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4일 일요일

블랙베리 9700용 OS6 사용감

일주일 가량 내 블랙베리 bold 9700에 이번에 발표된 정식판(!) Bold 9700용 OS6를 설치해서 사용해 보았다. 다시 OS5로 복귀하신 했지만 나와 같은 시도를 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정리를 한다. (물론 대부분은 직접 설치해 보고 나서 후회하는 나와 같은 절차를 밟으리라 생각하지만.)


1. 설치 프로세스

RIM사의 운영체제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블랙베리의 모든 관리를 할 수 있는 데스크탑 매니저(애플의 아이튠즈에 해당한다) 라는 PC용 관리 프로그램에서는 기본적으로 OS6를 설치할 수 없다. OS6의 9700용 정식 한글판 설치 파일을 다운받아서 별도 설치를 하고나서 데스크탑 매니저를 실행시켜야 OS6를 내 블랙베리에 설치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다.

RIM은 사실상 블랙베리 유저들이 기기가 생산될때 설치된 OS의 메이저 버전업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내 9700에 설치된 OS는 5이고 이 버전에서 나오는 모든 업데이트들은 데스크탑 매니저에서 자동으로 체크하여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 과정이 복잡하지도 않고 애플의 아이폰처럼 업데이트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OS6로 업그레이드 하려면 귀찮고 번거로운 절차를 필요로 한다. 만일 RIM이 유저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OS6로 이전하게 하고 싶었다면 데스크탑 매니저에서 손쉽게 업데이트를 하게 했을 것이다. 지금의 방식을 통해 RIM은 "OS6를 당신의 기기에 설치하는 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당신이 직접 우회로를 통해 설치한 것이므로 대부분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 당신의 선택권을 위해 당신 기기에서 동작하는 버전을 만들기는 했지만 우리는 그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고 이야기 하고 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9700 사용자들이 OS6를 모르고 넘어가 주길 원하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에 익숙하고 뉴스등을 통해 OS6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처럼 OS 버전업 됐다고 떠들썩 하게 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2. 용량

보편적인 블랙베리 유저들처럼 나 역시 메모리 잔량을 체크하는 것이 일상적인 습관이 됐다. RIM은 애플이 선택한 '기기의 확장성을 통해 추가 가능한 앱으로 사용자가 가치를 찾게' 하는 정책이 아닌 '기기와 연동된 잘 설계된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 하는 정책을 편다. 그래서 애플은 앱스토어를 제공하고 RIM은 BIS와 BES를 제공한다. 물론 과거와 지금의 승자가 각각 누구인가는 명확하다. 중요한 건 이런 정책 탓에 블랙베리의 가치 중 상당 부분은 BIS나 BES에 치중되어 있다. RIM은 이를 통해 단말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었지만 앱으로 확장성을 확보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단말기 메모리가 모자라서 앱을 설치하는데 제약이 따른다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블랙베리 유저들은 항상 메모리 잔량을 체크하고 다닌다.(특히나 구형일수록.)

내 bold 9700은 256MB의 용량을 갖고 있고 OS5를 설치하고 나면 120MB정도로 용량이 줄어든다. 그런데 OS6를 설치하고 나면 메모리 잔량이 50MB 이하로 줄어든다.(실제로 내 경우엔 35MB까지 줄어들었었다) 말이 쉬워서 50MB 이지 이 공간을 앱과 운영체제의 동작을 위한 공간으로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앱 하나 설치하는 것이 잔여 용량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오며 앱을 하나 설치할 때마다 시스템이 느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 부분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은 메모리가 보다 여유로운 9800이나 최소한 9780 정도는 되어야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9700 에서 OS6를 사용하는 것은 보다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3. 웹브라우저

OS6 의 베타버전부터 시끄러웠던게 webkit 을 적용한 웹브라우저의 속도였다. OS5까지의 거북이 뺨치는 웹브라우저 속도 때문에 불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며 RIM은 OS6에 기본 포함된 웹브라우저를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직접 사용해보니 빨라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OS5로 복귀한 지금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 의심을 하고 있다. 블랙베리 웹브라우저의 속도를 결정했던 것은 웹브라우저의 성능이 아니라 BIS나 BES의 데이터 압축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근 RIM은 BIS 서버 이용료를 12000원에서 5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그와 함께 체감 데이터 사용량이 늘었다. 나는 이것을 BIS압축 리소스를 줄여 요금을 낮추고 속도를 개선해서 얻은 비용 절감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모든 데이터를 BIS 서버에서 일단 압축해서 전송하기 때문에 아이폰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적은 데이터 사용량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속도가 늦어지고 BIS서버의 부하가 늘어난다. 더군다나 무제한 요금제가 나올만큼 데이터 서비스 이용 요금이 저렴한 지금에 와선 압축은 거의 불필요한 서비스가 된 것도 사실이다. 웹킷은 우수한 플랫폼이다. 그렇지만 이번 속도 향상은 그것만은 아닌 듯 하다. OS5의 기본 브라우저 성능도 함께 향상된 듯 하므로. 물론 이것은 확인된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의심이다.

속도 이외에 달라진 점이라면 기존 열보기 기능이 확대 기능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는 점. 예전에는 메뉴에서 열보기를 선택해 줘야 했으나 이젠 간단하게 확대하면 웹브라우저가 판단해 열보기가 필요하다면 자동으로 적용된다. 적어도 이론 적으로.

국내에서는 모바일 전용 웹페이지들이 대부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최적화 되어 있다. 말이 좋아 최적화지 전용이나 다름없다. 화면 크기, 폰트 크기 등이 블랙베리에선 맞지 않아 깨알만한 글씨를 감내해야 한다. 전에는 이럴 경우 열보기 기능으로 좋은 가독성을 확보 가능했으나 강제 열보기 기능이 사라진 지금 모바일 전용 페이지들에서는 동작하지 않는 열보기 기능으로 인해 지금 방식의 웹브라우저는 모바일 페이지 보기가 오히려 불편하다.

물론 이건 RIM의 잘못은 아니다. 다수만을 위한 서비스만 고려하는 국내 웹서비스 업체들의 질낮은 IT마인드 탓이다. MS종속국가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지난 십년을 보내고 나서 많은 돈을 들여 간신히 그런 웹체제를 벗어나고 있는 지금 다시금 그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언제쯤 우리나라가 IT약소국을 벗어날 수 있을지. 다수(혹은 강자)만을 생각하는 마인드에는 미래가 없다. 그게 IT든 사회 정책이든.

4. 소셜피드, 유튜브, 팟캐스트

OS6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소셜피드라는 기능이다. 소셜 피드를 이용하면 본인이 가입된 모든 페이스북 등의 소셜 서비스에 동시에 포스팅하고 업데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RSS리더도 내장하고 있어서 상당히 편리하다.

유튜브와 팟캐스트 전용 앱이 포함된 건 대단히 반가웠다. 특히 OS5에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 하려면 유료 앱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OS5로 복귀한 지금 이들이 무척이나 아쉽다.

5. 검색기능

아이폰과 같은 풀터치폰은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기능은 바로 홈화면 직접 검색이다. 터치폰은 주소록으로 이동해서 검색해야 하지만 블랙베리는 홈화면에서 그냥 검색어를 키보드로 누르면 바로 주소록 검색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찾아낸 사람에게 메일,전화,문자,페이스북,구글톡 등 바로 서비스를 골라 연락할 수 있다. OS6는 이 기능을 강화해서 구글검색,지역검색 등 십여개가 넘는(다 세어보지 않았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한글 입력 처리가 불완전해서 예전처럼 바로 입력하면 첫 글자의 자음과 모음이 분리된다. 예를 들어 '홍길동'을 검색하면 'ㅎㅗㅇ 길동' 으로 입력된다. 2바이트 언어 처리 부분을 신경 안썼기 때문인데 꼭 검색어를 입력하기 전에 스페이스바를 눌러서 검색창을 불러낸 다음 입력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습관은 무서운 것. 특히 이 부분은 RIM에서 업데이트 한 페이스북 앱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검색하는 서비스 목록에서 선택 사항을 아무리 변경해도 다음번에 재부팅 하거나 한 후에 보면 리셋되어 있다. 이 두가지는 내 생각에 엄연히 버그인데 마름질이 부족한 티가 났다.

6. 기타..

인터페이스도 좀 더 미려하게 바뀌었고 참담했던 설정 부분도 좀 더 친절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자잘하게 더 신경 쓴 티가 났다. 하지만 결국 OS6는 9800이나 9780등 신기종을 사용할 때 장점이 부각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단점을 다 떠나서 내 9700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무거웠다.

OS5로 돌아온 지금, 다시 즉각적인 응답을 보이는 내 블랙베리를 만지면서 최신 기능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유튜브 기능은 OS5로도 만들어서 업데이트 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 동영상 찍은 것을 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