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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March, 2013

보고서

심한 몸살 감기로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어 끙끙대다 차라리 움직이자는 생각에 새벽부터 일어나 따뜻한 차 한잔을 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일요일인 오늘도 아침에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오고나면 출근해야 하니 지금 마시는 차 한잔에 감기가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토요일 일요일 모두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심플하다. 내일, 그러니까 월요일에 사업부장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는 자리와 안건이 있다. 그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보고 준비 자체는 너무나 이른 시기에 쉽게 끝냈다. 다른 이의 도움을 크게 받을 것도 없었고 오히려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아이템이었기에 준비가 어렵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업부장이 제시한 생각에 사업부장을 제외한 회사의 해당부서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었으니 역시나 반대 입장인 내가 의견을 개진하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듯 하다. 모두가 반대했던 일에 사업부장이 한번 더 검토해보라는 식으로 압력을 가했고 마지못해 내게 떨어진 숙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아침에 상황이 바뀌었다. 한주를 마감하는 날이어서 보스들은 모두 회의에 들어가 있고, 오후에는 조직강화 행사도 있고 해서 약간은 느긋한 시간이었는데 그 때 월요일에 보고할 자료를 다시 열어서 혼자 리뷰하다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략화 해서 표현하자면 현재의 방식에 대해 사업부장이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제안을 했는데 거기에 대한 검토 보고를 하는게 우리 팀에 주어진 숙제였고 담당자로 내가 적임자라는 팀장의 판단에 내가 직보를 하게 된 아이템이었다. 사업부장의 제안은 제품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잘 모르는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이의 제기였고 내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은 모든 사람들은 이를 사업부장이 제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해프닝으로...그러니까 안해도 되는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숙제로 인지하고 있었다. 보고서가 ...

나른한 삶에 대한 기억

잠이 오지 않아 예전 블로그 글들을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 문득 왕십리에서 자취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아마도 내 블로그에서 가장 감상적인 글을 남겼던 시기가 그 때였기 때문이리라. 글 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어쩌면 그렇게 감상적인지. 그 때 살던 오피스텔이 15층이었고 창문 바로 옆에 침대를 붙여 놓았기 때문에 매일 밤 침대에 기대어 앉아 창문턱에 술이 담긴 유리잔을 한잔 올려놓고는 야경을 보면서 잠이 들었고, 휴일 아침 늦잠을 자기라도 한 날이면 파랗게 펼쳐진 하늘을 보면서 커피 한잔의 여유와 함께 일어날 수 있었다. 날이 좋은 저녁이면 멀리 사는 사촌 동생이 맥주 한잔 하자며 찾아올만큼 멋진 맥주집도 집 바로 옆에 있었다. 요약하면 감상적이 안될래야 안 될 방법이 없었던 환경이었다. 사진을 찾아보니 한장의 사진도 남아 있지 않다. 사진 찍는 취미가 없던 시절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그 때 내려다 보던 그 야경을 다시 보기 어렵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지금은 모두 재개발이 되서 번듯한 건물이 왕창 들어섰을텐데. 그 때는 참 젊었다. 아니 어렸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창문을 열고 1층 화단에서 올라오는 비 냄새와 창문을 두드리는 비소리를 즐기며 행복해 했었고 TV하나 없는 좁은 방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즐거워 했었다. 조금은 나른했던 날들이었고 조금은 여유 있었던 날들이었다. 아마 지금의 내가 당시의 나를 만난다면 치열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잔소리를 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박수를 쳐주며 즐겁게 웃을지도. 여하튼 학사경고를 받고도 멋적게 웃어 버리고는 여전히 등산 배낭을 책가방으로 삼아 학교를 다니다 날이 좋으면 그 길로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었으니 그걸 나른한 삶이었다고 말하면 너무 점잖은 표현인걸까? 어쨌든 요즘의 20대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른함이 미덕 까지는 아니라도 흠은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다시금 사진을 하고 싶어하고 여행을 다니고 싶어하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걸 보면 나른한 삶에 대한 욕구가 제법 밀려오...

아이의 꿈

규헌이는 커서 공룡이 되는게 꿈이다. 시기에 따라 용감한 공룡, 튼튼한 공룡 혹은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같이 구체화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핵심은 공룡이다. 그런데 어제 폭탄 선언을 했다. 공룡 과학자가 되겠단다. 털썩. 공룡 화석을 탐구하는 다큐를 너무 틀어줬나 보다. 아들! 하늘은 날아보지도 못했고 ...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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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