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 일요일

휴일 아침

모처럼 어디론가 움직일 계획에 부산스럽지 않은 휴일 아침을 맞고 있다. 아내와 두 아들은 방안에서 서로 뒤엉켜서 자고 있고 나는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이 아침의 고요함을 즐기고 있다. 얼마만에 이런 시간을 보내는 건지.

외동으로 태어난데다 부모님들께서 맞벌이를 했던 어린 시절 덕에 나는 혼자서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성장했다. 이 때문에 좋았던 점도, 안좋았던 점도 있었으니 평가는 무의미 하지만 어쨌든 그런 환경 덕분에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해소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런데 결혼 후 가족이 생기면서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더니 두 아들이 태어나고 난 후에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바로 그 부분이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통해 얻는 행복과 맞바꾼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다. 사진도, 음악도, 시나 수필을 쓰는 것도 모두 일정 이상의 시간과 부담없는 시간 활용이 필요한데 요즘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아내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좀 누릴까도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가족들이 모두 날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 방안에서 생각에 잠겨 있거나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들여다 보고 있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포기.

그래서 아직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 이 시간이 내게는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이다. 비록 사진을 찍는다거나 시에 집중한다거나 할 정도까지의 시간은 안되지만 적어도 안개로 유명한 이 도시의 자욱한 아침 안개를 바라보면서 심호흡을 할 수 있는, 그러면서 Bach를 들을 수 있는 시간 정도는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키보드를 잠깐이나마 두드릴 수 있는 시간도.

모처럼 편안한 휴일 아침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