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나온 발자국이 조금씩 파도와 바람에 지워져 돌아보면 아득한 백사장만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 지난 하루 하루를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기억이라는 것의 속성이 원래 시간의 순서대로 놓여 있지 않을 뿐더러 밀려왔다 되돌아 가는 파도처럼 한결같은 모습도 아니기에 그렇게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때마다 다른 모습과 다른 감정으로 성큼 다가선다. 서랍속에 넣어 둔 물건처럼 내 의지와 관계없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다가 뜻밖의 순간에 눈앞에 나타나 난처한 기분을 느낄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런 감정의 모습을 하고선.
하루종일 마신 커피가 과했는지 마지막으로 내린 커피는 입에서 걸려 더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입에서 넘어가지 않는 커피를 억지로 한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지나온 시간속으로 감정이 휩쓸려 버렸다. 우울함과는 다른, 굳이 표현하자면 쓸쓸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속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유난히 고요했다. 미소가 지어지는 쓸쓸함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고요함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라면.
약간의 나른함과 기분좋은 노곤함이 묻어나는 발걸음. 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아 기억을 보듬고 있던 감정까지. 자그마하게 틀어놓은 루시드 폴의 음악이 유난히도 어울리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