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6일 목요일

아이폰4+s 에 대한 몇가지 생각

떠들썩 하다. 실망이니, 뭐니 하면서.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프리젠테이션을 잘못한 거로 생각된다. 혁신은 있었다. 그게 너무 사소하게 취급되며 지나가서 그렇지.

이번 발표의 핵심은 아이폰이라는 기계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인 Siri 에 있다. 3GS의 S가 speed였다면 4S의 S는 Siri가 아닐까? 실제로 써봐야 알겠지만 내 블랙베리에 있는 기초적인 음성인식 기능을 토대로 몇가지 추정을 해봤다.

1. 초보적인 음성 명령
내가 운전중일때 주로 사용하는 블랙베리의 음성 명령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루어진다.

(기계 측면의 음성명령 버튼을 누른다)
블베:명령어를 말씀하세요.
나:전화 홍길동
블베:홍.길.동 맞습니까?
나:네
(등록된 전화번호가 여러개일 경우)
블베:어느 전화로 연결하시겠습니까?
나:휴대폰
블베:홍.길.동. 휴대폰으로 연결합니다
(자동으로 전화를 걸고 연결되면 스피커폰으로 대화한다)

실제로 인식률이 대단히 높은데 내 음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학습을 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을 하면서 이러한 학습이 지속되서 사용하면 할 수록 명령어 인식률이 좋아진다. 전화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기능들도 다 음성으로 할 수 있다.

아마 siri 는 이러한 초보적인 음성 인식을 더 확장 구현한 것일 것이다. 단지 이런 정도라면 별로 주목받지 못할게 뻔하다. 이미 이런정도 기능은 작년을 기준으로 보편화 되어 있으며 각종 앱으로도 많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지 않는 것은 집이건 직장이건 개인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지만 사무실에서도 개인 공간을 확보해주고 자동차 문화인 미국에서는 제법 인기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 들고 나온 siri 는 무엇이 '달라야만' 할까? 답은 인공지능이다. 단순히 음성 명령을 해석해서 앱에 명령어를 전달하는 수준이 아닌 '자연어 분석과 판단, 제안'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다음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2. 배터리
상시 음성인식이 가능하려면 전화기가 항시 음성인식 대기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배터리 소모를 야기한다. 실제로 각종 웰컴 기능과 같은 stand-by 기능에 대한 요구가 많음에도 제조사에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건 배터리 소모를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시 음성 인식이 특히나 배터리 소모가 많은 것은, 각종 소음과 음성 명령을 구분해야 하며 항상 마이크로부터 들어오는 소리들을 분석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저전력 AP를 필요로 한다. 아이폰4S가 A5라는 저전력 AP를 사용하고도 연속 대기 시간이 아이폰4의 300시간에 100시간이나 모자란 200시간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0시간은 3시간 정도에 불과한 대기 시간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점심 전에 반드시 충전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사실상 충전기를 떠나서 쓸 수 없다는 말이 된다.

3. 무선 자유도
내가 운전중 전화하는 용도 말고 음성인식 기능을 자주 쓰지 않는 것은 음성인식을 사용하려면 전화기를 집어 들고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 활성화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중과 같은 상황을 제외하고 이왕 전화기를 손에 쥐었다면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하기보다 그냥 앱을 실행시켜서 보는게 빠르고 간편하다. 따라서 전화기를 손에 쥐거나 가까이에서 명령하지 않아도 될정도의 무선 자유도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아이폰4S는 경악스러운 연속 대기시간으로 인해 거의 항상 충전기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어지간한 거리, 사무실내 정도에서는 전화기를 굳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만큼 무선 자유도가 있어야 한다.

4. 빠른 부동소수점 계산 능력
단순히 사전 약속된 음성 명령을 앱에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연어를 분석하고 어떤 앱에 어떤 명령어를 전달해서 어떤 결과물을 사용자에게 전달할 것인지, 즉 인공지능 행동을 위해선 부동소수점 계산 능력을 극대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령을 내린 후 회신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기능 자체가 쓸모가 없게 된다.

5. 결론
자, 이제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4S에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보자.

A5를 비롯 부동소수점 계산 능력(발표엔 3D구현 능력으로 설명 되었지만 같은 말이다)을 극대화 하는 하드웨어 구성으로 바뀌어 있다. 기존의 A4로는 도저히 siri를 구현하는데 충분한 속도와 전력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구현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종속적이지 않은 siri 기능이 4S에서만 동작하는 걸로 제약을 건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 시간을 30%나 줄여야 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배터리 크기를 늘리고 싶었을 테지만 배터리를 키우면 같이 화면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전력 소모율로 봤을 때 화면을 키워봐야 배터리 크기를 키운 만큼 효과는 크게 보지 못하고 가격만 올라갈게 뻔하다. 그렇다고 두껍게 만드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터. 아마 아몰레드가 굉장히 탐났을 걸로 짐작된다. (대신 조만간 low Vf S/V LED에 대한 요구 수준을 올리겠지. OTL)

따라서 새로운 4S는 항상 충전용 도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럼 이렇게 묶여 있어야 하는 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애플이 찾은 답은 블루투스4.0 이다. 이녀석의 수신 반경은 50m 정도로 사실상 사무실이나 집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범위다. 즉,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다니면서 텍스트 메세지부터 전화기 동작, 음성통화 등 모든 조작을 음성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사실...이 블루투스 헤드셋이라는게 생각보다 불편하다. 너무 작은 크기도 그렇고.)

결론만 놓고 보면, 기기의 경쟁력을 위해 siri를 넣었다가 아니라 siri를 넣기 위해 기기의 사양을 결정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것도 beta버전에 불과한 상태에서. 이는 제품의 완성도를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애플의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만일 siri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라면 어느정도 납득은 간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시켜주는 학습으로 인해 정식 버전에서는 시스템의 지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테니. 아마 아이폰5에서 정식 버전으로 탑재되겠지.)

조만간 아이폰5가 발표될 것인가? 나는 무조건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배터리 문제 때문에라도 폰의 크기를 키워야 하며 그럴경우 디자인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 하다. 또한, 커진 만큼 할 수 있는 짓도 늘어난다. 아마도 내년 상반기가 아닐런지.

6. Siri의 또 다른 의미..
이번 행사에 페이스북이 초대받지 않은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애플은 앱 생태계를 키우고자 하지만 페이스북과 다른 경쟁자들은 '웹앱' 을 키우고자 한다. 그런데 siri를 사용하려면 웹은 어렵다. 즉각적인 반응을 위해서는 앱이 기기에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Html5에는 단언하건데 음성 명령에 대한 tag가 전혀 정의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애플은 siri를 통해 사용자들이 앱에 종속되도록 강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적어도 단기간에 안드로이드에서 추격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애플이 작년에 인수한 siri는 인공지능에 대해 지구상에서 가장 앞서 있던 회사였다. 음성 인식은 흉내낼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 깔린 인공지능은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하여금 다시 지루하고 힘든 follow-up의 사다리를 올라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또한 애플은 siri를 통해 그동안 구글에 종속됐던 모바일 검색을 통제할 수 있다. 이제 무엇을 검색하고 싶을때 사람들은 그저 siri에게 질문을 하면 된다. Siri가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찾아오든 그건 관심 밖이며 검색엔진에 대한 통제권은 완벽히 siri에게, 아니 애플에게 있다. 또한 이런 인공지능 시스템에 어떻게든 광고를 적용할 방법을 찾아내는 순간 이 시장의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어려울 것도 없다. 컴퓨터 관련해서 정보를 요청하면 결과를 말하기 전에 인텔의 "딩딩딩딩" 하는 로고음을 한차례 들려주기만 해도 되고 siri에게 정리해 달라고 한 페이퍼의 아래에 한줄 회사 이름을 넣어도 된다.

그리고...그 무엇보다 시각 장애인들에게 siri는 축복이 될 것이다. 이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아마 잡스가 있었다면 이러한 것들을 모두 잘 버무려서 연출을 해 냈을 것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이러한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와 비지니스 모델에 대해 감동적으로 연출한 뒤, "이것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는 아이폰4의 몇가지 부품을 업그레이드 했다." 는 식으로 가볍게 말했을 것이다. 별거 아니라는 업그레이드가 사실 A5라는 걸 알게 되었을때 사람들은 열광했을 것이다. 발표의 기술.

그가 떠난 지금, 그래서 더욱 그립다. 내가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때마다 아마 한동안 생각날 것 같다.

Good bye Jobs. Thank you so m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