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7일 토요일

1년

작년 이맘때쯤 상품기획으로 옮기겠다고 면담을 했으니 마음의 결정을 내린지 정확하게 1년이 지난 시점이 됐다. 부서를 옮기고 나서 제법 힘들었던 1년의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옮긴 건 3월부터였지만 부서 전배의 조건으로 해야 했던 양산TF로의 파견 근무까지 합쳐보면 1년이 됐다. 많은 질문을 받았었다. 왜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 기획 부서로 가려 하느냐고. 운전 면허 있다고 해서 모두가 운수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내 반문을 이해해 준 사람은 아내를 포함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 밖에는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 선택은 옳았다. 비록 일은 더 힘들어졌고 생활도 그만큼 팍팍해 졌지만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고 알고 싶은 것들을 알게 되는 과정속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기도 했다. 중간에 너무나 불만에 차 있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애썼던 모든 행동들이 결국에는 내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왔다.

혼자 고군분투 했던 지난 1년과 달리 지금은 지시한 일을 조금의 부족도 없이 수행해내는 만점짜리 사원 한명과 업무 추진력이 너무 좋아서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선임 한명, 그리고 컴퓨터 같은 암기력으로 경쟁사와 우리회사의 모든 사항들을 즉각적으로 읊어댈 수 있는 지원부서의 사람들까지 평소 바랬던 조합의 팀을 이끌게 되었으니 당분간은 더이상 바랄게 없다. 이제 남은건 조율하는 내 역량을 키우는 것 뿐.

다음주, 그리고 다음달이 되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구성이 크게 변할테고 그때가 되면 내 포지션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팀을 내가 없어도 혹은 누가 내 위치에 와도 정상적으로 움직일 만큼 조율해 놓는 것 아닐까. 직급이 높다고 다 아는 척, 유능한 척, 어른인 척 하지 말고 서로의 역할이 있는 동료의 자세에서 일할 수 있게 끝까지 자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