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세상을 뜨다
우리집 애완견 제니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명이 다해 숨을 거둔 것이 아니라 백내장으로 인한 실명, 고령으로 인한 치매와 더불어 아래배에 생긴 종양으로 인해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더이상 두고볼 수가 없어 병원의 동의하에 안락사를 선택했다. 지난 몇주동안 제니는 통증을 이기지 못해 쉴새없이 신음과 비명을 번갈아 질러가며 고통스러워 했었다. 하지만 한살때 우리집에 와서 스무살이 되는 해에 세상을 떠났으니 주먹만한 요크셔테리아 종으로써는 천수 이상을 누리고 떠났다고 해도 억지 주장은 아니리라. 지난 몇 달간 치매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녀석이 별안간 제정신이 돌아온 듯 병원에 데리고 갈 때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그토록 가기 싫다고 울부짖더라는, 잔뜩 목이 잠긴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처럼 가슴 아플 수가 없었다. 제니가 우리집에 왔을 때가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거나 중학교 입학한 직후던가 했던걸로 기억하고 있다. 철부지 시절부터 사춘기를 지나 대학입학, 군 복무 기간은 물론이고 결혼을 거쳐 서른을 넘긴 지금의 나이까지 나와 함께 했으니 가족이라 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마지막 가는 걸 내가 지켜 줬어야 하는데....그러지 못했다. 잠깐 청주 고향집에 내려보내 놓는다고 보냈던게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지난 20년간, 가족들(새로 가족이 된 내 아내까지 포함해서)의 사랑을 넘치도록 듬쁙 받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굿바이 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