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일 일요일

달고나

항상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내뱉은 말이 문제가 된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자꾸 잊는 바람에 사서 고생을 한다. 특히 아이들하고 한 약속 때문에.

지난 금요일 저녁때 퇴근해서 보니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서 만들어서 받아온 달고나를 빨아먹고 있었다. 아내에게 들어보니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이 나눠주면서 깨물어 먹지 말고 빨아 먹으라고 했단다. 왜 그렇게 이야기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재워야 할 시간이 되서도 여전히 빨고 있었다는 것. 달고나를 먹어본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알텐데, 이게 사탕과 달리 입안에서 쉽게 부서지기는 하지만 의외로 잘 녹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깨물어 먹으라고 이야기 했더니 첫째가 완강하다. 선생님이 빨아 먹으라고 했다는 것.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아빠가 더 만들어 줄게" 라고 말을 뱉어 버렸다. '이렇게 말을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와그작 소리를 내면서 아이 입에서 부서져 버리는 달고나 조각. 뭐...게임 끝.

오늘 점심때 아이가 나한테 그랬다. 언제 만들어 줄 거냐고. 아이에게 한 약속을 안지킬 수도 없고...결국 마트를 가서 달고나를 만들기 위한 재료와 도구를 구입했다. 달고나 국자가 없어서 일반 스테인리스 국자를 하나 사고, 달고나를 누를 판이 없어서 밀가루 반죽 끊어내는 조리도구를 하나 사고, 모양틀이 없어서 쿠키 모양틀을 샀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도전.

1차 도전.
국자에 설탕을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저으며 녹이는데 보기좋게 녹기 시작했다. '아싸' 하는 순간 예쁜 불꽃이 녹은 설탕에 붙어서 불길이 치솟았다. 너무 가스렌지에 가까이 대고 있었던 것. 두번 고민도 안하고 그대로 싱크대에 담아놓은 물로 국자 직행. 실패.

2차 도전.
이번엔 너무 멀찍히서 설탕을 녹였나보다. 불이 약해서인지 가운데는 살짝 녹고 국자의 가장자리는 나무젓가락으로 젓는동안 묻은 설탕이 굳어서 뭉치기 시작. 굳은 설탕을 녹이겠다고 가까이 가져간 순간 가운데 녹아 있던 설탕에 불이 붙음. 싱크대로 직행. 실패.

3차 도전.
국자의 모양과 가스렌지의 불을 형태로 보아 불의 세기 자체보다 불과의 거리가 중요한 인자임을 확인. 거리를 조절해 가면서 녹이기 시작. 이번엔 제대로 녹았다. 어느정도 녹이고 나서 베이킹소다를 찍어서 저어야 하는데, 젓가락에 소다가 묻어나질 않는다. 당황. 내 기억속에서는 쿡 찍으면 탁 묻어서 젓기만 하면 부풀어 올랐었는데. 찍느라 신경을 쓰는 순간 왼손에 쥐고 있던 국자의 높이가 내려갔나보다. 다시 불 붙음. 실패.

4차 도전.
베이킹소다를 스푼으로 옮길 수 있게 세팅해 놓고 다시 시도. 잘 되는가 싶었는데 국자에서 쏟아놓고 평평하게 펴기 위해 누른 누름틀에 달고나가 늘어 붙어서 떨어지지 않음. 떼려고 힘을 줬더니 부서져 버림. 실패.

5차 도전.
찾아보니 기름을 살짝 둘러야 하고 차갑게 유지해야 한단다. 기름을 발라놓고 다시 시도. 적당히 눌러지긴 하는데 색이 아무래도 다르다. 먹어보니 약간 쓴 맛이 나는게 설탕과 베이킹소다의 배합비가 맞지 않는다. 실패.
이 때부터 레서피를 찾기 위한 시도.

6~8차 도전.
레서피 찾기. 배합비에 따라 눌렀을 때 두께도 달라지고 맛도 달라지고 색도 달라짐. 결정적으로 모양틀로 눌렀을 때 잘 눌려지지 않음.

결국 오늘 사용하겠다고 생각했던 설탕을 모두 소모하고 일단 종료. 결과물을 아이들에게 가져가니 다행이도 좋아하고 잘 먹어준다. 휴..

일단, 달고나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달고나용 국자가 꼭 필요함을 알게됐다. 일반 국자는 가운데는 녹고 가장자리는 덜녹거나 국자에 늘러붙은 후 까맣게 타버려서 색도 맞추기 어려울 뿐더러 녹는 시점과 점도가 제각각이라 베이킹소다를 넣을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그리고 넓은, 쟁반이 필요. 손바닥 만한 곳에 달고나를 붓고 누르자니 천천히 부어야 하는데 붓는 동안 아래쪽이 굳어 버려서 누름틀로 눌렀을 때 얇게 펴지지 않는다. 넓은 쟁반이나 판에 '탁!' 쳐서 떨어뜨리곤 바로 눌러야 얇게 펼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에게 인터넷에서 달고나 국자 하나 사달라고 하긴 했는데 계속 고민중이다. 이게 꼭 그렇게 까지 해서 애들을 먹여야 하는 음식인가????? 어쨌든, 첫째가 그랬다. "그런대로 모양이 나온 것도 있기는 있네요." 땡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