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오늘 회사 교육중 꿈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가 잠깐 있었다. 아이의 꿈이 소방관인데 그건 직업이지 꿈은 아니지 않느냐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하루종일 꿈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무릇 피드백(feedback)이란 과거에서 와서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은 지나간 과거에 그에게 어떤 행동을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미래로부터 와서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이 있다. 바로 꿈이다. 직업일 수도 있고, 사회적 위치 혹은 인격적 성숙도일 수도 있다. 대상이 무엇이든 미래에 어떤 것을 바라는 마음이 만들어낸 반향이 현재의 내 행동 혹은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만들어 내는 것을 나는 꿈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첫째 아이의 꿈은 얼마전까지 튼튼한 공룡이 되는 거였다. 아이는 튼튼한 공룡이 되기 위해 다큐멘터리에서 본 공룡들처럼 밥도 많이 먹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도 씩씩하게 뛰어 놀았다. 어떤이는 터무니 없는 바램이고 꿈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분명 튼튼한 공룡이 되고 싶다는 그 바램은 아이의 현재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고 그로인해 아이는 하루하루를 보다 열심히, 그리고 꿈을 이루어 간다는 행복감 속에 살 수 있었다.

꿈이란 그런것이다.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외친 내 바램이 만들어낸 메아리 혹은 피드백이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를바는 없을 듯 하다. 무언가 바램이 있어서 현재의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바로 꿈일 것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를 사는이가 그 로또로 인해 오늘 하루를 희망에 가득차서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그 역시 꿈이다.

간절히 바라는게 있는가? 그리고 그걸로 인해 오늘을 열심히 살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꿈을 꾸며 사는 사람이다.

점심식사 대화

어디에선가 읽은 적도 있고 얼마전 회사 선배에게서 유사하게 들은 말이 있다. 남자의 자신감은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까지 절정을 이루고 사십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내리막을 굴러간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도전 이라는 돌발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대부분 사십세 전후라는 논리였다.

어제 한 친구를 만나 점심을 같이 하면서 든 생각은 우리 둘 다 그 자신감 넘친다는 삼십대 후반을 보내고 있다는 조심스러움이었다. 그 친구와 대화를 통해 서로 합의? 동의?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1.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업무지식과 관련 능력이라면, 그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건 설득의 능력이다. 다름아닌 경영진에게 내팀의 판단을 전달하고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설득의 능력. 그리고 이 설득의 능력은 업무 지식보다는 나를 보다 신뢰감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취업할때 말고 실무적으로 필요 없었던 학벌이나 커리어가 플러스 알파의 의미를 다시 갖기 시작하는 시점도 이때부터다.

2.
우리 둘 다 실무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걸 보니 이제 그 자신감 다 버리고 설득의 경쟁력을 어떻게 쌓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그게 내 뒤를 밝혀줄 학벌이든, 선진사에서의 커리어든, 웅변학원을 다녀서 익힌 말발이든 whatever.  그게 우리의 사십대를 관통하는 인생 계획이 되어야 한다.

3.
경영자에게 필요한건 업무지식도, 설득의 능력도 아닌 직관력이다. 그것만 갖춘다면 나머진 그저 옵션일 뿐이다.

합의하지 못한건,

1.
중국의 미래는 밝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다음 커리어로 고려해볼만 하다.(친구)
중국의 성장은 saturation 될 것이다. 다음 커리어로 생각하기엔 거주 환경도 좋지않다(나)

2.
부동산은 이제 다시금 볼 때가 됐다.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처다(친구)
부동산은 원래도 리스크가 큰 고위험 투자 상품이다. 불확실성이 큰 지금은 때가 아니다(나)

세시간이 짧을 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근 시일내에 업데이트 모임을 갖자구, 친구.

2013년 9월 29일 일요일

목욕


어제 두 아들과 간만에 같이 목욕을 했다. 아이들이 매일 씻기는 하지만 내 퇴근 시간과 아이들이 잠자리에 누워야 하는 시간 사이에서 함께 물장난을 치고 목욕을 할 타이밍을 잡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목욕을 하는 경우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여하튼 어제 간만에 두 아이들을 통안에 집어넣고 함께 들어가려다 깨달은 사실은, 많이 비좁아 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많이 커서, 이제 아빠와 셋이 통 안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정도까지 큰 것이다. 한쪽 무릎에 한명씩 앉혀서 놀 수 있었던게 엊그제인데.

둘째가 '안되요' 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을만큼 어휘력이 늘었기 때문에 빼앗기 놀이, 물 끼얹기 놀이 등을 하면 의사 소통이 전보다 훨씬 원활해져서 나도, 그녀석도 전보다 훨씬 재미를 느끼는 듯 했다. 첫째는 말 할 것도 없고. 한참을 그렇게 깔깔거리면서 놀다 문득 서운해졌다. 조금 더 크면 이제 이렇게 목욕탕에서 장난치는 것도 못하겠구나. 언제 이렇게 컸니. 아직도 성인이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2013년 9월 24일 화요일

디테일

제품 완성의 고지에서 마지막은 항상 디테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테일이란 대부분 제품을 출시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항목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설사 이슈가 되더라도 단기에 가볍게 해결 가능하거나 마이너한 이슈로 묻어 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제품 혹은 서비스 자체에 상당한 관심과 애정이 있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바로 디테일이다.

삼성의 Half step behind 전략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만이 가능하게 만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략이다. 기업으로써 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다음으로 발전하고 싶다면, 정말로 최우선적으로 필요한건 시장 선도 제품이 아니라 개선된 디테일이다.

명품 가방의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디자인이 아니라 재봉질 선의 꼼꼼함을 살피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명품의 시작은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러한 디테일은 제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보이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는가? 결국 해답은 거기에 있다.

2013년 9월 22일 일요일

사진의 이유

이제 다시 냉동실의 필름을 꺼내고 카메라의 먼지도 털어낼 때가 된 것 같다. 예전 사진을 보면서 근질대는 걸 보니. 

굳이 분류를 하자면 사진이 도구가 되는 사람과 사진이 목적이 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텐데, 내 경우는 분명 사진 자체가 목적이었던 듯 하다. 무엇을 찍든, 어디서 찍든 그저 카메라를 만지는게 즐거웠던 기억을 보면.

몇해 전 사진전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뭔가 대단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던 것 같다.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을. 무엇이든 편하게 담아 보자. 다름아닌 나 자신을 위해. 

2013년 9월 16일 월요일

기억

나와 아내는 신혼 생활을 고양시 화정동에서 시작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동네였지만 그렇게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그때의 기억을 한장의 사진으로 보여달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사진을 꼽는다. 일산에서 화정으로 나오는 지하철 3호선을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고가 도로가 들어서서 사라진 풍경이다. 

 
별 다른 건 없는 사진이다. 하지만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한 하늘과 짙은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대지의 경계를 불을 밝힌 열차가 가르고 들어오는 이 풍경은 지금이나 그때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 한구석의 저릿함을 가져온다. 아니, 그 저릿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듯 하다. 언젠가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사진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잠이 오지 않을 땐 굳이 누워있지 말라는 조언에 충실하고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는데 예전 버릇이 나오고 말았다. 사진 정리하기, 글 다시 읽기 그리고 키보드 두드려서 블로깅 하기. 며칠전 오랜 친구 한명이 아직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 했다. 무심코 한 대답은 "내가 얼마나 글질을 좋아하는지 잘 알잖아" 였다. 그래...참 좋아하긴 한다. 블로그나 홈페이지 같은 형태로 글을 정리하기 시작한 건 14년째, 온라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이기 시작한 PC통신망에 글을 쓰기 시작한 시기부터 따지면 19년째니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만큼 오래도 됐다. 그 기간만큼 글쓰는 실력이 늘지 않은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별 것 아닌 글이라도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한장 한장 쌓여서 내는 그 향내는 어줍잖은 글솜씨와 비할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그나저나...이렇게 키보드 끄적거리다 언제 다시 잠이 오려는지. 아무래도 내일만 출근하면 추석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자꾸 느긋하게 만드나보다. 

크리스마스 계획

작년 크리스마스 계획은 9월에 수립해서 10월에는 예약까지 모두 마무리를 지어 두었었다.  아래 사진은 그 덕분에 찍은 사진. 제주 사려니 숲에서 아내와 단 둘이 내 삶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그 때처럼 좋은 시간을 보내려면 지금쯤은 계획을 수립하느라 정신 없어야 하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원래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 별로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또 그것만큼 익숙해지지 않는 일도 없는 듯 하다. 이런 고민, 저런 고민 때문에 일상의 삶에 영향을 받는다면 내 힘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고민을 빼곤 모두 훌훌 털어 버리는 것이 정답이련만.

어찌 되었든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서 다시 한번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번에는 아내와 나 둘 뿐만이 아닌 가족 모두의 여행으로 만들어 볼 수 있기를.

형제

두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와 내가 신기하게 바라보는 많은 것들 중 단연 으뜸은 '형제'의 모습니다. 

나와 아내 모두 형제,자매가 없이 자란 외동이어서 어렸을 때 집에서 나 이외의 다른 존재와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은 경험해 보지 못하고 자랐다. 아이들에게 어른의 존재와 형제의 존재는 다르다. 어른들은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내 말을 들어주거나, 내가 말을 들어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형제는 다르다. 어른들은 어지간해서는 한쪽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따라서 형제와의 의견 조율은 오롯이 자신들의 몫이다. 

이제 만 세살 그리고 두살이 지난 두 아이들이 과자를 서로 갯수 맞춰서 나누는 것을 볼 때, 화단에 물을 줄 때 한명은 호스 중간을 들고 다른 한명은 손잡이를 드는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을 볼 때, 맛있는 사탕을 선물로 받았을 때 꼭 하나씩 따로 챙겨뒀다가 동생거라고 또는 형아 거라고 나눠주는 모습을 볼 때, 서로 엄마 품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다가도 둘이 얼굴을 마주보곤 뭐가 즐거운지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볼 때 난 그 순간 순간이 경이롭다. 

그저 큰 욕심 안부리고 두 형제가 지금처럼 서로 위해가며 평생을 그렇게 살기를. 싸움 없이 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서로 크게 맘상하지 않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맑은 아이들로 그렇게 자라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2013년 9월 8일 일요일

정치의 실종

정치의 정당성이 어디에서 오는가는 쉽지 않은 논제다. 더구나 국가의 궁극적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에서 법제화된 내용이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대법원에 의해(더구나 삼권분립의 원칙으로 보장받는 세번째 권력이기까지 하다) 위헌이라는 명분으로 부정될 수 있는 현정치 체제에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끊어서 정리하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의 사법화라는 단어가 어느정도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 반대인 사법의 정치화라는 단어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에 국민과 정치가 집단 모두가 찬성 혹은 반대의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건강한 사회의, 건강한 정치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사법의 판단 영역에서처럼 흑백의 논리로 양분되기 어려운 사안이며 단순히 정치가나 이해 관계자들만의 몫이 아닌, 언론과 모든 국민의 행동과 의사가 결집되는 행위라는 전제를 놓고 생각해볼때,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정치가 실종되어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고의 거물 간첩을 잡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하다. 더군다나 단순 첩보 활동도 아닌 '내란 음모죄'로 잡아들였으니 당분간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사법 영역에서의 판단이 나오기 전인, 정치적 판단이 주류를 이룰 수 밖에 없는 현 시점에서 마땅한 상황은 그의 혐의에 대한 시끌벅적한 정치적 논쟁이다.

그런데 한동안 지켜본 이 사태의 꼬락서니(더 적합한 단어를 찾기가 불가능 했다)는 날이 갈수록 한심한 형태로 흐르고 있다.

법무부에선 통진단 해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이미 그를 간첩으로 가정하고 이러한 간첩에게 국회 의석을 내 준 우리의 정치 현실에 대한 통탄을 하고 있다. 국회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체포 동의안을 가결했으며 인터넷은 꼴보기 싫은 북한 간첩에 대한 질타로 끓고 있다. 정치적 판결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모든이가 그를 최초로 빨갱이라고 지목한 이에게 '너도 빨갱이냐'는 지목을 받을가 두려워 똑같이 돌을 던지자고 소리지르고 있다. '악덕지주' 라고 지목되면 그자리에서 죽창으로 사람을 찔러 죽이던 60년 전 전쟁터의 모습이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다.

아무래도 '빨갱이' 라는 단어가 '국가 보안법' 이라는 단어가 주는 원초적인 두려움에 대해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사때 명백한 증거도 없이, 혐의에 대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고인을 범죄자로 몰고가는 여론과 사법기관, 그리고 정치세력들에 대해 울분을 토했던 많은 이들이 똑같은 상황에서 이석기 의원은 빨갱이니까 돌로 쳐죽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죽창 끝에 겨누어진 통진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 세력들이 혹여 '빨갱이' 로 지목당할까봐 목을 움추린 것도 부족해서 의원직 제명이라는, 똑같이 돌로 쳐죽이자는 소리를 지르고 있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국보법을 피해 도망다녀야 했던 그들에게 국보법은 뼈속까지 새겨진 공포인가 보다. 그들은 벌써 이석기 의원을 간첩 그것도 전쟁시 후방에서 내란을 일으키는 빨치산의 후예로 단정짓고 모든 판결을 마쳤다. 명백한 사법의 정치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법화된 정치는 선동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당성은 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석기 의원이 정말로 국정원이 제기한, 내란 음모를 꾸몄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 법원이 그의 신변에 대한 구인을 허락한 것을 보면 국정원이 기소를 위해 확보한 증가들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가 정말로 북한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군사력의 주적의 끄나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판단'은 사법의 영역에서 충분한 논쟁과 판단이 이루어진 후 나와도 늦지 않다. 그것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정치적 정의다.

막말로 그의 의원직을 박탈하고 통진당을 모두 해산한 이후에 이석기 '전'의원의 혐의가 증거 불충분에 의한 무죄로 판결난다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설사 유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박탈과 해선에 따른 '유죄' 선고는 행위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억지 판결이라는, 사법의 정치화에 의한 결정이라는 주장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정당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반복하지만 차분하게 모든 혐의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마치고 나온 결론을 보고 행동하는 것이다.

너무나 실망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작금의 사태는 최종적으로 이석기 의원이 유죄로 나오든 무죄로 나오든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묻겠다.
바르다는 의미의 한자를 앞에 내세운 그 단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서야 하는 시점이 있다면 그게 언제이겠는가? 선택해야 한다면, 보편적 공정함과 주관적 자기주장 중 무엇을 선택해야 겠는가?

언론인들에게 묻겠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대들이 늘상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펜에 의한 범죄는 칼에 의한 범죄보다 과중함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뒷골목 양아치의 칼보다 더 쉽게 펜이 휘둘러 지고 있다. 지금 쓰여지는 기사에 fact가 많은지 아니면 가정에 의한 내용이 많은지 판단해본 적이 있는가?

네티즌들에게 묻겠다.
인터넷을 정당한 의견 표출의 장소로 삼는이와 그저 누구든 욕할 상대만 있으면 만족하는 찌질이들간의 차이가 무엇인가? 나는 그대들이 혐의도 입증되지 않은 기소 단계부터 범죄인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몰아가는 이들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이대며 분노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대들의 정의감은 과연 무엇이 목적인가? 그저, 삶의 고단함을 배설하는 것이 목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