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7일 월요일

인내

20대의 난 그랬다. 대화 주제와의 연관성에 관계없이 상대방 주장의 논리적 약점은 찾아내 '사냥'하듯 몰아 붙였고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날 변호하기 위한 '논리'로 내 주장을 구성하기 일쑤였다. 덕분에 대부분의 논쟁에서 이겼고 토론의 마지막 발언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30대가 되고 나니 그게 결코 이기는 것도, 내 자존심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쟁에선 이길지 몰라도 공감은 얻을 수 없었고 공감없는 토론은 이기든 지든 내게 아무것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나이와 함께 철이 들었다.

이후엔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를 이해했다면 사소한 논리적 모순 정도는 모른척 넘어갈 줄 알게 됐고 상대방과의 관계 그리고 결론의 개선을 위해서라면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내 변호를 포기할 줄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내 변호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가 지금 내 변호를 하지 않으면, 논쟁에서 지면 남들이 두고두고 손가락질 할거라는 건 내 착각이요 오만이었다. 마치 셔츠 아래쪽에 묻은 얼룩과 같이. 나는 죽도록 신경쓰지만 남들은 그런 얼룩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알게 된다해도 곧 기억에서 잊혀진다. 그 얼룩..내게는 창피한 존재일지 몰라도 나 이외의 사람들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내 자존심 또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로 많은 것들을 얻었고 만족해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스스로 그런 생각을 완전히 체화하진 못한 것 같다. 그 순간엔 분명 과거와는 다른 행동으로 잘 대처하고 넘어가면서도 한참 후에까지 속에서 열이 오른다. '이 말은 이렇게 받아쳤어야 하는데', '이 말은 꼭 해줬어야 하는데' 등등의 생각들과 함께. 내가 복기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상대를 논리적 코너로 몰거나 상처를 입히는 말들 뿐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못해준게 열받고 짜증이 난다. 물론 동시에 한켠에선 그런 짜증을 스스로에게 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이는 것도 피할 도리가 없다.

40대가 되면 이런 내면의 갈등까지도 제어할 수 있을까? 아니면 50대까지 가야할까? 아니면 삶을 정리하는 시기가 되어야만 이런 내면의 갈등을 부드럽게 넘길줄 알게 되는 걸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

2011년 6월 20일 월요일

핸드드립

최근 깨달은 건데, 내 핸드드립 솜씨가 제법 늘었다. 아마 회사에서 매일 한두잔씩 내리면서 여러모로 숙달이 되었기 때문일 걸로 생각된다. 그 동안은 내 핸드드립 솜씨가 늘었는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아내가 나더러 늘었다고 해서 생각해보니 확실히 늘었다.

아무리 티가 안나도 꾸준함은 결국 결과를 보이는 법이다.

어쨌든, 별 것 아닌 일인데 괜시리 기분좋은 밤이다. :-)

2011년 6월 14일 화요일

편지

어제밤 자정이 다 되어 퇴근한 나를 현관에서 맞아주는 아내를 보고는 마음 한켠이 찡 했다. 여름이라고 옷을 가볍게 입은 아내의 체형이 너무 말랐다는 것을 깨달은 것. 아이 둘을 키우느라 체력적으로도 힘들겠지만 뭔가 제때 챙겨먹을 시간이 없는 것이 주 이유인 것 같다. 부엌에 가서 싱크대와 가스렌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애들 먹을것 말고 어른 먹을게 별로 없는 그 주방이 도대체 누구네 주방인지.



오늘 아침, 마음 한켠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불편한 상태로 출근하면서 읽은 칼럼이 또다시 마음 한켠을 아리게 한다.



m.chosun.com/article.html?contid=2011061302011



아이들에게 들이는 정성 조금 줄인다고 아이들에게 문제 생기는 것 아닙니다. 그 조금을 당신에게 들인다고 잘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군살 없이 늘씬하고 쭉쭉빵빵한 몸매 따위 연예인들이나 가지라고 하세요. 그 대가로 돈버는 사람들이니. 당신은 잘 먹고 통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을, 밥 잘먹고 통통하고 활기차고 살빼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치킨 한마리 뚝딱 하는, 나는 그런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1년 6월 12일 일요일

아이스 커피

밤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날이 조금 덥기도 했고 내가 아이들을 보는 사이 집 정리를 혼자서 한 아내를 위해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서 같이 한잔씩 마시고 있다. 빠르코에서 공수해 온 원두가 워낙 신선해서 핸드드립을 할라치면 재미있을만큼 부풀어 오른다. 미리 얼음을 채워놓고 내리기 때문에 딱 마시기 좋은 온도로 시원하게 커피가 내려졌다. 그렇게 커피를 다 내려놓고 커피잔을 찾으니 아내가 얼음을 적당히 채워놓은 머그컵 두개를 내민다. 센스쟁이 같으니라구. ㅎㅎㅎ



그렇게 커피를 손에 쥐고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라치니 꼭 밤 늦은 시간에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 와 있는 기분이다. 집에서 보이는 경치가 좋지 않은게 아쉬울 뿐.



내일은 다시 월요일이구나. 또다시 치열한 하루하루의 시작. 힘내자. :-)

2011년 6월 4일 토요일

주말 시간 보내기

아프리카 출장이 여러가지로 힘들었고 특히나 초장거리 비행이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무료한 시간이 많이 남은 덕에 이런저런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은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출장 후 결심한 것은, 주말은 무조건 가족들과 외출을 하자 라는 것. 주말을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건 두가지 이유에서 결과적으로 좋지 않다.

첫째로 주말 근무 시간이 늘어진다는 점. 토요일 늦게 퇴근해도 집에가서 몇 시간만 같이 놀아주면 된다는 생각에 집에 일찍 가야 한다는 심리적 재촉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외출을 하려면 아무래도 최대한 일찍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낼 수 있다. 한국 기업 문화상 항상 그럴수는 없지만 늘 염두에 두고 신경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가정에 대한 집중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둘째로, 아내의 일상에 변화가 없다는 점. 회사를 오가는 나와 달리 아이들을 혼자 집에서 키우는 아내는 하루종일, 매일을 아이들 하고만 보낸다. 내가 집에 와서 같이 놀아줘 봐야 약간 편하거나 즐거운 정도일 뿐 큰 의미에서의 기분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외출을 해서 나들이를 다녀온다든가 하는, 아내 입장에서 볼 때 일상에서의 벗어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적인 부분을 논외로 치더라도 금전적인 부담이 있고 젖먹이들인 만큼 외출 준비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이야 내가 평소 야근을 조금 더 하면 되는 일이고 외출 준비는 자꾸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갈수록 쉽게(라고 쓰고 대충 이라고 읽는다) 하게 되는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즐거워 하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밀어 올린다. 마치 연애할 때 선택한 영화를 상대방이 재미있게 보는가만 신경쓰느라 막상 난 영화 내용도 기억이 안나는 것 같은 심리라고나 할까. ㅎㅎㅎ

지난 몇주는 성공적으로 나들이를 했는데 오늘은 회사 업무량이 장난이 아니다. 일단 계획을 세워두긴 했는데 일찍 들어갈 수 있을런지는 의문. 그래도 노력해보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