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6일 월요일

기억

나와 아내는 신혼 생활을 고양시 화정동에서 시작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동네였지만 그렇게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그때의 기억을 한장의 사진으로 보여달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사진을 꼽는다. 일산에서 화정으로 나오는 지하철 3호선을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고가 도로가 들어서서 사라진 풍경이다. 

 
별 다른 건 없는 사진이다. 하지만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한 하늘과 짙은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대지의 경계를 불을 밝힌 열차가 가르고 들어오는 이 풍경은 지금이나 그때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 한구석의 저릿함을 가져온다. 아니, 그 저릿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듯 하다. 언젠가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사진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잠이 오지 않을 땐 굳이 누워있지 말라는 조언에 충실하고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는데 예전 버릇이 나오고 말았다. 사진 정리하기, 글 다시 읽기 그리고 키보드 두드려서 블로깅 하기. 며칠전 오랜 친구 한명이 아직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 했다. 무심코 한 대답은 "내가 얼마나 글질을 좋아하는지 잘 알잖아" 였다. 그래...참 좋아하긴 한다. 블로그나 홈페이지 같은 형태로 글을 정리하기 시작한 건 14년째, 온라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이기 시작한 PC통신망에 글을 쓰기 시작한 시기부터 따지면 19년째니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만큼 오래도 됐다. 그 기간만큼 글쓰는 실력이 늘지 않은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별 것 아닌 글이라도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한장 한장 쌓여서 내는 그 향내는 어줍잖은 글솜씨와 비할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그나저나...이렇게 키보드 끄적거리다 언제 다시 잠이 오려는지. 아무래도 내일만 출근하면 추석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자꾸 느긋하게 만드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