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11월 30일. 아버지의 17번째 기일. 원래는 온 가족 함께 저녁 미사를 드리고 성당 추모관에서 향을 피워 올리고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지난 추수 감사절에 함께 어울렸던 아이중 한명이 Covid19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 이번주 내내 온 가족이 격리 중이어서 가지 못했다. 나를 포함 다른 가족들은 모두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첫째가 아직 결과를 받지 못해서 고민하다 나만 대표로 미사에 다녀오기로 하고 조금전 다녀왔다. 모처럼 다른 가족이 없이 혼자라는, 누군가를 항상 챙겨야 하는 가장이라는 부담이 없어서 였을까? 정말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사가 시작되고 신부님께서 연미사 명단을 읽으면서 아버지 이름을 부르셨을 때부터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졌는데 어떻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렀다. 독서에서 어떤 성경 구절을 읽었는지, 어떤 강론이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계속 눈물만 쏟았다. 보다 못했는지 수녀님께서 티슈를 몇 장 뽑아서 손에 쥐어 주셨을 만큼. 아버지 기일에 이렇게 눈물을 쏟아 보는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수많은 다른 아들들처럼 나 역시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부드러운 편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갈등이 심한 관계였다고 보는게 맞다. 깊게 패인 감정의 골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그 시간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후 수없이 많은 삶의 굴곡을 겪었지만 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그리웠다. 너무 그립고, 보고 싶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이 서글퍼서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아버지를 용서한 것인지, 아니면 17년이나 지난 이제서야 내가 아버지께 용서를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용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제 그런건.. 누가 누구에게 잘못했고 누굴 원망하고 하는 것 따위 아무 의미가 없는 나이가 된 것인지도. 특히 부모 자식 사이에는 더욱. 집에 돌아와 사진첩의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