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Showing posts from May, 2026

여우

  막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길에 길 옆을 총총 걸어가고 있는 여우를 마주쳤다. 운전석에 있는 나는 못봤는데 조수석에 앉아 있던 막내가 먼저 발견했다. 입에 뭔가를 물고 있었는데 사냥에 성공해서인지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막내와의 대화는 저 여우가 '그 여우' 인지에 대한 쪽으로 넘어갔다. '그 여우' 가 뭐냐 하면, 얼마 전에 막내가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장 가장자리 수풀에 자리를 잡고 새끼를 낳아 기르기 시작한 여우를 말한다.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야생동물 보호 센터에서 생포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게 금지되어 있어서 새끼를 다 길러 떠날때까지 그대로 두는 수 밖에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여우가 새끼를 키우는 수풀 가까이 가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으나 아이들이 말을 들을 리 없다. 이 여우도 사람에게 공격적이지 않고 꼭 길고양이처럼 굴어서 대담한 몇몇 아이들은 여우를 쓰다듬어 준 적도 있다고. 선생님들은 뒷목 잡을 이야기지만 아이들 사이에선 영웅담처럼 돌아다닌다. 막내와 내가 오늘 아침 여우와 마주친 곳은 학교에서 길 하나 건너면 되는 곳이고 보금자리로부터 따져도 0.5마일 정도 거리라 충분히 그 여우일 수 있다. 재작년부터 여우를 마주치는 경우가 느는데 아무래도 여우들이 돌아온 것 같다. 이 동네에 처음 왔을땐 토끼들이 그렇게 많았다. 그러다 고양이와 여우가 늘면서 토끼가 줄어들더니 이어서 여우도 사라졌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다시 토끼들이 많이 보인다 싶더니 여지없이 여우들도 늘고 있다. 내년 정도면 처음 왔을때만큼 토끼가 많아지고 여우도 많아질 것 같은데, 햇수로 따져보니 이 동네에 온지 7년을 꽉 채웠고 이제 8년차로 접어든다. 야생의 먹고 먹히는 관계가 변화를 거쳐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리나보다. 그러고 보니 다음달이면 미국에 넘어온지 8년을 채우고 이제 9년차에 접어든다. 10년 살면 집 같이 느낀다고 하던데 정말 그러려나. 시간 참 빠르다.

블루제이

블루제이는 남서부를 제외한 북미 대륙 대부분에 넓게 서식하는 텃새로 뉴저지에서는 흔히 보인다. 예쁘기는 한데 자주 보다 보니 점차 별 신경 안쓰게 되는 그런 흔한 텃새. 그런데 막내는 블루제이를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에 나오는 그 파랑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블루제이를 보면 행운이 뒤따를거라고 믿는다. 오늘 아침 학교 오케스트라 연습을 위해 일찍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내가 오늘이 벌써 5월이네 하고 지나가는 말을 던졌는데 막내가 4월에 블루제이를 다섯번이나 봤으니 이번달에는 우리 다섯 식구 모두에게 좋은 일이 한가지씩 생길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아이의 말에 손뼉까지 쳐 주며 공감해줬다.  그래, 오월에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일이 한가지씩 꼭 생길거라고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