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3일 일요일

금계국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주는 존재로 꽃 이상인 것이 있을까. 하루 밤 사이 그 형태를 바꿔 화려한 색상을 뽐내는 꽃들이야 말로 자신의 존재를 시간속에 도드라지게 나타내는..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시선을 던져보면 꽃은 단지 시간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땅을 알려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3월의 독일은 야생 장미와 후리지아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4월의 한국과 일본은 벚꽃의 시간이다. 5월로 넘어가면서 이 땅은 수수꽃다리의 향이 넘실거리고 6월이 되면 금계국의 짙은 노란 꽃잎이 자태를 뽐낸다.

오늘 밤 산책을 하다 동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금계국을 마주쳤다. 시간이 이렇게 가고 있는데, 이 꽃이 필 시기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제 한국을 떠나기까지 보름가량 남았다. 미국으로 가게 되면 아마도 또 다른 그 땅의 꽃을 마주할테고 그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또다시 시간을 인지하기 시작하겠지.

아마 이 꽃이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들꽃이리라. 그 기억을 강제하기 위해 사진을 한장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