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목이 특히 기억이 남는 것은, 너무나 흥미롭게 공부했다는 것 때문이다. 흡사 추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음 페에지에 나올 미분방정식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궁금해서, 또 그 다음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서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기 싫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공부했었다. 추리 소설과의 차이가 있다면 한페이지 넘기는데 몇시간씩 걸린 적도 있을만큼 오래 걸렸다는 것. 결국 수식 1-1을 적어놓고 책의 맨 뒤에 나오는 수식까지 줄줄 유도해 가면서 설명할 수 있을만큼 내용에 심취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렇게 나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시험에 임했는데 문제를 풀려고 보니 문제에서는 수식을 외우고 있다는 가정 하에 문제가 출제 되어 있었다. 그 순간 식은땀이 주륵 흘렀는데 도저히 수식을 기억하고 있지 못했던 것. 유도 하라면 유도할 수 있는데 단순 암기는 못하고 있었다. 어떤 형태인지는 기억 나는데 세세하게는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혹시 틀릴까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수식 1-1부터 유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1번 문제를 드디어 풀고(전체는 4문제)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험 시간을 50분만 준다고 하셨다.(우리과는 전공 과목은 특별히 시간 제약이 없었다. 특히 3,4학년은.) 시간을 더 달라고 하자 시계를 한참 보시더니 5분 더 주겠다고 하셔서 그냥 답안지 내고 나왔었다. 이런 제길슨. 덕분에 4학년 학점이 안드로메다로 갈 뻔했었다. ㅡㅡ;
어쨌든 그때 익힌 지식은 대학원 전공이었던 플라즈몬(plasmon)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었지만 그 당시에는 투덜투덜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오늘 밥을 먹다 그 생각이 나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잠자기 싫을만큼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렇게 재미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분명 공부보다는 쉬운건 분명한데 말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고 하는 사람은 제대로 공부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믿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