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Showing posts from April, 2021

Among us

Image
어제 한 이웃 가정을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어른들이 식사 테이블에 둘러앉아 와인을 마시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 집 사내아이 셋, 그 집 사내아이 넷 도합 일곱명의 아이들이 온 집안을 뛰어 다니며 놀았다. 닌텐도로 게임도 했다가, 보드 게임도 했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다행이 집을 부수지는 않았다는. 그런데 날이 어두워져서 밖에서 놀기는 애매하고.. 해서 집 안에서 놀던 어느 순간, 모든 아이들이 모여서 술래잡기 처럼 보이는 놀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규칙이 뭔가 이상했다. 술래잡기로 본 이유는 중간중간 말 없이 tag 을 하는 상황이 있고 tag을 당한 아이는 뭔가 굉장히 아쉬워 하더라는. 그런데 뛰어 다니지 않고 말 없이 그렇게 놀다 중간중간 서재에 다들 모여서 뭔가 한참 이야기도 하다 흩어지는 등 내가 아는 술래잡기가 아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Among us 를 했다고. 그제야 이해가 갔다. 재미있었을 것 같은게, 우리 집이 반층씩 올라가는 구조여서 안방이 혼자 쓰는 꼭대기 층을 제외 하더라도 층이 네개나 되고, 각 층마다 방 또는 방처럼 고립된 공간들이 많다. 그 공간들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게임을 한 건데, 내가 어렸을 때 했던 마피아를 찾는 게임을 몸으로 뛰어 다니며 했으니 재미가 없을리가 없었다. 아이들이 모두 흠뻑 젖을 만큼 즐겁게 게임을 했다.  어른 입장에서도 좋았던 점은, 이 게임의 특징상 굉장히 조용하게 진행이 됐다는 것. 중간중간 서재에서 자기들끼리 범인이 누군지 토론을 할 때만 살짝 시끄러웠지만 서재 안에서 시끄러운 것이니 들어줄 만 했다.  나중에 정리하며 보니.. garage에 꾸며 놓은 내 Vision AI 테스트 세팅이 엉망이 되어 있기는 했으나.... 일단 부서진 건 없으니 이 정도면 만족. 남자아이들 7명이 4시간을 놀았는데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하다. 다만, 다음엔 아이들이 이용할 만한 공간들은 미리 치워놓는 걸로. 

주말 아침

Image
주말 아침.  가족들이 눈을 뜨기 전 이른 아침. 서서히 밝아오는 동쪽 하늘을 창문으로 확인한 뒤 조용히 거실로 내려와 주섬 주섬 짐을 챙겨 라이딩 나갈 준비를 했다. 요즘은 토요일 정오를 전후로 있는 세 아이들의 수영 클래스 라이드를 하느라 멀리까지 다녀오는 장거리 주말 라이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오늘은 오후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어서 아침 말고는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 아쉽지만 어제 저녁, 한주의 마무리 행사 처럼 즐기는 Friday wine 을 마시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덕분에 해가 뜰 무렵 좋은 컨디션으로 잠을 깰 수 있었다.  라이딩 나갈 때면 이래저래 챙길게 많다. 자전거 위에서 먹을 걸 챙기고, 이온 음료를 타서 만들고, 사이클링 컴퓨터와 골전도 이어폰을 챙기고, 스포츠 고글을 챙기고, 지갑과 휴대폰까지 말 그대로 주섬주섬이다. 그런데... 조용히 움직인다고 움직였음에도 아침 귀가 밝은 첫째가 그 소리를 들었나보다. 자기 방 문을 열고 나와 거실로 내려오더니 아침 인사를 한다. 같이 운동 나가겠냐고 물어보니 싫단다. 어제 마무리 못한 스크래치 코딩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학교 숙제는 아닌데 친구들과 나눠서 작업하기로 한게 있는 듯 이번주 내내 숙제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이 녀석은 친구들과 같이 스크래치로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둘째는 Zoom으로 친구들과 간혹 연결해서 이야기 만들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종종 그림을 추가해 작은 책을 만들어 막내에게 선물하고 있는데 막내는 그런 둘째형이 세상에서 제일 좋단다. 간혹 막내가 그 책을 들고와서 낭독해 주기도 한다. 나가서 농구 하는게 친구들과 어울리던 전부였던 내게 인터넷을 기반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이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Covid-19 이 세대를 반세대 정도는 앞당긴 것 아닐까 싶기도. 어쨌든 아빠의 제안이 끝나기도 전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싫어요" 하는 녀석의 반응이 아빠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

백신 접종

느낌으로는.. 미국은 Covid-19 백신이 남아 도는 듯 하다. 화이자 또는 모더나 중 특별하게 선호하는 백신이 있는게 아니라면 그냥 오늘 예약하고 내일 맞을 수 있다. 아내는 그래서 오늘 맞으러 다녀 왔고 나는 업무 일정 때문에 다음주에 맞기로 했다.  미국에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이라는 더 확실한 증거는 알래스카에서 나왔다. 알래스카주는 관광객들에게(내국인 외국인 관계 없이) 공항에서 백신을 놔주는 관광 프로그램을 며칠 전 발표했다. 입국할 때 백신 놔주고 2차 접종까지 알래스카에 머물면서 관광을 즐기다 출국 전 맞고 나가라는 뜻. (알래스카는 자가격리 기간이 대단히 짧다. 아니다 아예 없었던가... 암튼.)  그런데 이런 상황을 한국에서 부러워 하는 듯 하다. 내 생각에 그럴 필요가 없는데. 미국은 방역에 실패했기에 백신 말고는 답이 없어서 도박을 했을 뿐이다. 백신을 1년만에 개발했다고 칭찬을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거의 모든 과정을 스킵할 수 있게 풀어버린 트럼프 정부의 도박이 있었다.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사실 벼랑끝 마지막 선택이었다. 백신 부작용으로 죽으나, Covid-19으로 죽으나 그게 그거 아니냐는 자포자기였다고 할까. 하지만 백신을 이렇게 맞고 있음에도 미국은 여전히 매일 수백명이 죽어가고 있고 감염자는 수만명씩 나온다. 한달이나 일주일이 아니라, 매일 그렇다.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는 56만명을 넘었다. 당장 오늘 마트를 간다면, 아무리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쓴다 해도 한국에서 마트에 가는 사람보다 내가 Covid-19에 감염될 확률이 비교할 수도 없이 높다. 뭘 그리 한국 정부가 잘못했고 미국 정부가 잘했는가. 무엇보다 백신의 국가별 분배, 아니 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믿지 않는다. 3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미국이 백신이 남아서 관광객들에게 접종해준다고 할 정도인데 다른 나라들은 그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정상적인 수요-공급 상황이 아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기에 국가간 파워게임이 되어 ...

붕어빵

Image
미국에 넘어 오면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겠구나 하는 생각까지는 했는데, 붕어빵을 만들어 먹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뭔가 맛있는 간식을 항상 찾는 둘째의 성화에 못이겨 아내가 붕어빵 틀을 주문했다. 그러더니, 몇 번의 실패 후에 정말 한국에서 사 먹던 맛의 붕어빵을 만들어 냈다. 신기해라. 어쨌든 아이들의 폭풍 흡입과 칭찬에 아내의 어깨가 10cm 정도는 올라갔다.  그런데, 맛있기는 정말 맛있다. 이게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인종 차별 인지 감수성

성 인지 감수성 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하는 행동이 성차별/희롱/폭력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이런 부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굉장히 중요한 단어인게, 어릴때부터 교육을 꾸준히 받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는 성차별 또는 성폭력이 된다는 걸 모르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런 사람은 주위에서 아무리 타이르고 설명을 하더라도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그런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 아니니까. 성폭력을 행사할 생각도 없고, 성희롱을 할 생각도 없었는데 자기를 보고 남들은 그렇다고 하니 본인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성희롱/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본인이 깨닫지 못한 것 뿐이니까.  그리고, 한국 사람 대부분이 부족한 감수성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인종차별 인지 감수성. 반만년 단일민족이라는 역사를 가진 덕분에 한국 사회는 인종 차별과 배척이 뭔지 알 기회가 없었다. 대학생 때 요즘 단어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업 지도 봉사를 하면서 겪은 한국인들의 인종 차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더 기가 막힌건, 그들은 자기가 인종 차별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일부' 한국인들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대다수가 인종차별을 하거나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심지어 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 중 일부가 인종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걸 그 때 깨달았으니까. 그런 한국인들을 미워하거나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게, 앞서 말했지만 한국의 역사 자체가 인종 차별 인지 감수성을 키울 기회가 없는 그런 역사였으니까.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 5백명의 난민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한국 사회가 보여준 히스테리는 아마도 그 답이 될 듯 하다. 한국 사회가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거나,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

이메일 통한 블로그 내용 전달 기능 중지(From July 2021)

Google feedburner 팀이 2021년 7월부터 블로그 글을 이메일로 자동 발송하는 기능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냈다. RSS feed 는 여전히 지원 한다지만, 요즘 누가 RSS reader를 따로 이용해서 블로그를 구독할까 싶다. 10년 전에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 지금은 더 모르겠지. 구글블로그 같은 불친절한 글쓰기 플랫폼이 확실히 시대에 뒤쳐졌고 저물어 간다는 증거겠지만 그래도 기능 자체를 없애는 건 아쉽다. 특별한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도,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도 내 글을 읽고 싶어하는 이들이 편하게 글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이었는데.  더 좋은 글쓰기 플랫폼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구글블로그를 20년이나 유지했는데 이제와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고 싶지도 않고, 옮길 엄두도 나지 않는다. 몇 해 전부터 계속 하고 있는 고민이지만 여전히 결론은 없다. 

The Meritocracy Trap

Image
어제부터 시작해서 정말 숨도 못 쉬고 읽어 나가고 있다. 내일부터는 평일이라 책을 좀 멀리하고 일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  일단, 극단적인 주장이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100% 동의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진리라고 통용되는 관념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데 점잖게 공자왈 맹자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점에서 그런 극단적인 시선과 주장이 크게 불편하게 와닿지 않는다. 지나친 극단적 주장에 대한 판단을 잠시 옆으로 돌려 놓고 나면, 나머지 주장들에 대해서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애매하게 맴돌던 몇가지 내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로 꿰어지는 느낌을 받고 있어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좀 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만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Foggy morning

Image
이른 아침, 안개가 짙게 깔렸다. 하루종일 비가 예보되어 있다더니 따뜻한 봄 비가 내리려나보다. 

'싫어요' 라고 말하기

하루종일 신나게 논 아이들이 내일 오후에 있는 한글학교 숙제를 아직 안했다는 걸 뒤늦게 엄마에게 들켰다. 들켰다고 말하니 조금 이상한데, 안하고 몰래 넘어가려던 건 아니고 숙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잊고 있었던 것이니 들킨 건 아니다. 엄마 덕분에 알게 됐다고 하는게 맞겠지.  베이스먼트에서 내 일을 몇가지 처리하고 올라와보니, 수영 클래스도 있었던 날이라 원래 같으면 벌써 잠자리에 들었어야 할 시간에 세 아이들 모두 각자의 숙제를 하느라 테이블에 모여 앉아 열심히 글씨를 쓰고 있었다. 간식이라고 엄마가 깍아준 망고를 먹으면서. 대신 엄마는 아이들에게 숙제를 마치기 전까지 자러 침대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손글씨를 써야 하는 숙제였던 만큼 글씨 쓰는게 익숙한 순서대로 숙제가 마무리 됐다. 첫째가 제일 먼저 일어났고, 그 다음은 둘째가 노트를 덮고 일어났다. 혼자 남은 여섯살 셋째는 한숨을 내쉬며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옆에 가서 앉았더니 내가 앉자 마자 날 보면서 "오늘 다 못할 것 같아요." 한다. 잠시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나 고민을 하다 좀 더 대화를 이어가 보기로 했다.  "그러면 어떡하지?" 사실 입에서 바로 튀어나갈 뻔 했던 답은 "네 숙제인데 네가 안한 걸 어떡해. 성당도 가야 하고 주일학교 Zoom 수업도 들어야 해서 내일은 시간 없을텐데. 오늘 다 하고 자야 할거야." 였다. 그런데 참았다. 그리고 아이의 생각을 기다렸다.  "주일 학교도 아침 먹고 쉬었다가 하고, 한글 학교도 점심 먹고 쉬었다가 하니까 중간 중간에 숙제를 하면 될 것 같아요." 아이의 목소리가 살짝 긴장돼 있다. 아마 아빠가 안된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듯 했다. 긴 생각이 짧게 스쳐갔다. 그리고 처음 들었던 생각과 정 반대의 답을 했다.  "와!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다. 그러면 되겠네. 아빠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이...

I can't tolerate this anymore.

오늘 팀원 중 한명을 불러서 업무 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경고를 했다. 지난 1년간 내가 반복적으로 고칠 것을 요구했던 태도였기 때문에 당사자도 반발하거나 변명을 하지 않고 쉽게 수긍했다. 다만 마지막에 더 이상의 관용은 없으며 또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회사를 나가야 할 거라는 내 말에는 당황을 한 것 처럼 보였다. 사실상의 최후 통첩.  30분 가까이 무거운 분위기의 미팅을 마치고 Teams를 종료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가지 질문을 했다. 매니저들이 가장 팀에서 내보내고 싶어하는 엔지니어가 어떤 사람인지 아냐고.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하기에 바로 답을 알려줬다. 그건, 업무 역량과 처리 속도가 예상 되지 않는 사람이다.  설계 역량이 모자라거나 업무 지식이 부족한 건 오히려 괜찮다. 거기에 맞춰서 업무를 분배하면 되니까. 누군가는 일을 더 하고 누군가는 덜 하겠지만 그건 연봉과 직급으로 차등을 주면 되는거고, 팀으로는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다. 그런데 업무 성과가 들쑥날쑥 하고 평상시 업무 태도가 좋지 않아 지금 하는 일을 언제 완료할지, 어느정도 완성도를 보일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이렇게 팀으로서 업무를 분배하고 효율적으로 자원 관리를 하려는 노력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든다. 아무리 가끔씩 뛰어난 결과물을 내 주더라도 그게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이런식으로 원-팀 으로 움직이는데 지속적으로 방해가 되는 사람을 매니저들은 가장 싫어한다. 스티브잡스? 본인이 그런 혁신가라고 믿는다면 나가서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면 된다. 남의 월급 받아가며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본인이 그런 혁신가로 지속적이고 꾸준한.. 즉 예측 가능한 수준의 일정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면 모르지만 아니라면, 일단은 자신이 페이스를 유지 가능한 선으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 그게 기본이고, 팀의 구성원으로서의 매너다.  딱딱하고 무미 건조한 말투로 이어졌던 앞 30분의 면담과 달리 마지막 1분동안 했던 위 이야기는 최대한 부드럽게...

부활절

Image
1. 오전에 부활절 미사를 드리고 점심을 먹은 뒤 어제 실패한 heart loop 32마일 코스에 재도전 했다.  아직 몸 상태가 작년 한창때 만큼은 아니라 어제처럼 초반 오버페이스로 문제가 생길까봐 상당히 페이스 조절하며 달렸다. 그런데 뜻밖에 중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코스 기록도 좋았고. 문제는 이후에 발생. 어제 점심을 너무 많이 먹고 장거리를 달린게 라이딩 중간 찾아온 복통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점심을 적게 먹었는데 이번엔 거꾸로 너무 적게 먹었다. 혹시 몰라 식빵에 사과잼을 좀 발라오긴 했는데 그거 하나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던 것. 달리다 10마일 지점에서 식빵을 먹었음에도 20마일 지점에서 배고프다는 느낌이 들더니... 결국 몸이 쥐어짤 에너지가 더 이상 없어 봉크bonk가 왔다. 근처에 편의점이라도 있으면.. 혹은 맥도널드라도 있으면 뭐라도 사먹었을텐데 이놈의 코스는 그런 것도 없다. 먹을 걸 싸올 거면 좀 제대로 싸올 것이지 왜 식빵 한쪽만 가져와서.  정말 거의 기어가다시피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와서 기록을 보니 중간부터 속도가 확연하게 줄어든 상황. 그래도 퍼지지 않고 코스 완주 후 집까지 왔으니 다행은 다행. 작년에 이 코스를 2시간에 주파했었는데 도착해서 보니 2시간 20분이 걸렸다. 봉크만 오지 않았으면 초반 컨디션이 좋았으니 2시간 10분에는 끊었을텐데. 고작 50km 달렸다고 봉크 왔다면 웃을 사람들 많겠지만... 난 그들 같은 운동 굇수가 아니니까 상관없다. 그리고 사실 나도 작년에 100km씩 라이딩 했었.... 쳇. 빨리 체력 복구하자. ㅡㅡ; 어쨌든 단순 칼로리만 1700칼로리 이상 태웠고, 몸의 글루코겐도 남김없이 소모했을테니 죄책감 없이 라면과, 치즈를 올린 빵과.. 기타 등등 탄수화물을 잔뜩 흡입했다. 아 행복. 이 맛에 운동한다. 2.  라면을 먹고 있는데 먹거리가 떨어졌다는 아내의 말에, 내가 다녀오겠다고 하고 샤워 후 트레이더조에 가서 이것 저것 좀 사왔다. 코스트코를 가려 했는데 시...

운동

Image
벼르고 벼르던 아이들 수영 강습을 드디어 시작했다. Covid-19 으로 인해 무려 1년이나 미뤄진 것. 다행이 세 아이들 모두 즐겁게 한시간씩 수업에 참여해서 아이들도, 나도 만족했다. 아내도 함께 지켜봤으면 좋았을 텐데 일을 해야 해서 오지 못했다. 아내는 토요일도 full day 근무라 사실상 앞으로도 아이들 수영장은 내가 데리고 다녀야 한다. 솔직히 그 회사.. 일이 너무 많다. 본인이야 즐겁게 일 하고 있으니 그건 문제가 아닌데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건 꽤나 걱정이 된다. 가뜩이나 몸 약하고 운동 싫어하는 성격에 시간까지 없으니 얼마전 회사에서 일이 늘어난 이후에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것 같다. 운동하라고 내가 억지로 내보내는 것 도 한두번이지... 아니, 억지로라도 내보내야 하나? 저러다 허리 다시 안좋아지면 그게 더 문제니까.  아이들 수영을 마치고 집에 데려와 점심을 먹인 뒤 나는 내 운동을 다녀왔다. 25마일 이상 자전거를 탔는데 점심을 먹고(사실 조금 과식 하기도 했다. 그래도 1500칼로리 태웠으니 그걸로 만족을..) 바로 나온데다 날이 다시 추워진 탓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조금 고생했다. 결국 목표했던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이제 라이딩 하고 와도 계단 오르는게 힘겹지는 않다. 3월 한달 몸이 좀 풀렸나보다.  4월에는 이제 거리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해야지.  @추가 아이들 저녁과 뒷정리 및 청소를 내가 책임지기로 하고 조금 전 아내를 운동 내보내는데 성공. 춥다고 일찍 들어오기만 해봐라 ㅡㅡ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나날

미국에 발을 내딛고 맞이하는 세번째 봄.  첫번째 봄 은 어떻게 지나가는지 느끼지 못했다. 애틀란타에서 뉴저지로 이사가 결정되어 미국에 랜딩한지 1년도 안돼 다시 이사를 준비해야 했고 나 역시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뭐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주위에 꽃이 피는지, 날씨가 따뜻해 졌는지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였다.  두번째 봄 은 Covid-19 과 함께 지나갔다. 온 세상이 Corona virus로 난리였지만 의외로 집에서의 생활은 목가적이고, 평온했다.  뒷마당에는 불청객이 셋이나 찾아와 봄을 보냈다. 어미 사슴 한마리가 새끼를 우리집 뒷마당에 자주 놔두고 돌아다녔던 덕에 새끼 사슴이 놀랄까봐 그 때마다 뒷마당을 쓰지 못했고, 3월부터 우리집 뒷마당 벚나무에 새 몇마리가 앉아 노래를 부르더니 짝을 지어서 뒷마당 가시덤불에 둥지를 틀었다. 문제는 둥지가 있는 덤불 근처에 가면 새끼들을 해칠까봐 긴장한 어미새가 머리 위로 위협 비행을 하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통에 사슴이 떠난 이후에도 우리는 여름이 오기까지 뒷마당에 만들어 놓은 텃밭을 쓰기 어려웠다. 마지막 불청객은 모르고 있다 가을에서야 그 정체를 확인했다. 뒷마당 바베큐장 바로 옆 덤불에 말벌이 집을 짓고 군락을 이루고 있었던 것. 첫째가 발견했을 땐 이미 농구공만한 크기까지 커진 상태라 pest control service를 불러서 제거할 때 까지 역시 뒷마당 출입 금지였다.  그래도 거의 매일 뒷마당 바베큐장 앞에 테이블을 펴 놓고 저녁 식사를 즐겼기에 매일 매일이 캠핑을 온 기분이었다. 이민자로서 겪는 이런저런 해프닝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그리고 맞이한 세번째 봄 .  지루하다고 느낄 만큼 평범한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세상은 아직 Covid-19 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백신은 나왔으나 모든이가 그 혜택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