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엔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를 이해했다면 사소한 논리적 모순 정도는 모른척 넘어갈 줄 알게 됐고 상대방과의 관계 그리고 결론의 개선을 위해서라면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내 변호를 포기할 줄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내 변호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가 지금 내 변호를 하지 않으면, 논쟁에서 지면 남들이 두고두고 손가락질 할거라는 건 내 착각이요 오만이었다. 마치 셔츠 아래쪽에 묻은 얼룩과 같이. 나는 죽도록 신경쓰지만 남들은 그런 얼룩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알게 된다해도 곧 기억에서 잊혀진다. 그 얼룩..내게는 창피한 존재일지 몰라도 나 이외의 사람들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내 자존심 또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로 많은 것들을 얻었고 만족해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스스로 그런 생각을 완전히 체화하진 못한 것 같다. 그 순간엔 분명 과거와는 다른 행동으로 잘 대처하고 넘어가면서도 한참 후에까지 속에서 열이 오른다. '이 말은 이렇게 받아쳤어야 하는데', '이 말은 꼭 해줬어야 하는데' 등등의 생각들과 함께. 내가 복기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상대를 논리적 코너로 몰거나 상처를 입히는 말들 뿐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못해준게 열받고 짜증이 난다. 물론 동시에 한켠에선 그런 짜증을 스스로에게 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이는 것도 피할 도리가 없다.
40대가 되면 이런 내면의 갈등까지도 제어할 수 있을까? 아니면 50대까지 가야할까? 아니면 삶을 정리하는 시기가 되어야만 이런 내면의 갈등을 부드럽게 넘길줄 알게 되는 걸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