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어머니

당신 혼자만의 생각에 함몰되어 자꾸만 부정적인 쪽으로 현상을 곡해하시는 어머니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어루만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 모습을 느끼는 건 아버지께서 안계신 지금 이 세상에 나 혼자겠지. 아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 그런데 딱 거기까지일 뿐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아들이기에 갖는 한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단편적으로 상황을 보시는 모습을 보며 그토록 현명하셨던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나이가 들면 당연한 변화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너무나 극적인 변화가 당황스러운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어쩌면 이제 아들의 존재 이유를 나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난감하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오해

오늘 늦게 집에 와 보니 첫째가 와서 매달리면서 아빠가 집에 와줘서 고마웠단다. 누가 들으면 내거 며칠 집에 안들어온줄 알겠다며 웃는데 아내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했다.

지난번 어린이날에 회사에서 하는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참여를 했었는데 첫째가 무척 인상이 깊었나보다. 하긴 온갖 놀이기구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긴 했다. 문제는 그날의 기억 때문에 아빠가 회사를 가면 항상 그런 놀이 기구들이 있고 아빤 회사가서 재미있게 놀다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감. 그러면서 자기도 아빠하고 같이 매일 회사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싶단다. 어쩐지 내가 회사간다고 하면 같이 가고 싶어한다 했더니;;


그나저나 이거...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하지? 약간 억울한데. ㅡㅡ;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회사가지 마세요

은행 볼일이 있어 늦게 출근하는 날. 첫째가 일어나서 아빠를 보더니 회사 가지 말고 자기하고 놀아야 된다고 성화다. 하긴 항상 눈뜨면 아빠가 없긴 했지. 자기 위해서 제발 제발 회사 가지 말라는데 난감.

대신 이번 주말에 신나게 놀아줄테니 조금만 참으렴. 오늘은 엄마가 놀아 주실거야.

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데쟈뷰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와 계신 저녁. 미소띤 얼굴로 아이에게 입 속으로 중얼거린다.

'너, 내일 모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강릉으로 내려가시고 나면 두고보자.'

응?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데자뷰인지. ㅎㅎ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보다 윗줄에 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저렇게 땡깡을 부리고 소위 '빽' 으로 삼으려 하는건지. 그래, 그래도 그럴때가 좋은거다. 마음껏 즐기렴. :-)

(그래도 그분들 강릉으로 내려가시고 나면 아빠하고 면담좀 하자.)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마흔을 바라보며

내일 모레면 마흔이다.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으로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은 내일 모레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무언가를 준비하고 실행하기까지 대충 2년의 준비 기간이 걸린다고 했을때 내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시도하기 위해 준비하면 내가 마흔을 찍는 순간에야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게 된다. 두달도 남지 않은 2012년. 올해가 지나게 되면 나는 한국 나이로 38이 된다. 내게 있어 이번 연말은 내 사십대에 대한 설계도를 완성해야 하는 시점이다. 바로 마흔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항상 그렇듯 나이가 드는것 자체는 별 감흥이 없다. 이십대때는 삼십대가 되고 싶었고 삼십대인 지금은 사십대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눈길을 걸을때 발자국이 찍혀있지 않은 길을 보며 즐거워 하기보다 내가 찍으면서 온 발자국을 보며 흐뭇해 하는 성격 때문이리라.

나이가 드는게 아쉬운 이유는 지금처럼 내가 무엇인가 한걸음 더 움직이려 할 때마다 세상은 나보다 빠르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내가 경쟁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 빠르기를 따라가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정해진 루트가 없는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느림보가 빠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그려야 하는 경로는 복잡하고 힘들다. 그래서 먼저 고민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굳이 이겨야 하냐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이기지 않으면 낙오된다. 단순히 늦게 가는게 아니라 가질 수 있는 것들마저 줄어든다. 그 말인즉슨, 내 가족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으로써 그것만큼 피하고 싶은 일은 없다. 내가 한발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아둥바둥 하는 이유다.

11월 6일. 첫째의 세번째 생일 아침. 여러가지로 생각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