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4일 금요일

기러기 날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집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내리는 순간 머리 위에서 기러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 어두컴컴한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이 너무 어두워서 보일까 싶었는데 거짓말처럼 갑자기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V 자 대형을 이룬 기러기 무리가 나타났다. 놀라울 정도로 낮게 날고 있었는데 아파트 꼭대기에서 본다면 불과 십여미터 위를 날고 있을 것 같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겨울을 나고 돌아가는 기러기 무리를 보게 되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마지막으로 기러기 무리를 제대로 본건 5,6년 전. 물론 그때는 '수십만' 마리의 군무를 본 것이니 지금처럼 십수마리를 본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모든 감동의 근본은 의외성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머리위를 날아가는 그 몇 초 동안 난 얼어붙은 듯이 고개를 들어 그 새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더 이상 보이지도 않고 울음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된지 한참이 되도록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일상은 누구나 의지와 관계없이 헛없이 흐를때가 있기 마련이고 반대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꼭 어느 한 순간, 조금은 나른하고 조금은 지루한, 그런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순간이 오면 우린, 늘 눈앞에 펼쳐져 있던 익숙한 일상의 다른 모습을 낯설어 하며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곤 한다. 감정의 한 귀퉁이에 약간의 감동을 담아서.

"꽃샘 추위가 한창이던 어느날 이른 저녁. 집 앞에서 우연히 삶에서 마주치기 힘든 의외성을 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