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어제 저녁 첫째가 자기 손으로 귤을 까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귤이 먹고 싶다는 말에 평소와 같이 귤 봉지를 열어놓고 껍질을 까서 주려는데 첫째가 하나 집어들더니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당연히 짓이겨 놓기만 할거라 생각해서 둘째 입에 하나를 얼른 까서 넣어주고 첫째도 주려는데 이미 깨끗하게 껍질을 까놓고 귤을 입에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잠시 쳐다보다 황급히 아내를 쳐다보니 아내가 빙긋 웃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얼마 전부터 귤을 깔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놀랍고 놀랍고 또 놀라웠다. 언제 이렇게 컸지.

놀람은 그 순간으로 그치지 않고 꿈에까지 아이가 나와서 귤을 까 먹었다. 어지간히 아이가 훌쩍 컸다는 사실이 서운했나 보다. 울며 불며 떼 쓸때는 화도 내고 언제 커서 엄마 아빠 말을 알아 들을 거냐며 답답해 하다가도 그러고 나서 돌아서면 어제처럼 아빠 어깨 위에 목마타고 앉아서 동물원 코끼리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로 오래오래 곁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아빠의 욕심.

오늘은 월요일. 다시 너희를 위해 한주간 힘을 내야 하는 날이구나. 아자아자 파이팅! 아빠도 엄마도 너희들도.(엄마 생각해서 너희들은 조금만. ㅎ )

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탐방 신청 완료

모처럼 멀리 내다보고 여행 계획을 짠 만큼 챙길 수 있는 건 미리미리 챙겨놓는 중. 아직도 한참 남은 일정인데 벌써 신청한 사람이 제법 있다. 어쨌든 200명 안에는 들었으니 이젠 즐겁게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 (목적지는 다녀오고 나서 포스팅 예정 ^^)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씁쓸한 언어별 검색 결과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기업의 마인드

얼마전 사내 교육에서 강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단. Spec 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검색할때와 한글로 검색할 때 차이가 난다는 말. 휴일 아침 문득 그 생각이 나서 나도 한번 해보곤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영문으로 samsung spec 을 검색해 봤다. 아래와 같이 상위 5개 결과에 광고를 포함하여 모두 삼성에서 출시한 각종 기기들의 사양에 대한 결과가 도출됐다.



그리고 이번엔 다시 한글로 삼성 스펙 이라고 검색해 봤다. 놀랍게도 상위 다섯개 결과에 모두 입사자들의 조건에 대한 내용이 랭크됐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나오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심지어 그냥 '스펙' 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신문기사부터 위키까지 모두 취업과 관련된 내용(그것도 대기업)으로 도배가 된다. 얼마나 이 땅의 젊은이들이 취업에, 그것도 대기업 취업에 목말라 하는지 알 수 있는 결과다.

그렇지만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한국의 여건으로 보면 그건 당연한 일 중 당연한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부에는 유난히 중소기업에 다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람들이 많다. 신생 사업부이기도 했지만 산업 자체가 워낙 초기이다 보니 관련 인력도 부족하고 그만큼 기존 인력의 이동이 잦기 때문이었다. 경력 입사자들이니 당연히 신입 사원을 뽑은 것보다 어느정도 직급을 모두 부여해야 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도 지불한 인건비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대부분이 산전수전 다 겪고 온 인재들이어서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나 업무 자체의 효율성에서 깜짝 놀랄만큼 대단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조직의 크기와 특징상 모든 의사 결정이 느리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대기업에서만 일해본 사람들과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문화에의 적응 문제(실제로 전세계 모든 기업들에서 경력 입사자의 조직문화 부적응은 심각한 이슈다)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비용의 손실이나 신입사원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도 경력직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그런데 얼마전 대기업에서 경력직을 뽑을 때 중소기업등에서는 쉽게 사람을 뽑지 못하도록 제한하려 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착찹했다. 일단 표현이 잘못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뽑는게 아니라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직은 개인의 자유다.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옮기는 것을 막을 권한은 기업은 물론 국가에게도 없다. 뉴스에서 접한 중소기업 사장들은 핵심 인재를 대기업이 빼가서 기술 유출이 심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아까운 핵심 인재에게 과연 얼마나 차별화 된 대우를 해줬는지 반문하고 싶다. 과연 그들에게 능력에 맞는 연봉을 지급했는지, 우리사주를 지급해서 지금은 어렵지만 상장하면 그만한 보상을 받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해줬는지, 얼마전 소개된 회사처럼(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IT기업) 회사내에 어린이집을 둬서 맞벌이 부모들이 마음놓고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돌보게 해줬는지 등등. 그러면서 하는 말이 대기업은 인재를 직접 키워서 쓰거나 그만한 보상을 상대 기업에 하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마치 자신들은 경력직을 선호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데 웃음밖에 안난다. 쉽게 말해 이적료를 내라는 것은데 자기들이 취업자에게 입사 당시 계약금을 지급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발상인지 모르겠다. 정말 이적료를 받아야 할 만큼 금전적인 가치가 있는 직원이라면 그만큼의 대우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자신들도 다른 기업에서 일했던 경력직을 뽑을 때 이적료 형식으로 지불할 것인가? 나는 저런 주장을 하는 중기 사장들이 '싼 값에 능력있는 인재를 마음껏 부려서 이득을 독식하려'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어쨌든 저들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앞으로 대기업 입사한 사람은 계속 대기업 다니고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은 계속 중소기업 다니던지 이적료 만큼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는 인고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할 상황이 됐다.

대기업들 간에도 인재 유출은 간혹 법정 싸움으로 갈 만큼 민감한 문제이긴 하다. 이를 막기 위해 인재에게는 연봉을 더 지급하고 승진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물론 아직 이러한 사람에 대한 대우를 통해서가 아닌 금지 조항을 담은 서약서를 통해 막고자 하는 시도가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점차 그 강도가 약해지는 추세이다. 이번 중기 인재 유출에 대한 뉴스가 법제화 되어 정말로 강제화 된다면 그건 이런 대기업들의 자구 노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니 이 땅의 젊은이들이 시작을 대기업에서 하려고 하는 자세를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높으신 분들이 보기에 그들은 도전 정신이 없고 편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높으신 분들 덕에 첫직장이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로 내몰린 그들의 진정한 아픔은 알지 못하는 듯 하다.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일상 정리 (2012.10.14.)

평일엔 퇴근 후 아이들 재우느라, 주말엔 놀러 다니느라 블로그 포스팅을 잘 못하고 있어서 그냥 시간이 나는 김에 몰아서 요약본으로 올린다. (나쁘지 않은듯.)


-1-
며칠 전 화장실 안에서 둘째와 첫째간에 큰 소리로 다툼이 벌어졌다. 아직 엄마 아빠도 제대로 못하는 둘째와 발음이 부정확하고 어휘에 한계가 있는 첫째간의 말다툼이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기들 사이에선 제법 심각하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다름아닌 쉬야에게 안녕 인사를 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 요즘 용변 가리는 것을 연습중인 첫째가 좀 더 재미있고 쉽게 가리게 하기 위해서 용변을 보고 나면 변기의 물을 내리고 소변 혹은 대변에게 '안녕' 하고 손을 흔드는 것을 가르쳤다. 그런데 아직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하는 둘째에게 형아의 이 '안녕' 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그리고 샘나는 능력이었는가 보다. 결국 사고를 쳤다. 첫째가 쉬야를 한 후 엄마가 바지를 올려주는 잠깐의 틈을 타서 형아가 안녕을 하기 전에 둘째가 먼저 안녕 하면서 변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던 것이다. 이를 보고 분노한 첫째가 내 쉬야인데 왜 네가 안녕을 하나면서 따지고 들었고 형아가 뭐라고 하던 말던 자기도 쉬야에게(비록 형아 거긴 해도) 안녕이라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아서 기분좋아 했던 둘째와 다툼이 벌어진 것.(둘의 성격이 첫째는 섬세하고 둘째는 무대뽀라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명백하게 둘째의 잘못이기 때문에 둘째를 야단쳐야 했는데 배꼽을 잡느라 웃기만 했다. 결국 잠시 후 다시는 둘째가 먼저 쉬야에게 안녕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첫째를 달래야 했다.

-2-
운동삼아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도 할겸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출근할 땐 최단거리로 가고 퇴근할 땐 조금 멀리 돌아서 속도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 오는데 제법 효과가 좋다. 이번주로 딱 3주째 자전거 출퇴근을 했는데 비오거나 야근이 확정적인 날을 빼곤 자전거를 계속 끌고 다녔다. 아침에 회사까지 자전거로 달려가서 회사 앞의 피트니스 센터에서 샤워를 하고 출근하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다. 암튼 지난 3주동안 총 271km 를 달렸고 9189kcal 를 소모했다. 매주 3000kcal 씩 평균적으로 소모한 셈인데 결국 1주일에 하루씩 아무것도 안먹고 굶은 것 이상의 칼로리를 소모했다. 뭐, 그만큼 먹기도 했는데 체중이 줄고 있는거 보면 그래도 운동 효과가 제법 있나보다. 날이 좀 추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타야지.

-3-
회사에서 워터파크 이용권을 신청했는데 됐다. 덕분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캐리비안베이를 어제 다녀왔다. 한창 물에서 노는 것에 재미를 붙인 두 아이들을 데리고 워터파크를 가야겠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됐다. 작지만 제법 파도가 크게(아이들 기준에서) 치는 실내 파도풀도 좋았고 튜브를 타고 길게 밖까지 나갔다가 들어올 수 있게 도는 풀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따뜻한 물에서 몸을 녹일 수 있는 릴렉스 공간이 좋았다. 몸에 열이 별로 없는 첫째와 아내는 거기서 나올줄을 몰랐고 열이 많은 나와 둘째는 좀 힘들어 했다. 물놀이 기구(미끄럼틀)도 제법 있었는데 첫째가 탈 수 있는 정도의 미끄럼도 제대로 타지 못한 점은 아쉽다. 다른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첫째가 그냥 겁이 많아서 시도조차 제대로 못했다. 나중에 나이들면 좀 나아지겠지. 그리도 파도풀에서 파도가 넘실거리며 넘어올때마다 비명을 지르듯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좋았다. 그래 다음에 또 한번 신청해볼게. 그때는 좀 더 재미있게 놀아보자꾸나. 이번엔 내부 길을 잘 몰라서 어리버리 시간을 허비한 것도 적지 않으니.

-4-
어제 캐리비안베이에서 나오는데 에버랜드쪽이 좀 시끌벅적 했다. 지나가는 길에 보니 할로윈 축제란다. 별 것 없을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유난히 에버랜드를 좋아하는 아내가 역시나 좀 구경해 보고 싶어하는 눈치길래 오늘 다시 찾아오자고 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다시 온 에버랜드. 사실 아이들이 아직 놀이기구를 탈 수 없기 때문에(둘째는 어려서, 첫째는 겁이 많아서) 가봐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주말이라도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일주일 내내 두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진이 빠져 있을 아내의 마음이 점점 지칠 것 같아서 가급적 주말은 움직인다.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오늘도 에버랜드를 찾았다. 뭐, 어제 캐리비안베이를 거의 공짜로 즐기기도 했으니 원+원 행사라고나 할까. 그런데 기대와 달리 오늘은 놀이기구도 탔고(비록 두 아이들 모두 바짝 얼어서 '즐기지'는 못했지만) 막판에는 첫째가 신나서 먼저 뛰어다니고 끌고 난리도 아니었다. 부모란 단순한 존재. 이유가 뭐든 상황이 어쨌든 애가 웃으면 바보처럼 그냥 같이 웃고 같이 좋아한다. 해가 지고나서 갑자기 추워지지만 않았으면 첫째와 뛰어다니느라 거기서 폐장 불꽃놀이까지 다 보고 왔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