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1일 목요일

해넘이

그래, 이 나라에 오자.




2015년 7월 19일 일요일

Beethoven: Symphony No. 9 "Choral" - Allegro Assai Movement 4

일에 관련된 내용이라 구체적으로 블로그에 적을 수는 없지만 어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뭔가 기분을 좀 더 즐겁게 하고 싶어 음악을 이리저리 찾다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이 걸렸다. 정확하게는 Symphony No. 9 "Choral" - Allegro Assai Movement 4. 듣고 있는데 흥이나서 지휘하는 손짓을 혼자 호텔방에서 할 만큼 정말 좋았다.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음악. 그 순간의 내 기분에 너무나 적절한 곡이었다.

음악을 링크를 걸고 싶어서 유튜브를 찾다가 단지 음악이 나오는 것 보다 더 적당한 동영상을 찾았다. 보면서 '그래, 음악을 하는데 폼잡는 것 필요 없이. 이런게 음악 아니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감상하시기를.


2015년 6월 9일 화요일

생일 케이크

첫째와 둘째가 내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서 '깜짝 파티' 를 해야 하니 나보고 케이크 만드는 걸 보지 말고 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느 선까지 모르는 척 해줘야 하는지 몰라 막내를 재울겸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30분쯤 지나서 얼추 됐다는 아내 말에 방에서 나왔는데 그럭저럭 모양을 갖춘 케이크와 두 아이들의 생일축하 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happy birthday to you~' 로 시작해서 '생일축하 합니다~' 로 끝나는 어딘가 꼬인 노래이긴 했지만. :-)

내 생일 자체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은지 제법 됐지만 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가족들이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일로 머리가 복잡한 시기인데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저녁이었다. 땡큐 모두들. :-) 

2015년 6월 7일 일요일

Haruki Murakami, Piet Mondrian and William Ackerman

1.
나는 메세지를 인위적으로 전달하려 애쓰는 글이 싫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효과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글에서 취하는 과한 상황 연출이나 강조 등이 불편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마치 긴장감을 견디기 싫어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이랄까. 물론 메세지성이 강한 글이나 소설을 아주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빠져들기도 한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이나 양귀자의 희망 같은...- 그래도 '선호하다' 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해석하자면 나는 메세지성이 아주 강한 글은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선호하는 글은 건조하게 '이건 무엇이다' 라는 식으로 내뱉는, 마치 무언가에 대한 설명문 같은 글이다.

내가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만 들자면 바로 그 이유, 메세지성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물론 역설적이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상징성이 강하고 메세지 역시 강렬하다. 다만 작가가 그것을 굳이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상황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덤덤히 책 속의 상황을 '그려내듯 보여' 줄 뿐이다. 그리고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적인 부담을 느끼는 경우는 전혀 없다. 독자에게는 아주 간단한 선택지만 주어질 뿐이다. 소설속 상황을 무덤덤하게 '느끼'거나 책을 덮어버리거나.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래서 그토록 하루키의 작품들을 좋아하면서도 막상 누군가에게 그 작품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대단히 곤란해 한다. 무언가 메세지로 구체화된 것을 '찾아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보고 '소설이 그리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남에게 '언어'로 번역하여 전달하는게 어렵다. 하고 싶지도 않다. 내 '느낌'을 '언어'로 번역하는 순간 왜곡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굳이 표현하자면,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는지 설명은 못하는데 그냥 그의 글이 좋다' 정도가 될까.

2.

한때 피트 몬드리안의 컴퍼지션 시리즈에 정신없이 빠져 지냈던 적이 있다. 원래부터 곡선 보다는 직선을 좋아하긴 했지만 몬드리안의 컴퍼지션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며칠동안을 조금이라도 고품질의 이미지를 웹에서 찾기 위해-원작을 국내에서 볼 방법은 없으니- 다른 일을 못했을 정도로 흠뻑 빠졌었다. -중학생때인가 차가운 추상이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암기하라고 배운 것은 논외로 치자. 그 땐 그의 작품도 제대로 보지 않고 몬드리안 = 차가운 추상 이라고 외우기만 했으니 - 이 때가 박사학위를 받기 직전이었는데 미술에 관심을 갖게된 첫번째 경험이었다.

하루키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에서도 어떤 메세지를 끌어 낸다는 것은 - 적어도 내게는- 불가능하다. 그냥 작품 자체로 보고 좋으냐 아니냐의 구분만 가능할 뿐. 선과 면 그리고 색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이 왜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받는것이 싫어서 어디가서 말도 꺼내지 않았었다. 도대체 내가 좋다는데 왜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것인지.

3.

대학교 1학년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 혹은 그 즈음.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으니- 그때만 해도 아직 학교 앞에 음악사가 있었고 지나가다 문득 들어가서 CD를 뒤적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처음 보는 앨범을 집어들고 나왔다. 이유는 앨범 재킷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이 앨범이 William Ackerman 의 Passage 라는 앨범이다. 그리고 이후 몇년간 거의 이 앨범을 끼고 살았다. 그 전까지는 기타 연주곡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 앨범으로 기타 연주곡에 대단히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안타깝게도 이 앨범만큼-심지어 William Ackerman의 다른 앨범조차도- 마음에 드는 기타 연주곡은 없었다. 아무래도 내 음악적 취향은 건반악기 쪽으로 치우쳐 있는 듯 하다.

가사가 없어 '언어'의 형태로 내게 전달하는 메세지가 없고, 마치 창문 밖의 풍경을 덤덤하게 내게 보여주는 듯한 그런 건조하고 덤덤한 느낌이 좋았다. 내가 무엇을 느끼든 그것은 온전히 내 몫일 뿐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그는 내게 어떠한 느낌도, 메세지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 건조함속에 온전히 내가 받는 그 '느낌'...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원시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토록 빠져 살았던 것 같다.

4.
지난 며칠을 아내가 예전에 선물해준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있다. 선물 받은 지는 한참이 됐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가 주말동안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이, 몬드리안의 그림이 그리고 애커맨의 기타 연주가 생각났다. 저 책을 다 읽고 나면 오래전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들을 다시 구해서 봐야겠다. 애커맨의 CD도 다시 찾아서 듣고.

감기약을 먹고 있는 탓에 술을 마시지 못하는게, 그래서 찬장에 놓여 있는 반쯤 남아 있는 나파벨리산 와인이 무척이나 아쉬운 밤이다.

2015년 6월 6일 토요일

카페로 책읽기 나들이

첫째 둘째와 함께 셋이서 저녁무렵 동네 카페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동안 카페를 종종 가기는 했어도 항상 나와 아내의 커피가 목적이었고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수단은 그리 고려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두 아이들에게 책을 한권씩 챙기라고 하고 나 역시 책과 노트북을 챙겨서 '시간을 보내러' 카페에 갔다.

나름 첫 시도라고나 할까? 과연 아이들이 나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아이들이 책에 집중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아직 글씨를 읽지 못하는 둘째가 한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해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 역시 예상했던 것 보다 오래 버틴 것. 덕분에 나 역시 간만에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항상 짧은 텀으로 아이들에 의해 무언가를 해주거나 움직여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집에서 책을 읽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제 가끔씩 아이들과 이렇게 책읽기 나들이를 다녀도 될 것 같다.

2015년 5월 25일 월요일

캠핑 흉내

작년 겨울부터 아내와 이리저리 재보기만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캠핑. 여기서 중요한 건 '재보기만' 하고 있다는 것. 무작정 시작하는게 제일 속편한 방법이긴 한데 둘 다 그 '무작정' 이 되는 성격이 아니라 제대로 시작을 못하고 있다.

장점은 분명하다. 한창 에너지를 발산하며 놀아야 하는 나이가 된 첫째와 둘째를 실내에서만 놀게 하는 것 보다는 밖에서 놀게 하는게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따로따로 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어렸을때의 경험을 비추어 보더라도 나가서 텐트치고 있으면 어쨌든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고 같이 무언가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유대관계 형성에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일상을 벗어나 색다른 무언가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유행하면 모두가 달려드는 문화 탓이랄까...너도나도 뛰어 들면서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어 올라 버렸다. 매달 한번씩 가지 않으면 본전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 그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랄까. 내 기억의 텐트치고 하는 캠핑은 저렴한 숙박 수단이었는데.아이들과 놀고자 하면서 돈 아낄 생각 하는게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감 배제된 놀이 문화를 아이와 즐기는 것도 다른 의미의 사치임에는 분명하다. 노는 주체는 아이뿐만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이니까.

그래서 장기 출장을 다녀온 지난 주말, 온 가족이 짐을 꾸려서 캠핑 흉내를 내볼 수 있는 캐러반 숙박 시설을 다녀왔다. 일단 한번 싼 값에 해보자는 시도. 바베큐 그릴에 고기도 굽고, 첫째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마시멜로우 구워 먹기' 도 해봤다. 숯이나 장작이 아닌 석탄으로 불을 피워주는 탓에 불 조절이 잘 안되서 고기는 타고, 마시멜로우는 제대로 구워지지 않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나름 나쁘지 않았다. 차라리 가끔씩 이렇게 돈을 들여서라도 글램핑과 같은 시설을 가끔씩 이용하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문제는 내가 원하는...자연속에 파묻힌 하루밤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겠지.

좀 더 고민을 해보자.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는데 처음이라 신기해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인지도 불분명 하니까. 음...그런데 사실 나나 아내는 그렇게 자연에서 하루이틀 푹 쉬다 오면 좋긴 할 것 같다. 아이들 덕분에 쉴 수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2015년 5월 10일 일요일

Wicked

출장을 다니면서도 휴일이면 그저 호텔방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일반적이었다. 뭘 해도 그닥 즐겁지도 않고 흥미도 일지 않았기 때문.

오늘은 예외적으로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Wicked. 오리지널 극장인 Gershwin theatre 가 호텔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데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시작 15분전.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 세차게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