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아버지 기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10년이 흘렀고, 오늘은 열번째 맞는 아버지의 기일이다. 사정상 해외 출장을 나와 있고 그 때문에 출장 나오기 전에 부랴부랴 온 가족이 아버지 묘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어른들 입장에선 용서하기 어려운 불효를 한 것이겠지...)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돌아가시기 전 급히 결혼식을 올려 가족이 된 아내까지 다 합쳐 네명이 되었던 가족은 아버지께서 돌아기시고 다시 세명이 되었다가 지금은 세 아이들 덕분에 여섯이 되어 있다. 10년전 석사과정 학생이었던 나는 박사 학위를 받고 회사에 취직해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일을 하고 있다. 날 데리고 해외 여행을 한번 못가신 것을 아쉬워 하셨던 아버지께 '안그러셨어도 지금은 공항 가는게 지겨울 만큼 다닙니다' 라고 말씀을 드릴 입장이 됐다고 할까. 하긴 이것보다 내가 박사가 되는 모습을 그렇게 보고 싶어하셨으니 그걸 이룬 순간 나머지는 그냥 흘러가는 일상 중 하나로 받아들이셨겠지.

어제는 출장지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한인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사는데 손질한 메기가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참 많이도 낚시를 다녔고 내가(그리고 아버지도) 제일 잡고 싶어했던 물고기는 메기였다. 아버지는 매운탕 중 최고는 메기 매운탕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고 그 이야기를 늘상 들어서인지 나 역시도 메기 매운탕을 무척 좋아했다. 요즘처럼 식당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낚시로 잡기 전에는 맛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마트 식자재 진열대에서 그 메기를 한참을 보다 집어 들고 왔다. 매운탕을 끓일만한 마땅한 양념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에 일단 들고 숙소로 돌아와서 되는대로 이것저것 넣어 푹 끓였다. 그리고 좁쌀 막걸리도 한병 같이 들고와서 따랐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좁쌀 막걸리를 좋아하셨던게 아버지셨는지 어머니셨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기억에 두 분이 좁쌀 막걸리를 한통 가운데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시면서 맛있다고 말씀하시던 모습만 기억에 있다. 기억이 잘못 된 것일 수도 있고...

잘 끓였다고 생각했던 매운탕은 먹다보니 양념이 제대로 안된게 너무나 티가나서 혼자 피식 웃었다. 무슨 대단한 요리 솜씨라고 양념도 없이 감성팔이식 욕심을 부렸을까. 그냥 라면이나 사올걸.

...편안 하시지요? 소설에 나오는 요정의 나라처럼 그곳에서의 1분이 여기에서의 10년정도 되었으면 좋겠네요. 어머니나 제가 따라 올라갈때 까지 아버지의 그 자랑을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너무 심심하실 테니까요.

2014년 11월 2일 일요일

달고나

항상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내뱉은 말이 문제가 된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자꾸 잊는 바람에 사서 고생을 한다. 특히 아이들하고 한 약속 때문에.

지난 금요일 저녁때 퇴근해서 보니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서 만들어서 받아온 달고나를 빨아먹고 있었다. 아내에게 들어보니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이 나눠주면서 깨물어 먹지 말고 빨아 먹으라고 했단다. 왜 그렇게 이야기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재워야 할 시간이 되서도 여전히 빨고 있었다는 것. 달고나를 먹어본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알텐데, 이게 사탕과 달리 입안에서 쉽게 부서지기는 하지만 의외로 잘 녹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깨물어 먹으라고 이야기 했더니 첫째가 완강하다. 선생님이 빨아 먹으라고 했다는 것.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아빠가 더 만들어 줄게" 라고 말을 뱉어 버렸다. '이렇게 말을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와그작 소리를 내면서 아이 입에서 부서져 버리는 달고나 조각. 뭐...게임 끝.

오늘 점심때 아이가 나한테 그랬다. 언제 만들어 줄 거냐고. 아이에게 한 약속을 안지킬 수도 없고...결국 마트를 가서 달고나를 만들기 위한 재료와 도구를 구입했다. 달고나 국자가 없어서 일반 스테인리스 국자를 하나 사고, 달고나를 누를 판이 없어서 밀가루 반죽 끊어내는 조리도구를 하나 사고, 모양틀이 없어서 쿠키 모양틀을 샀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도전.

1차 도전.
국자에 설탕을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저으며 녹이는데 보기좋게 녹기 시작했다. '아싸' 하는 순간 예쁜 불꽃이 녹은 설탕에 붙어서 불길이 치솟았다. 너무 가스렌지에 가까이 대고 있었던 것. 두번 고민도 안하고 그대로 싱크대에 담아놓은 물로 국자 직행. 실패.

2차 도전.
이번엔 너무 멀찍히서 설탕을 녹였나보다. 불이 약해서인지 가운데는 살짝 녹고 국자의 가장자리는 나무젓가락으로 젓는동안 묻은 설탕이 굳어서 뭉치기 시작. 굳은 설탕을 녹이겠다고 가까이 가져간 순간 가운데 녹아 있던 설탕에 불이 붙음. 싱크대로 직행. 실패.

3차 도전.
국자의 모양과 가스렌지의 불을 형태로 보아 불의 세기 자체보다 불과의 거리가 중요한 인자임을 확인. 거리를 조절해 가면서 녹이기 시작. 이번엔 제대로 녹았다. 어느정도 녹이고 나서 베이킹소다를 찍어서 저어야 하는데, 젓가락에 소다가 묻어나질 않는다. 당황. 내 기억속에서는 쿡 찍으면 탁 묻어서 젓기만 하면 부풀어 올랐었는데. 찍느라 신경을 쓰는 순간 왼손에 쥐고 있던 국자의 높이가 내려갔나보다. 다시 불 붙음. 실패.

4차 도전.
베이킹소다를 스푼으로 옮길 수 있게 세팅해 놓고 다시 시도. 잘 되는가 싶었는데 국자에서 쏟아놓고 평평하게 펴기 위해 누른 누름틀에 달고나가 늘어 붙어서 떨어지지 않음. 떼려고 힘을 줬더니 부서져 버림. 실패.

5차 도전.
찾아보니 기름을 살짝 둘러야 하고 차갑게 유지해야 한단다. 기름을 발라놓고 다시 시도. 적당히 눌러지긴 하는데 색이 아무래도 다르다. 먹어보니 약간 쓴 맛이 나는게 설탕과 베이킹소다의 배합비가 맞지 않는다. 실패.
이 때부터 레서피를 찾기 위한 시도.

6~8차 도전.
레서피 찾기. 배합비에 따라 눌렀을 때 두께도 달라지고 맛도 달라지고 색도 달라짐. 결정적으로 모양틀로 눌렀을 때 잘 눌려지지 않음.

결국 오늘 사용하겠다고 생각했던 설탕을 모두 소모하고 일단 종료. 결과물을 아이들에게 가져가니 다행이도 좋아하고 잘 먹어준다. 휴..

일단, 달고나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달고나용 국자가 꼭 필요함을 알게됐다. 일반 국자는 가운데는 녹고 가장자리는 덜녹거나 국자에 늘러붙은 후 까맣게 타버려서 색도 맞추기 어려울 뿐더러 녹는 시점과 점도가 제각각이라 베이킹소다를 넣을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그리고 넓은, 쟁반이 필요. 손바닥 만한 곳에 달고나를 붓고 누르자니 천천히 부어야 하는데 붓는 동안 아래쪽이 굳어 버려서 누름틀로 눌렀을 때 얇게 펴지지 않는다. 넓은 쟁반이나 판에 '탁!' 쳐서 떨어뜨리곤 바로 눌러야 얇게 펼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에게 인터넷에서 달고나 국자 하나 사달라고 하긴 했는데 계속 고민중이다. 이게 꼭 그렇게 까지 해서 애들을 먹여야 하는 음식인가????? 어쨌든, 첫째가 그랬다. "그런대로 모양이 나온 것도 있기는 있네요." 땡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