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2일 금요일

비를 맞은 기억

기억에 남는 비가 지금까지 두 번이 있었다.

첫번째는 중학교 2학년 때. 다니던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서 하교시간 버스를 놓치면 한두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 날이었고 친구들과 텅 비어버린 버스 정류장을 바라보다 그냥 "비 맞고 가자" 는 의견의 일치를 보곤 폭우속을 우산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집까지 한시간 반을 걸어오면서 친구 넷이서 흠뻑 젖어서는 목청이 터져라 노래도 부르고 웃고 떠들면서 텅 비어버린 도로를 뛰고 걷고 하면서 집까지 왔었다. 같이 비를 맞으며 걸었던 친구들이 누구였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그 날의 자유로움은 아직도 기억한다.

두번째는 대학생때 국토종주를 하던 중 장마비를 만났을 때다. 판초 우의를 입고 있어서 흠뻑 젖지는 않았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던 아스팔트의 열기에 지쳐있던 심신에 활력을 되돌려 준 고마운 비였다. 첫번째 비 보다 더 세찼고, 가슴 깊이 느꼈던 자유로움은 더 컸다. 아마 그만큼 더 구속되는 것이 더 많은 나이여서 그랬으리라. 이후 며칠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맑은 날 보다는 비가 오는 날이 더 반가웠었다.

오늘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더불어서 방사성 오염 물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산성비라 맞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눈총을 받는 요즘의 비일진데 방사성 오염 물질이라는 덧붙임 덕에 이제 비를 맞는 건 정신나간 행동으로 분류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기에 이런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언제 또다시 비를 맞으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청정 지역중 한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 전엔 요원한 일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