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9일 금요일

줄세우기 본능

언제부터 이런 버릇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첫째가 항상 자신의 장난감들을 일렬로 줄세워 놓는 습관이 생겼다. 줄 세워 놓으면 뭐가 재미있는 건지는 몰라도 참 열심히 세워 놓는다.



정말 제대로 된 기차 시리즈나 도미노를 사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아, 그러고 보니 도미노는 하나 있구나. 조금 더 크면 꺼내 줘야지. :-)

2011년 4월 22일 금요일

시외버스 간이 정류소

청주에서 어머니께서 올라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회사 업무를 대충 정리해 놓은 채 차를 끌고 어머니께서 내리는 시외버스 간이 정류장에 나와있다. 버스 도착 시간이 다 되어가니 나 말고도 차를 끌고와서 근처에 대 놓고 서성이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저들도 청주에서 올라오는 누군가를 데리러 나온 것이겠지. 모처럼 올라오는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혹은 주말에만 만나는 주말 부부일 수도 있다. 어쨌든 누군가 반가운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즐겁다. 그래서인지 지금 정류장의 분위기는 뭔가 모르게 흥겹다. 간이 정류장이어서 바람을 막아주는 벽도 부실하지만 반가움은 건물에 의해 증폭되거나 감소하진 않는다.



7시 46분. 버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는 어머니의 문자가 도착. 이제 슬슬 시동을 걸어 두어야 겠다. :-)

비를 맞은 기억

기억에 남는 비가 지금까지 두 번이 있었다.

첫번째는 중학교 2학년 때. 다니던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서 하교시간 버스를 놓치면 한두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 날이었고 친구들과 텅 비어버린 버스 정류장을 바라보다 그냥 "비 맞고 가자" 는 의견의 일치를 보곤 폭우속을 우산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집까지 한시간 반을 걸어오면서 친구 넷이서 흠뻑 젖어서는 목청이 터져라 노래도 부르고 웃고 떠들면서 텅 비어버린 도로를 뛰고 걷고 하면서 집까지 왔었다. 같이 비를 맞으며 걸었던 친구들이 누구였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그 날의 자유로움은 아직도 기억한다.

두번째는 대학생때 국토종주를 하던 중 장마비를 만났을 때다. 판초 우의를 입고 있어서 흠뻑 젖지는 않았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던 아스팔트의 열기에 지쳐있던 심신에 활력을 되돌려 준 고마운 비였다. 첫번째 비 보다 더 세찼고, 가슴 깊이 느꼈던 자유로움은 더 컸다. 아마 그만큼 더 구속되는 것이 더 많은 나이여서 그랬으리라. 이후 며칠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맑은 날 보다는 비가 오는 날이 더 반가웠었다.

오늘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더불어서 방사성 오염 물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산성비라 맞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눈총을 받는 요즘의 비일진데 방사성 오염 물질이라는 덧붙임 덕에 이제 비를 맞는 건 정신나간 행동으로 분류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기에 이런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언제 또다시 비를 맞으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청정 지역중 한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 전엔 요원한 일일 듯 싶다.

2011년 4월 17일 일요일

은퇴 후 제주도

평소 은퇴하면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자고 아내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하다 요즘 갑작스럽게 진담으로 급격하게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 은퇴가 현실로 다가오려면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 적어도 20년은 더 직장 생활을 해야 하고 사실 그 이후에도 은퇴라기 보다는 여기저기 옮겨가면서 일을 하게 될 건 명확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말 하는 은퇴는 바로 그 시점이다. 치열하게 20년을 살았으면 그 이후는 공기 좋은 곳에서 그냥 어디 손 안벌리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월 수입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 그걸 위해서 노후 대비를 지금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고.

어쨌든 그 때가 되면 미련없이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자고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요즘엔 정말로 제주도에 나 같은 직종의 경력자가 일 할 만한 곳이 있는지까지 알아보곤 한다. 지금 당장 사표 던지고 제주도로 가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그때가서 내 경력을 살릴 수 있을까? 적어도 지역사회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 친구들이 그때까지 거기서 살고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공상의 끝이 어디로 가든 은퇴 후 가족과 공기 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사는 꿈이 기분 나쁠리 없다. 그 때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도 하고 짬을 내서 제주도에 대해서도 좀 검색해 보고. :-D

2011년 4월 2일 토요일

숨겨두기

아내가 지난 며칠동안 둘째를 눕혀놓은 바운서를 거실에 내놓고 첫째에게 자꾸 보여주기를 시도했다. 처음엔 신기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자꾸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던 첫째도 이제 좀 익숙해졌는지 그렇게 신기해 하진 않는다. 역시 무조건 곁에 못가게 하는 것 보단 곁에두고 인지시키는게 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요즘엔 종종 첫째가 마치 둘째를 돌보고자 하는 듯한 행동을 종종 한단다. 울고 있으면 뭘 덮어주려 한다던가 하는. 15개월 짜리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마는 그래도 아내의 친구 중 한집처럼 첫째가 둘째를 시기해서 꼬집고 때리는 일은 없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



그런데 오늘 둘째의 바운서 건전지를 교환하느라 바운서를 옆으로 눕히는 순간 쿠션 아래에서 첫째의 보물들이(퍼즐 판이라든가 하는) 쏟아져 나왔다. 아마 자꾸 엄마가 치우니까 그걸 피해서 숨겨둔 모양이었다. 그 나이에 뭘 숨겨놓을 생각부터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어 아내와 한참을 웃었다.



일단 아내가 치워놓긴 했는데(스펀지로 되어 있어서 제지를 못하는 안보이는 곳에서 자꾸 물어뜯는다) 내일 아침에 자기 보물들이 없어진걸 알면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은근 그대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