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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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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멀리 보이는 날이 있다. 공기가 깨끗하고 시야가 좋아서 멀리까지 잘 보인다는 말이 아니라, 발밑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걸음을 옮기기 바쁜 일상중에 어느 순간 문득 멈춰서서 시선이 멀리.. 하늘이나 지평선 너머를 쳐다보듯 멀리 있는 곳을 향하게 되는 그런 날이, 살다보면 종종 있다. 그렇게 시선을 멀리 두게 되면 필연적으로 걸음이 느려지거나 대부분은 멈춰 서게 된다. 예외는 없었다. 바로 발 밑을 보면 종종걸음을 걷게 되고, 멀리 보면 느려지거나 서있게 된다. 이게 인과관계인지, 상관관계인지 아니면 반대로 걸음을 멈췄기에 멀리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건지 선후 관계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하늘에 펼쳐진 노을이든, 아니면 눈을 감아야 펼쳐지는 마음의 지평선이든 상관없이, 그렇게 멀리까지 보이는 날이면, 마음의 잔물결들이 사그러들고 좀 더 깊게 가라앉아 있던 여러가지 것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지나갈 것들에 대한 생각들. 지나간 시간, 풍경. 그리고 사람들. 내 삶에서 어느덧 지나간... 멀리 가버린 그런 사람들.
시선을 멀리 두고 차분히 가라앉아 있을 때 떠오르는 감정이 평온함인지, 쓸쓸함인지 아니면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그리움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마흔 세번이나 의자를 옮겨가며 해지는 모습을 바라봤던 어린왕자는 분명 쓸쓸함이었겠지만, 뒷마당에 앉아 시선을 멀리 두고...그렇게 있는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이 쓸쓸함인지 그리움인지 구분짓기는 정말 어렵다. 혹자는 '그게 그거'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심하게 어휘를 선택해서 생각하고 글을 쓰려다 보면 이 둘은 분명 다르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지난 몇 달, 유난히 멀리까지 시선이 가 닿은 날이 많았다. 그리고 그 수만큼 사람들이 떠올랐고, 풍경이 떠올랐고, 그 시간속의 내가 떠올랐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횟수는 많았으되 이어지지 않는 날들이었고 매번 단절되는 그런 시간을 통해 내 마음 깊숙한 곳의 이야기를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는…

Jack-o-lan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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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농장에서 가져온 대형 호박으로 아이들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하던 Jack-o'-lantern 을 만들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와 아내도 처음만들어 보는 거라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어려울지 전혀 감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칼을 써야 하는 일을 제외하면 모두 세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서 했다.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가지 않으면 성공이라는 예상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만들어졌다. 호박 속을 파내는 것도, 눈 코 입을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수월했다. 이렇게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아이들마다 하나씩 해도 됐을텐데. 내년에는 하나씩 해줘야지.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첫째가 자진해서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찍을만큼 아이들이 좋아한다. 진작에 만들어 볼 걸. 
사진을 찍기 위해 초를 넣어보기는 했는데 이 상태로 밖에 내놓을 수는 없고, 내일 LED캔들을 하나 사서 넣어놔야겠다.

Corn M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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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불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주말. Corn Maze를 즐기기 위해 Bullock farm을 방문했다.  옥수수밭 미로 탐험도 하고, 농장 동물들 먹이도 주고, 간단히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놀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그 몇시간 진이 빠질만큼 만큼 뛰어 놀았다.(옥수수밭 미로는 첫째의 인도하에 벽을 뚫고 탈출했;;;). 마지막에는 할로윈 준비를 위해 호박도 샀는데 잭-오-랜턴을 만들기 위한 대형 호박 하나와, 아이들 각자가 마음에 드는 애기 호박 한두개씩 들고 왔다. 작년에는 9월쯤 apple picking을 다녀 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일부러 농장을 방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10월인 지금은 확실히 그 때보다 뉴저지 지역의 감염자 추세는 진정이 되었고, 다시 증가하는 추세인지라 지금이 아니면 당분간 또 나들이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녀왔다. 뭐, 벽을 뚫고 나오는 바람에 생각보다 너무 일찍 미로 찾기가 끝나기는 했지만 아이들 모두 재미있어 했으니 그걸로 나는 만족. 오가는 길도 가을이었고, 농장도 가을이었다. 간만에 나들이를 즐긴 주말. 이제 가져온 호박으로 잭-오-랜턴을 만들 순서. 잘 만들 수 있겠지?
ps그런데 Bullock farm 이 있는 곳의 도심이 참 마음에 들었다. 신도시 분위기의 깔끔하고 정동된 느낌. 뉴저지가 아니라 꼭 애틀란타 스와니나 뷰포드 같은 느낌의 도시였는데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불가능하지만..

불면(不眠)

새벽 3시. 한시간 반 전에 깨서 지금껏 잠들지 못하고 있다. 내일(이제는 오늘) 오후에 아이들과 corn maze 도 다녀오기로 했으니 푹 자지 못하면 피곤할텐데, 이미 망했다. 새벽에, 반드시라고 할 만큼 꼭 잠에서 깬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시 잠을 자야 하는데, 물 한모금 마시고는 자꾸 옆에 놓아둔 킨들을 켠다. 그러면 한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정신도 또렷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뉴스는 보기 싫고, 페이스북은 이제 가벼이 일상을 포스팅하는 사람의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 새로 고침 몇 번이면 광고만 또는 정치, 종교와 같은 무거운 주제의 글만 남아있고, ...하여 다른 무언가 읽을만한 것이 없다. 그냥 책을 읽을 뿐. 위스키나 와인이라도 마시거나 자전거라도 진이 빠질만큼 달리고 와야 깊이 잠이 들텐데 임플란트를 한 덕에 술은 입에도 못대고, 이틀 전부터 내리는 비에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 요즘 자전거는 주중에 타기 어려운데, 해가 짧아지고 도로에 차가 늘어나면서 일과 후 자전거 타기도 만만찮다. 그러니 그래블 코스를 찾아가는 주말을 놓치면, 그 주를 공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벌써 2주째. 며칠째 내리는 가을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줄기차다. 내일 아침에 상황 봐서 자전거를 타려던 생각은 접어야 하는건지. 여름과 달라, 비온 뒤 해가 뜨더라도 도로가 쉬이 마르지 않는다. 흙길은 말 할 것도 없고. 어제는 누군가에게 메일이 쓰고 싶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일상의,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주절거림을 담아. 그런데 마땅한 수신처가 없다. 메신저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메일과 같이 긴 호흡의 대화를 할 상대를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몇 안되는 그런 상대들이라도 또 나름의 이유가 있어 메일을 보내기 어렵다. 대화는 그립지 않은데, 글은 그립다.

한국 배

미국 과일만 먹던 아이들 입에 한국 마트에서 사 온 배가 너무 맛있었나보다. 배 때문에 조금 전 첫째와 둘째가 싸웠다. 간식삼아 사과와 같이 깎아 놨는데, 사과는 찬밥이고 배만 인기다. 그 와중에 첫째가 입에 하나를 물고 얼른 또 하나를 포크로 찍어서 가져갔다. 하나씩 공평하게.. 서로 순서대로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둘째가 형 손에 든 걸 내려 놓으라고 하다가 형이 거부하자 손을 뻗어 그걸 빼앗았고, 동생의 반란에 분노한 첫째가 나름 폭력을 행사했다. 조금 전에 각자가 할 말이 많고 억울한 두 아이들을 따로따로 불러서 타일러 놨는데 지금 가만히 들어보니 서재에서 둘이 서로 누가 더 잘못했는지 언쟁중이다. 잠시 듣다가 이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더 이상은 관여하지 않기로 하고 그냥 두는 중. 다 떠나 한국 배가 잘못이다. 왜 그리 아삭거리고, 달고, 맛있어서.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사과와 배가 있으면 배만 골라서 먹었던 것 같은..?)여튼 이번 주말에 좀 더 사와야겠다.

돕소니안 망원경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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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을 사겠다고 올 초부터 집안일을 하며 용돈을 모은 첫째와 둘째를 위해 약속대로 망원경을 주문했다. (처음 목표 금액을 정할 때 사려던 것 보다 좀 더 좋은 것으로 주문했는데 모자라는 금액은 아빠가 매칭해주는 걸로) 원래는 추수감사절에 사는게 계획이었는데, 아이들이 한달 먼저 목표 금액을 채워서 미룰 이유가 없었다. 요즘 날씨가 좋아 집에서도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이는데 이번 주말에 도착하면 좋겠다.(화성도 유독 밝은 시기고...)

스페인어 공부

이번주부터 첫째와 함께 매일 저녁에 한시간씩 서재에 같이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목적은 아이의 스페인어 공부. 영어 따라가기도 바쁜데 필수 제2외국어가 스페인어라 이것도 공부해야 한다. 아이 말로는 '하나도' 모르겠다고. 일단은 적응이 먼저라 몰라도 괜찮다고 했는데, 너무 모르니까 아이가 수업시간에 자존심이 좀 상하는 모양이다. 나도 스페인어는 전혀 몰라 도와줄 수도 없고 온라인 클래스를 듣는것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될 때 효과가 있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쉬운 일상 생활 스페인어 책을 한권 사서 매일 다섯 문장씩 쓰면서 외우기로 아이와 공부 방법을 정했다. 발음을 도와줄 수도 없어 내가 구글번역기로 문장 발음을 들려주면 아이가 듣고 따라 하면서 쓰고 그렇게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중. 첫 날 하는 걸 보고는 둘째도 자기도 스페인어 모르니까 같이 공부하게 해달라고 해서 둘째도 같이 시작했다. 둘째는 하루 세 문장씩. 하는 김에 다른 학교 숙제나 공부도 그 시간이 함께 하기로 하면서 한시간이 제법 금방 지나간다. 일단 셋이 서재 책상에 마주 앉아서 같이 공부하는 시간은 좋긴 한데, 목표했던대로 아이들의 스페인어 실력도 조금씩 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