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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April, 2019

손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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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페이스북 친구 한명이 매일 아침 손글씨로 생각을 정리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마침 아내가 최근 성경 옮겨 쓰기를 시작했다. 거실 라운드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노트에 손으로 성경을 옮겨 적고 있는 아내를 보다 마침 새 펜도 생겼겠다...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서 손으로 아무 노트나 잡고 아무 생각이나 적기 시작했는데, 이게 기대했던 것 보다 괜찮다. 지난 며칠동안 해보니, 특히 아침이나 밤 늦게 식구들이 모두 각자의 잠자리에 들고나서 혼자의 시간을 노트와 펜을 잡고 있노라면, 글씨가 써질때 들리는 살짝 사각거리는 펜과 종이의 마찰음이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머리속으로 생각이 구체화 되기도 전에 키보드로 순식간에 타이핑해가는 속도가 아니라 한글자씩 천천히 담아내는 표현의 속도도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생각해보니 손으로 글을 길게 적어본건 고등학생때가 마지막인 것 같은데 이게 이렇게 기분이 좋은 일이었나 싶다. 지난 며칠 쓴 글은 정말 아무 생각이나 적고 있어서, 오랜만에 글씨를 많이 쓰다보니 손이 아프다는둥, 펜선이 너무 굵다는 둥 하며 잡설이 잔뜩인데 제대로 노트를 사서 일기처럼 차곡차곡 손으로 글을 적어 모아볼까도 고민중이다. 지금까지 일기는 Daygram에 적고 있는데 몇년치 일기가 들어 있어 이 앱은 포기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는 문제가 있긴 한데.. 그런 고민을 할 만큼 손으로 글을 적는다는 행위가 주는 차분함이 무척 매력적이다.

Buford Dam Lake Lan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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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하게 햇살이 좋았던 주말. 이곳 애틀란타에 와서 사귄 이웃을 초대해서 점심 식사를 하다 별안간 저녁 먹으러 근처로 피크닉을 가자는 말이 나왔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 생각이 많은 나와 달리 생각나면 실행하는 아내와 이웃 내외의 부추김에 정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속도로 먹거리와 짐을 챙겨서 근처 Buford Dam 에 의해 생긴 수변 공원으로 달렸다.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가까운 장소.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너무 좋았다. 출발전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던 스스로를 탓할 만큼, 그만큼 좋았다. 놀이삼아 낚시를 하게 해주겠다고 이웃 남편이 펴놓은 낚시대에 양쪽집 다섯 아이들이 돌아가며 매달려서 낚시줄을 감고, 그러고 있는 아이들의 앞에 펼쳐진 강물과, 수면을 가로질러 반짝거리는 초여름의 긴 햇살 자국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뒤섞여 너무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래,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이민을 왔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이제 곧 뉴저지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못내 아쉬웠다. 아쉬운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수면위로 반짝이는 햇살을 보며, 이런 자연 환경을 두고 떠나야 하는게 아쉬운건지, 이런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웃을 두고 떠나야 하는게 아쉬운건지 알 수 없었다. 애틀란타에 온지 1년도 안됐지만 이 동네에 이토록 애착을 갖게 된건 아마 좋은 이웃을 만났기 때문이겠지. 한국에 살때 이토록 자주, 가족 단위로 자주 어울리는 이웃이 없었던 우리 부부에게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끼리도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나이와 성격을 가진 이런 이웃은 정말 신기함을 넘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한 존재였다. 다음주면 먼저 뉴저지로 떠나야 하는 나와 달리 아내와 아이들은 6월까지는 이곳에 있을 예정. 이제 두달 조금 넘게 남은 그 시간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좀 더 끈끈하게 남아서 시간이 지나서 만나더라도 반가운 그런 존재가 됐으면 한다. 꼭.

출퇴근용 세단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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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을 위한 차가 필요해 Camry hybrid 를 샀다. Parisian night pearl 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색을 가진 녀석인데, 낮과 밤의 느낌이 다르고 해가 강할때와 약할때의 느낌이 또 다르다. 군청색 같으면서도 어찌보면 조금 다른 색 같기도 하고.. 여하튼 마음에 든다. 차량 인수 후 동네를 한바퀴 돌아 봤는데 기대보다 연비도 잘 나오고 무난하다. Camry야 워낙 good generalist로 유명한 모델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딱 더도, 덜도 아니고 어느것 하나 튀는 단점 없이 무난하다. 큰 문제 없이10년쯤 탔으면 좋겠다.

Parker 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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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잘 쓰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유달리 펜을 좋아한다. 지난 4년간은 Parker에서 나온 Ingenuity 시리즈 만년필(?)과 Staedtler noris eco 연필을 사용했다. 뭔가 마구 스케치 하거나 낙서 비슷하게 아이디어 스크래치 할때는 noris eco를, 업무 수첩에 정리하거나 미팅에서 메모 또는 노트를 할때면 ingenuity를 사용했었는데 그 조합이 나름 괜찮았다. 이게 약간 고집이 있었던게, Parker 만년필 중에서는 Ingenuity 만 좋아했고, Staedtler중에서는 noris eco만 좋아했다. 안타까운건, 그토록 애지중지 하던 Parker ingenuity를 미국으로 나오면서 동탄 우리은행 지점에 들려서 업무를 보다 '놓고' 출국했다는 거다. 미국 도착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한동안 일반 볼펜으로 지내 봤는데, 마음에 드는 펜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를 잠재우지 못하고 지난 며칠동안 고민끝에 Parker IM roller ball pen 을 샀다. 앞으로 몇년을 함께할 새 펜. 여러가지 브랜드와 모델을 뒤적거려 봤지만 역시 내 취향은 Parker 인듯. 앞으로 몇 년 잘 해보자. 이 펜으로 좋은 일 많이 적을 수 있기를 바란다.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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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지난 몇달 '아빠다! 숨자!' 놀이에 흠뻑 빠졌다. 불러서 밥을 먹이든, 씻기든, 옷을 입히든 할 때마다 이러는 통에 '우리 시헌이 어디있나-' 해주느라 시간을 제법 잡아 먹는다.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기는 한데... 최근 숨는 행위에 대한 귀차니즘이 극에 달했나보다. 야,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라는게 있지. 얼굴을 아래쪽으로 파묻기라도 해야 하는거 아냐? 그 자리에 드러누워서 자기 눈만 가리고는 아빠가 못찾는다고 깔깔대고 웃는건 숨바꼭질 규칙 위반 아냐? 네 형들은 똑같은 놀이를 해도 최소한의 상도덕이라는게 있었다고. 아 놔.. 이걸 '찾았다!' 할 수도 없고 ㅡㅡ

파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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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파파야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하나 샀다. 어떤 맛인가 먼저 검색해 본 블로그에서는 개구리알처럼 생긴 씨앗을 가진 화장품 맛 과육 과일이라는 표현을 해놨다. (그러면서 맛있다는 식으로 썼다. 도대체 무슨  -_-  ) 어제 잘라서 먹어 봤는데 가족 모두 한 조각씩 먹고 나서 두번째는 시도하지 않고 있다. 화장품맛 과육 이라는 표현을 찾아낸 그 블로그 주인의 어휘 선택 능력에 박수를 보내야 할 상황. 아내가 파파야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나는 선뜻 다시 시도해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른 가족들도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는데... 파파야가 조금 큰 과일이다 보니 남은 양이 상당하다. 조금 익숙해지면 맛있어서 또 찾는다는데, 저 맛에 익숙해져야 하나???

강원도 고성 산불

강원도 영동 지역에 큰 산불이 난 걸 아내에게 듣고 하루 뒤늦게 알았다. 처가가 그쪽에 있어서 가슴을 졸였는데 사고 현장과 아주 가까이 있지는 않았으나 산불이라는게 어디 거리가 문제던가. 내 예상과 달리(정말 깜짝 놀랐다) 산불이 신속하게 정리가 됐고 그 와중에 드러난 많은 사실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인프라가 지난 2년간 많이 발전했다는 걸 실감했다. 전국단위 소방본부가 운영될 수 있는 제도가 그 사이에 정비되었고, 군/관/민 이 단기간에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될 수 있었으며 그 체제 아래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수단들이 미리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단지 그 상황에서 갑자기 지시한다고 대응될 수는 없다.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이런 것들이 논의되고 준비되어 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수단이 있었다 한들 우왕좌왕 하면서 시간과 자원만 낭비했을 것이다. 이런 준비를 사전에 해놓은 사람들과, 현장에서 고생한 이들에게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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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기 전 둘째가 엄마와 둔 체스 게임 흔적. 나와 첫째가 아침 바둑을 두는 사이 옆에서 뒀다. 그런데 이녀석들 아빠한테는 귀찮다며 체스 가르쳐 주는걸 거부하더니 엄마한테는 잘만 가르쳐 주네... ㅡㅡ

협상 전략

이른 아침. 첫째와 둘째가 자기들 놀이방에서 며칠전 자기들이 규칙을 만들고 개발한 구슬치기 놀이를 하다 툭탁거린다. 아이들끼리 싸울 땐 서로를 때리지 않는 한 심판을 봐주지 않고 관찰하면서 놔두는 편인데 최근 두 아이간의 말다툼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첫째는 논리에 강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 둘째는 조금 우직한 스타일인데 형보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상황의 변화를 캐치하는게 느리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둘이 말싸움을 하면 백이면 백 첫째가 이기는 수순으로 끝나거나 마음 상한 둘째가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 첫째가 어쩔 수 없이 같이 놀기 위해 양보하는 식으로 둘 사이의 말다툼이 진행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첫째를 상대하는 둘째의 전략이 바뀌었다. 어른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부분을 부끄러움 없이 상대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한계선을 명확히 하고/ 합의점을 제시한 뒤/ 자신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상 결렬 가능성도 살짝 언급한다. 오늘 아침 아이의 언어를 그대로(아주 약간만 유려하게 바꿔서) 옮겨보면, "나는 복잡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단 말이야. 형도 그거 잘 알잖아. 그러면 전에 어떤 약속을 했는지 나한테 자세하게 다시 설명해 주거나 형이 글씨를 더 많이 아니까 약속할 때 형이 적어 두던가 하면 되잖아. 그냥 전에 했던 약속이라고 하면 나는 모른단 말이야. 설명도 잘 안해주고 그냥 형 마음대로 할거면 같이 놀 수가 없잖아!" 듣자하니 둘째가 규칙을 기억해내기 전에 유리한대로 게임을 하려던 첫째가 둘째의 예상치 못한 논리에 곤경에 처했다. 전에는 둘째가 형보다 자기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어 형이 하자는 대로만 하더니 큰 발전을 했다. 아이가 구체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깨닫지는 못했겠지만 듣고 있는 이 아침, 나는 입이 귓가에 걸린다. 어제 밤 간식으로 먹은 아이스크림이 부족하다고 둘째가 아쉬워 했는데 아침 ...

Mini baduk(9x9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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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19x19짜리가 아니라 9x9짜리 미니 바둑판. 미니 자석 바둑판이 아니라 오리지널을 잘라낸 크기. 바둑알도 오리지널과 같은 크기다. 한판 두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초반부터 상대와 바삐 수상전을 벌이게 되서 게임의 속도나 흥분도가 아이가 두기에 딱 적당해 보인다.  아이의 조급한 성격을 좀 누그러뜨리고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샀는데, 오랜만에 두다 보니 나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