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둘째

어제밤, 잠지리에 누웠다가 벌어진 실갱이에 결국 둘째를 안고 나가 호되게 야단을 쳤다. 야단 맞을 때는 안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침실에 돌아오면 떼쟁이가 되는 통에 그때마다 다시 안고 나가길 서너차례. 결국 녀석이 고집을 꺾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고집의 내용은 별 것 없다. 자기 싫다는 것 더하기 엄마가 자신이 원하는 자세로 안아주질 않는다는 것. 그리고 막상 자신은 졸려서 나오는 잠투정이 합쳐져서 대화도, 어르기도 안통하는 땡깡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고집의 실체다. 뜯어놓고 보면 별게 아니지만 막상 재워야하는 아내 입장에선 만만찮은 일이다. 더군다나 몸살감기로 자기 몸 챙기기도 힘든 상황에서는 제대로 어르기도 안된다. 같이 짜증을 낼 뿐이다. 하필이면 둘째는 엄마 껌딱지라 오로지 엄마엄마 한다. 보다못해 안고 나와 야단을 쳐서 울음을 그치게 하고 내 옆에서 잠을 자게 시켰다.

야단을 쳤든 어쨌든 눈을 감고 눕게 하자 1분도 안되서 잠이 든다. 약기운에 취해있던 아내는 내가 둘째를 안고 나가있는 사이 이미 잠이 들었다. 이래저래 고단한 두 사람이다.

그렇게 둘째에게 호통을 쳐놓고 나니 내가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잠에서 깬 둘째가 품 안으로 굴러오더니 내 팔을 이리저리 위치시키곤 자기를 안으란다. 팔의 각도부터 무척 까다롭다. 반드시 팔베게를 한 팔로만 안아야 하고 손바닥의 위치는 가슴과 배의 중간 그리고 토닥토닥은 안된다. 자세를 잡고 보니 허리가 좋은편이 아닌 아내에겐 쉬운 자세가 아니겠다 싶다.

눈치가 빨라서 어른들이 하는 말에 민감한 첫째와 달리 둘째는 잔소리를 하면 눈부터 흘긴다. 입술도 나오고 몸도 반대로 돌리는 등 보고 있으면 성격을 그리 타고 태어난건지 아니면 둘째라고 은연중 응석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건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래도 어제밤, 혼내고 나서 마음이 무거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아이가 품으로 굴러온거 팔베게 해주자 마자 나도 곧장 잠이 들어서 아침까지 그 자세로 잤다. 에혀. 애비인게지.

어렸을때 종아리가 부어오르도록 회초리를 치시고 나중에 약을 발라주시던 아버지가 이중인격자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 분도 이런 심정이었겠지. 물론 체벌의 비주얼(?)은 완전 딴판이었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