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1일 일요일

미꾸라지


아이들이 다니는 문화센터에서 이번주에 미꾸라지가 소재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나보다. 어제 집에 와보니 아이스커피 컵 두개에 미꾸라지 몇 마리가 나눠서 담겨 거실 TV 앞에 놓여 있었다. 참 난감했다. 열대어도 아닌 미꾸라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집에가서 잘 키우라고 했다는데 신이 난 아이들과 달리 키울 방법이 없는 부모 입장에선 곤란한 선물(?) 이기만 할 뿐.

저녁때 아내와 둘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서로 쳐다보는 사이 이미 한차례 미꾸라지가 점프를 해서 탈출을 감행했다. 손으로는 미끄러워서 잡을 수 없어 휴지로 감싸고 다시 넣으면서 집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키울만한 어항도 없는 입장에서 좁은 물컵에 그대로 둬 봐야 결국 죽이기만 할 것 같았다.

그 때부터 아이들을 설득하기 시작. 처음엔 대단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 탓인지 아이들은 미꾸라지가 원래 살던 환경으로 돌아가야 신이 나서 더 잘 살거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납득했다. 진흙이 많고 풀이 많은 물에서 살아야 하는데 우리집은 그런 곳이 없다는 설득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오늘 집 근처 논에 아이들과 함께 미꾸라지들을(밤사이 한번 더 탈출을 감행해서 말라 죽을뻔 했던 녀석을 포함) 들고 가서 풀어주면서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 줬다. 내 입장에서 보면 생각없는 문화센터 덕분에 엉뚱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어느새 차분히 설득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 사건이기도 했다. 뭐,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