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어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ㅡ_ㅡ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 능력은 없지만 학회등에 출장가서 대화를 할 때는 사실 가벼운 문법상의 실수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나만 그러나? 일본 사람도, 독일 사람도, 프랑스 사람도 다 자기나라 고유의 억양과 문법이 뒤죽박죽이 되서 이야기 하는 걸.) 대화에서 중요한 건 그런 사소한 문법을 지키고자 애 쓰는 것 보다 자신있게 하고 싶은 말의 핵심 단어들의 강세에 신경을 써서 의사 표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 영어 공부의 원칙이었고, 지금보다 훨씬 영어 실력이 못했을 때도 학회 나가서 발표할 때면 '난 양키가 서툰 한국말로 더듬거려도 다 알아듣는데, 너희들은 서툰 영어 못 알아 들어? 그건 너네 잘못' 이라는 배짱으로 신나게 떠들어 댔다. 그리고 사실 별 무리없이 의사소통이 됐다. 혼자 여기저기 놀러 다니다 길을 잃어서 주민이나 경찰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몇번 있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적어도 가벼운 회화 수준에서는.
너무 회화 위주로 영어 공부를 해서일까. 논문을 쓰면 가장 많이 지적받는게 문장이 너무 '구어체' 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영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난 한국어로 글을 쓸 때도 문장이 대부분 구어체다. 그래서 발표자료 원고를 작성하는 건 잘 되는데 논문 쓰는 건 잘 안된다. 그러니 이건 영어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관사.
영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말과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어순이 아니라 관사 라고 하는 한국어에는 없는 것들이다. 논문을 쓰고 교정을 받아보면 다른게 문제가 아니라 a 와 the 의 사용이 많은 부분에서 민망할 정도로 틀렸다고 체크되서 돌아온다. 전치사도 마찬가지.(비중은 훨씬 덜 하지만.)
어제 저녁때도 온통 붉은 표시가 되어 있는 원고 교정본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a 와 the 가 쓰인 곳은 어김없이 표시가 되어 있었다. 전치사도 종종 포함되서. 그런데 생각해보면 관사와 전치사를 어려워 했던 것은 고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영어 시험 보고나면 친구들에게 투덜댔던 대표적인 말이,
"조사 하나면 될 것을 조사가 없어서 관사와 전치사를 붙여서 의미 전달을 하는 미개한 언어"
라는 것이었다. 물론 조사와 관사+전치사 가 동급으로 칠 수는 없다. 사과와 배를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그만큼 그 두가지를 어려워 했다는 것 만큼은 틀림없다. 남들도 그러려나.....ㅡㅜ
그런데 적어놓고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관사와 전치사가 없고 조사가 있는 한국어를 어려워 할까? 조사의 용법을 쉽게 이해할까? 왠지 그럴 것 같은데 경험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아...교정본 고쳐서 타이핑 해야지..ㅡㅜ
UPDATE 2009.5.11.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제명님이 이 글을 읽고 본인 블로그에 관사에 대해 포스팅을 했다. 이제명님의 블로그에 종종 올라오는 영어산책 은 굉장히 실질적인 영어 공부가 되서 좋다. ^^
심호흡, 인내 그리고 최대한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