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샛별, 개밥바라기별 그리고 생각의 배설
이틀전 금요일.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했던 책이 도착했다. 당일 배송을 가장 큰 광고 문구로 삼는 곳이었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를 거치면서 본의 아니게 배송일을 거짓말 한게 되어 버렸다. 책을 주문하던 날 아침, 분명 홈페이지에는 ‘지금 주문하면 금일 배송됩니다’ 라고 적혀 있었고 주문 후 메일인가 휴대전화 문자로 온 배송 예정일 통보 역시 그날 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저녁을 책을 손에 쥐고 보내려 했던 내 계획은 틀어져 버렸고 너무 늦게 계획을 세웠던 터라 별다른 대책도 없이, 결국 별볼일 없는 TV 프로그램 사이를 리모컨으로 옮겨다니며 보내야 했다. 징검다리 휴일이라며 많은 회사에서 연말까지 긴 연휴를 준 지난 금요일에야 책이 도착했고 연말 회식에 친구들끼리 갖는 송년회까지 겹쳐 책은 차 뒷자석에서 그렇게 이틀을 더 나와 대면하지 못하고 놓여 있었다. 일종의 충동 구매라 할 수 있는 마우스 클릭질로 샀던 그 책의 제목은 ‘개밥바라기 별’ 이었다. 사람이 지적 동물임을 증명하는 수단 중 하나인 ‘체계화 된 언어를 통한 느낌의 구체화’ 라는 것이 얼마나 별볼일 없는 것인지 그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는 순간 다시한번 깨달았다. 금성(金星) 이라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한자어에 비해 개밥바라기별 이라는 순 우리말은 얼마나 색다른 느낌을 주는가. 그것이 순 우리말이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 책의 제목을 금성 혹은 샛별 이라고 지었으면 어땠을까. 아니, 아예 이 시대가 앓고 있는 영어 상사병에 부합되게 venus 라고 붙였다면 어땠을까. 동일한 사물을 지칭하는 많은 어휘가 있고 이중 평소 들어보지 못한 어휘가 사람들의 주목을 조금 더 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개밥바라기별 이라는 제목은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물론 아직 소설을 반의 반도 채 읽지 않은 입장에서 그 제목의 적절성을 논하는 것만큼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없겠지만 어쨌든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