가 두개인데 각각의 렌즈가 필름 반쪽면에 시간을 갖고 촬영을 하는 식이다. 그래서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으면 움직이는 모습을 연속으로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고정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로 인해 촬영이 무척 어렵다. 네가티브 필름의 관용도에 의지해서 찍는 것으로 몇 번 써보더니 흥미를 잃은 듯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5천원인가 주고 산 장난감이니 몇번의 사용만으로도 그 역할은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6. Yashica mat 124



KX와 마찬가지로 아버지께서 남긴 유품이다. 120필름을 쓰는 중형 카메라인데 들고 다니기가 만만치 않아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하려면 수리를 해야 하는데 수리비가 10만원 정도 든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래도 유일한 중형 카메라인데 언젠가는 써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향집에 가면 아버지께서 이 카메라로 찍어서 크게 인화해 놓은 가족 사진이 지금도 거실에 걸려있다.

7. 디지탈 똑딱이 두대.

결혼전에 나와 아내 모두 각기 사용하던 디지털 똑딱이 카메라가 한대씩 총 두대가 있다. 아내 것은 아내가 학부생 때 서울에 올라와서 날 길안내 시키면서 쇼핑한 것이고 내 것은 친구 '노구'에게서 무척 싸게 인도 받은 것이다. 카메라 성능은 둘 다 제법 쓸만한 것인데 아내와 나 모두 필름을 좋아하는 탓에 결혼 후에는 거의 쓰지 않아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른다. 내 것은 몇달 전 배터리를 넣어서 잠깐 써보긴 했는데 나중에 아이라도 태어나지 않는 한 거의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

디카 두대를 포함하면 총 8대의 카메라가 집 여기저기를 굴러다니고 있다.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 하나는 버려도 그만인 장난감이고 대부분 부모님께서 쓰시던 것을 물려 받았거나 몇만원 주고 구입한 것들이다. 아내는 독특한 카메라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고(사진은 식물 생태학 전공자 답게 꽃,나무,풀 같은 것들을 주로 찍는다. 아울러 우리집 초롱이 전속 사진사이기도 하고..^^) 나는 사진 자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필름 현상도 집에서 직접 하지만 카메라는 어느 걸 쓰든 별로 상관하지 않고 아내는 컬러 필름만 쓰지만 카메라는 쉽게 볼 수 없는 카메라일수록 좋아한다. 토이카메라는 아마 이후로도 쓰지 않을 것 같으니 이사가면 장식장에 놓아두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 같다. 나머지들은...yashica mat124 와 pen ee-3는 수리해서 쓸만한 녀석들이니 수리해서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겠지. 그래도 이후 더이상 카메라를 추가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뭐...언제나 새로운 카메라를 찾는 건 내가 아니라 아내였으니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pentax me 와 pen ee-3의 조합이라면 어디가서 흔한 카메라 쓴다는 말은 듣지 않을테니 만족하지 않을까?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