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글씨
며칠 전 페이스북 친구 한명이 매일 아침 손글씨로 생각을 정리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마침 아내가 최근 성경 옮겨 쓰기를 시작했다. 거실 라운드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노트에 손으로 성경을 옮겨 적고 있는 아내를 보다 마침 새 펜도 생겼겠다...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서 손으로 아무 노트나 잡고 아무 생각이나 적기 시작했는데, 이게 기대했던 것 보다 괜찮다. 지난 며칠동안 해보니, 특히 아침이나 밤 늦게 식구들이 모두 각자의 잠자리에 들고나서 혼자의 시간을 노트와 펜을 잡고 있노라면, 글씨가 써질때 들리는 살짝 사각거리는 펜과 종이의 마찰음이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머리속으로 생각이 구체화 되기도 전에 키보드로 순식간에 타이핑해가는 속도가 아니라 한글자씩 천천히 담아내는 표현의 속도도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생각해보니 손으로 글을 길게 적어본건 고등학생때가 마지막인 것 같은데 이게 이렇게 기분이 좋은 일이었나 싶다. 지난 며칠 쓴 글은 정말 아무 생각이나 적고 있어서, 오랜만에 글씨를 많이 쓰다보니 손이 아프다는둥, 펜선이 너무 굵다는 둥 하며 잡설이 잔뜩인데 제대로 노트를 사서 일기처럼 차곡차곡 손으로 글을 적어 모아볼까도 고민중이다. 지금까지 일기는 Daygram에 적고 있는데 몇년치 일기가 들어 있어 이 앱은 포기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는 문제가 있긴 한데.. 그런 고민을 할 만큼 손으로 글을 적는다는 행위가 주는 차분함이 무척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