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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March, 2021

재택수업 1년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보다 지난 1년간 아이들 학교가 어떻게 이 시기를 헤쳐 나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다시 돌이켜 봐도 정말 잘 대처했다.   1월초   - Board meeting에서 단계별 대응 방안 수립.  격리 등의 상황으로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 방법 검토 및 예산 확보가 시작됨. (이때만 해도 일부 학생들만 격리될 가능성만 검토했던 듯) - 고학년에서 수업 보조 도구로 사용하던 Google class를 모든 수업에 적극 도입 결정 - 학생 또는 가정에서 감염자 발생시 어떤 프로세스를 따라야 하는지 가정에 안내문 발송 2월초  - 일부가 아닌 전체 학생이 온라인 수업 진행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방향 선회 - 주차장 공사를 위해 잡혀있던 예산을 전용하여 학생 전원에게 지급 가능한 수량의 크롬북을 주문함 - 선생님이 학교 및 각자의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예행 연습 시작 - Google class 를 저학년 수업 시간에도 활용하는 빈도를 크게 늘려 학생들이 숙달되도록 함 2월 중순 - 각 가정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3차례에 걸쳐 메일로 통보 (시나리오에 따라 학교 폐쇄 기간이 2주, 3주, 그리고 4주이상으로 될 경우의 각각의 수업 방향에 대한 안내) - 학생들에게도 선생님이 수업 시간이 수차례 상황 설명. 아이들도 재택수업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 3월 1주차 -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확정 - in-person 수업 마지막 금요일, 모든 학생들에게 크롬북 지급. 각 크롬북은 학생 개인 계정으로 세팅 완료된 상태로 배포 - 온라인 커리큘럼 및 각종 플랫폼에 대한 메뉴얼을 학부모들에게 3회에 걸쳐서 발송 3월 2주차   - 재택 수업 시작. 매일 아침 7시에 당일 수업 계획 배포 및 출석 여부 확인 - 아침 9시 수업 시작 - 수업 후 구글 클래스를 통해 숙제가 주어지며 당일 완료해서 제출해야 함(우리 아이들이 숙제를 빼먹었다가 담임에...

Riding & week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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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대부분 평일보다 이른 시간에 잠이 깬다.  잠이 깨자마자 눈을 뜨기도 전에 잠시 숨을 죽이고 창 밖의 소리를 들었다. 바람 소리가, 잦아 들었다. 어제는 오후에 어찌나 바람이 세게 불었는지 뒷마당에 놓아 둔 아이들 장난감 축구 골대가 이웃집 마당으로 날아가 버려서 찾으러 다녀야 했다. 그래서, 하늘은 정말 맑았지만,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위험해서 그냥 손가락만 빨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상태로 귀를 기울여 보고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자 마자 눈을 뜨고는 휴대폰의 날씨 앱을 찾아 켰다. 바람도 불지 않고, 하늘은 쾌청하고.. 그런데 내일부터 며칠간 비가 부슬거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고.. 기온도 다시 낮아진단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준비를 마쳐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섰다.  기록은 1시간 4분. 올 봄 첫 라이딩에서 1시간 8분을 기록한 후 탈 때마다 조금씩 기록이 단축되고 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17마일 코스인 livingston loop 을 벗어나 내가 heart loop 이라고 이름 붙인 32마일 코스를 타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분기점에서 그냥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이 코스는 지금 몸 상태면 2시간반은 걸릴텐데, 그만큼 오래 운동하고 온다고 아내에게 미리 말을 안했다. 아이들 아침 먹을 때 까지는 집에 돌아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을테니 불필요하게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나서면서는 회사 업무 생각을 달리면서 좀 하려 했는데, 달리다 보니 회사 업무 생각은 거의 안하고 그저 도로에만 집중한 채 달렸다. 하긴, 무슨 회사 생각이야. 이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운동을 할 때면 머리속은 텅 빈다. 그리고 그게 운동하고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이유겠지.  신물이 넘어올 만큼 열심히 달렸고, 기록도 좋아졌고, 언덕을 오를 때 허벅지 근육이 전보다 더 힘을 유지해 주는 것도 확인했다. 천칼로리 가까이...

영어

영어 과외를 받기로 했다. 생존 영어가 아닌, 정확한 문법과 인토네이션을 쓰는, 제대로 된 영어를 하고 싶어서 1:1 수업을 해주는 선생님을 찾았다.   사실 몇주 전 보스가 불러서 면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이제 말을 하거나 메일을 쓸 때, 엔지니어같이 말하지 말고 high level manager같이 말을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너무 fact base로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듣는 이들을 염두에 둔, political한 말하기와 글쓰기를 연습하라는 이야기였다(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조언을 해주는 보스가 정말 고맙기는 한데,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내가 뜻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쓰고 있는 상황이라 좀 답답하다. 말이 길어지면 말하는 내가 듣기에도 내용 전달이 안된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무언가를 설명할 때 쉽고 정확하게 잘 전달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선 어버버 거리고 있으니.. 그 역시 스트레스다. 어쨌든, 회사 경영진과 회의가 많아지고 종종 파트너사 경영진과도 미팅을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고쳐야 하는 부분인데... 영어로 political하게 말하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감도 안온다. 한국어로 그렇게 말하는 문장을 번역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좀 더 정확하고 부드러운 영어를 공부해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말부터 제대로 하고 나서 그 다음을 고민해 보는 걸로. 

알사탕 & 통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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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원 중 한명과 2019년 가을에 한국 출장을 함께 갔었는데 그 때 방문했던 업체에서 미팅 테이블 캔디로 알사탕과 통아몬드 캔디를 냈었다. 이 두 캔디에 그 친구가 반했다. 자기 인생에서 먹어본 중 제일 맛있는 캔디라나. 미국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는데 구하지 못했다고. 그러다 결국 한국에서 박스로 주문해서 받았단다. 이번주 초에 받았다는데 우리집 꼬마들 가져다 주라면서 종류별로 두 봉지씩 가져다 줬다. 내게만 준게 아니라 사무실 여기저기 뿌린 덕분에 다들 한 봉지씩 책상에 놓고 먹는 중.  오도독 오도독. 맛있네...

Hate 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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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타에서 벌어진 한국 여성에 대한 총기 범죄로 지난주 내내 뉴스 헤드라인이 시끄러웠다. The Economist에서 언급한 통계를 보면, 작년 한해 전체 hate crime은 7% 줄었으나 Asian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는 150%가 증가 했다. Covid-19 으로 인해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최근 중국과 미국 사이의 첨예한 갈등 역시 분명하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것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불충분하다. 미국 역사에서 인종간 hate crime 이 심각했던 시기는 항상 새로운 이민자 그룹이 기존 기득권에 도전하던 시기였다. 1800년대 아일랜드계에 대한 잉글랜드계의 hate crime이 그랬고, 1900년대 이탈리아계에 대한 hate crime이 그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Gans of New York(2002)에 보면 새로운 이민자 그룹인 아일랜드계에 대한 hate crime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서로 다른 인종이 섞이면 무조건 갈등과 차별이 생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한국을 포함해서, 예외는 없었다. 그러니 이민 1세대만 따져도 전체 인구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인종간 갈등이 발생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정도면 상당히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  더구나 지금 미국 사회는 건국이래 처음으로 유럽계가 아닌 아시아계 이민자가 기득권에 도전하는 상황. 전체 이민자 수는 남쪽 국경을 넘어오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가장 많겠지만 지난 10년으로 한정해 놓고 보면 아시아계, 특히 인도와 중국계의 약진은 눈이 부실 정도다. H-1B 쿼터의 73%는 인도, 12%는 중국계다. 고급 인력에 대한 취업비자의 85%를 이미 아시아에서 가져가고 있다. 투자이민 카테고리인 EB-5의 경우 중국이 거의 50%를 차지한다.   중국계 이민자의 54%, 인도계 이민자의 76%가 과학기술/IT 또는 비지니스에 종사하며 단순 노무직 비율은 각각 3%, 1%에 불과하다다 (전...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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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읽기 시작한 미국 인디언 멸망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그랬지만, 위대한 모험가 또는 개척자들과 잔혹한 정복자들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는 듯 하다. 그들이 가진 본성이 같기 때문일지도.  오늘도 퇴근 후 읽고 있는데, 끊임없이 펼쳐지는 슬픈 이야기들 때문에 페이지 넘기기가 참 힘겹다.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Juice

어제 아침, 첫째와 막내가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으며 쥬스에 대한 대화를 했다. 저녁에 과일 쥬스를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던 끝에 나온 대화는 이랬다.  "형, 쥬스가 영어로 뭐야?" "쥬스는 원래 영어라서 그냥 쥬스야." "정말?" "어." "그럼 쥬스가 한국어로는 뭐야?" "즙." "즙?" "어. 과일 같은 걸 갈거나 짜서 안에 있는 액체만 걸러낸 걸 한국어로 즙 이라고 해. 애플쥬스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과즙이야." 그 말이 재미있어 테이블을 떠나 아내와 함께 부엌으로 도망쳐서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보편적이지 않은 단어를 차용하는 의외성이 재미있어 웃기는 했으나 쥬스를 즙으로 번역하는 게 잘못된 번역은 아니다.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서 그렇지 단어 자체의 의미로만 보면 더 없이 정확한 번역이다. 다만 애플쥬스를 사과즙이라고 번역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재치있는 농담을 하고 있다고 처음에 받아들이겠지. 그런데 첫째는 농담을 한게 아니다. 막내를 놀리거나 장난친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말투에서 느껴졌다. 한국어를 일상 생활에서 습득하는게 아닌 학습을 통해 습득하다 보니 한국에서 사전적 의미대로 쓰이지 않고 외래어를 그대로 채용하는 경우에 대해 첫째가 간혹 혼란을 겪는다. 이건 영어인데 왜 한국에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쓰냐고. 나름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설명이라는게 대부분 '이래서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내 예상' 일 뿐 정말 그런지는 알기 어렵다.  아이의 한국어가 좀더 유연해 지려면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를 더 다양한 사람과 주제로 넓혀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래서 교포 한국어가 형성되는구나 싶다. 

떡볶이

나는 궁중 떡볶이 비슷하게 만들었고, 아내는 일반적인 고추장 양념 떡볶이를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내 것만 폭풍 흡입하고는 잘먹었습니다~! 하고 저녁 식사 끝.  내색은 안했는데... 기분 좋다 ㅎㅎㅎㅎ. 예전 스파게티로 이긴 것 이후 몇년만에 요리 대결에서 이겼다 ㅎㅎㅎ  ps 비밀은 설탕을 녹인 기름에 튀기듯 익힌 떡과 간장 양념. 단짠은 역시 진리... 

치즈케이크, 버번 위스키, 그리고 Cavalleria Rusticana

유달리 스트레스가 많았던 하루였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뒷목이 지금은 뻣뻣해져서 잘 안돌아갈 정도로 굳었으니 어떻게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스트레스를 풀자고 야밤에 자전거를 끌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달콤한 치즈 케이크로 스트레스를 좀 낮추고, 진한 버번 위스키로 기분을 풀어주자고 마음 먹었는데.... 지난 주말에 사온 피넛 버터 치즈 케이크는 내 입맛에 맞지 않고 새로 산 버번 위스키도 맛이 없다. 치즈 케이크야 그렇다 쳐도 술은 마시던대로 그냥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살 걸 엄하게 버번을 사서는... 궁시렁 거리며 먹고 있자니 아내가 재미있다는 듯이 보며 웃고 지나간다. 술이 맛이 없으니 이번에도 찔끔거리며 이 한병 엄청 오래 마실 것 같다. 음.. 건강을 위해선 맛 없는 술을 사야하나. 어쨌든 다음에는 버번을 사지 않으리. 입맛에 맞지 않는데 마실 이유가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잭다니엘도 싫어했으니 옥수수로 만든 아메리칸 위스키는 그냥 전부 내 입에 맞지 않나보다. (이번 건 진짜 그냥 버릴까 싶을 정도로 입에 맞지 않는다 ㅠㅠ.) 그래도 간만에 생각나서 틀어놓은 Cavalleria Rusticana 의 선율이 뾰족해진 마음을 잘 눌러준다. 언제 이 곡을 홀에서 라이브로 들어보나...  https://youtu.be/BIQ2D6AIys8

채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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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d Yield by Ray Dalio] 지난 두달 사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 계좌에서 채권 관련 자산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정리를 했다. 529 account도 채권 비중이 높은 age based 자산 분배를 취소하고 조금 공격적인 방향으로 내가 custom 했고.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분간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  공교롭게 오늘 Ray Dalio가 흥미로운 아티클을 하나 링크드인에 올렸는데, 가급적이면 극단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거의 하지 않은 그 답지 않게 상당히 강한 어조의 글 이었다. 채권에 투자하는 건 Stupid 하다니.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정말 이제 시장에서 목에 힘 좀 주는 이들은 전부 한마디씩 하는구나 싶은. 어쨌든, 지금은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그의 분석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동의하네 마네 할 수준은 아니고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줬다 고 표현하는게 옳겠지. 덕분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확증편향의 긍정정인 효과랄까. 누가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겠지만, 지금 내가 버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건 맞다고 본다. 내 판단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방향 정도는 비슷하게라도 맞기를 바랄 뿐.  Why in the World Would You Own Bonds ... by Ray Dalio

Bike ri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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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바람이 좀 불기는 했지만,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멀리 다녀올 시간은 없어 내가 livingston loop 이라고 이름붙인 동네 코스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겨울동안 허벅지 근육과 코어 근육이 줄어든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코어 근육이 흐물거리다 보니 체중이 자꾸 앞으로 쏠려서 손이 아팠고, 평속이 줄어든 건 둘째치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케이던스를 올려보려 했는데 숨이 차서 그러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폐활량도 줄었나 보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2층 계단을 오를 때 약간 힘들었던 걸 보면 다리 근육도 많이 놀란 모양. 하긴 이렇게 전력으로 한시간 이상 라이딩을 한 건 넉달만이니...  그래도 작년 가을 기록을 보면 livingston loop을 한바퀴 도는데 평균적으로 1시간 2분 정도 걸렸는데 이번엔 1시간 8분 걸렸다. 평속이 대략 10% 느려진 셈인데,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이제부터 다시 자주 타서 몸을 만들고 여름을 지나면서 기온이 올라가서 관절과 근육들이 좀 더 유연해 지면 충분히 작년 기록을 깰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한해동안 만들어 놓은 몸이 겨울동안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가끔 중무장 하고 나가서 천천히라도 몇 번 라이딩 한 게 도움이 되기는 했나보다.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마치 파란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펼쳐져 있었는데 공기가 투명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기록을 단축하고, 몸이 더 강건해지고... 하는 그런 것 보다 짙은 파란색의 넓은 하늘 아래에서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다. 이제 몇 주 지나서 나뭇잎들이 제대로 돋아나기 시작하면 여기에 싱그러운 초록색이 더해지겠지.  작년에 실패했던 1,500마일. 올해는 꼭 성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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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벚나무에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꽃은 날이 풀리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아내는 날이 좋다며 새로 산 블루투스 헤드폰을 쓰고 운동을 나갔는데, 한시간 정도 날씨와 음악을 즐기며 혼자만의 시간에 푹 빠져 신나게 걷다 오겠지. 아내가 다녀오면 나도 자전거 끌고 나가 한바퀴 돌고 와야겠다.  드디어, 봄이다. 

정신수양

오늘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서 둘째에게 언성을 높였다. 따지고 보면 정말 별 것 아니고 아이가 잘못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오롯이 내 마음의 편견 때문에 화가 났다. 아침으로 준비한 국을 아이가 먹기 싫다고 거부했는데 평소 가리지 않고 잘 먹던 둘째였기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아마 편식을 하는 첫째가 싫다고 했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텐데, '둘째는 뭐든 잘 먹는다' 는 내 마음 속 편견 때문에 그 상황에서 아이가 부당한 음식 투장을 부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 그래도 처음엔 화를 내지 않고 알았다고 했는데, 상황이 거기서 한번 더 꼬였다. 아내가 아이에게 맛이라도 보고 먹을지 말지 결정해보라고 권했고 아이가 그러기로 했는데, 나는 그걸 '일단 오늘 아침은 먹어보고' 로 이해했다. 그래서 국을 떠서 아이 앞에 놓아 줬고.. 아이는 자기는 맛만 본다고 했는데 왜 국을 떠 주냐며 먹지 않겠다고 했다. 있을 수 있는 오해.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 당연한 반응. 그런데 거기서 갑자기 내 화가 터졌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며. 무릇 모든 분노는 계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 나오기 마련이지만 아침의 그 상황은 정말 뜬금 없었다. 늘 음식을 가려서 먹는 형과 비교하며 아이가 얼마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을까. 자기는 정말 딱 한번 싫다고 했다 생각할텐데. 아이에게 이렇게까지 심하게 화를 낸 건 대략 1년만인 것 같다. 아이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그러면 안된다는 주의를 주는 정도는 있었지만 목소리까지 높여가며.. 거의 소리 지르다 시피 화를 낸 적은... 적어도 최근에는 없었다. 더구나 아이의 잘못도 아닌 일에 내 자신의 짜증이 묻어나 화를 낸 건, 미국에 온 이후에는 없었다. 그러니 오늘처럼 아이에게 화를 낸 건 3년도 더 된 이야기. 자기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다가, 그것도 지난 수년동안 접한 적 없는 아빠의 갑작스런 분노에 아이가 놀랐고 결국 눈물이 터졌다.  굳이 변명을 해 보자면 아이에게 감정을 내보인 건 고작 몇...

땅콩 과다 오트밀 쿠키

워낙 그때그때 내키는대로 재료를 섞다보니, 자주 만드는 오트밀 쿠키지만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 기억도 못하고 정한 적도 없다. 그래서 매번 조금씩 다른 쿠키가 나온다.  조금 전, 어제 만들어 놓은 반죽을 꺼내 작게 나눠서 오븐에 넣고난 직후 쳐다보는데 방에서 나온 아내가 물었다.  "간은 했어요?" "간장으로 했어요." "....응? 뭐라구요?" "...새로 산 소금 케이스 여는 방법을 몰라서.." "...설탕은?" "...깜빡해서.."  "....." "....다시 꺼낼게요." 허둥지둥 다시 꺼내서 아내가 설탕을 뿌려주길 기다렸다 다시 넣었다. 이미 표면이 굳기 시작해서 설탕을 반죽에 섞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 그렇게 걱정을 하며 오븐 앞에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땅콩 냄새가 많이 난다. 가만히 내가 넣은 재료중 땅콩을 언제 넣었나 따져보니.. 오븐에 넣기 직전 땅콩을 부셔서 부스러기를 표면에 뿌렸다. 그런데, 초반에 반죽을 하면서 땅콩버터를 한스푼 크게 떠서 넣은게 생각났다. 둘 중 하나만 넣었어야 하는데.  결과물이 어떨지 이번 건 좀 두렵다.

공부시간

매일 저녁을 먹고난 뒤 7시에서 8시까지 한시간동안 첫째, 둘째 아이와 함께 서재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나도 그 시간 만큼은 일을 멈추고 일적으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필요한 공부, 그러니까 영어 공부를 한다. 두 아이들은 스페인어 공부.  일단 서재 책상에 앉으면 그 다음엔 서로 헤드폰을 끼고 각자의 공부를 할 뿐 상대방이 뭘 하는지, 제대로 하는지는 관심갖지 않는다. 그건 각자의 영역이니까.  그런데 지난주부터 막내가 자기도 같이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태블릿 들고 오게 해 끼워주고 있다. 형들이 공부하는 동안 혼자 놀아야 하는데, 혼자 노는게 학습하는 것 보다 싫은 아이라 차라리 공부를 하겠다며 서재를 계속 기웃거려서 그러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와 세 아이들은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아내는 자기 홈오피스에서 일을 한다. 아내는 요즘 회사에서 새로 맡은 일에 적응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 바쁘다. 그것만 아니면 아내도 불러서 다 같이 공부하면 참 좋을텐데. 뭐, 일 해야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어쨌든 한시간이 금방 지나가기도 하지만 학습 앱들이 재미있게 잘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큰 어려움 없이 책상에서 공부를 한다. Duolingo를 이용하는데 점수 따는데 몰두해서 더 하겠다고 해도 아직은 못하게 하고는 있다.  곧 미들스쿨 올라가는 첫째는 풀어줘야겠지... 싶은데 그래도 아직은 초등학생이니까 뭔가 열심히 공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 ..한국에 계시는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한 걱정 하며 뭐라고 하시겠지 ㅎㅎ 

Snow & gravel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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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는 눈이 많이 녹았길래 콜롬비아 트레일의 눈도 녹았으리라는 생각으로 자전거 싣고 갔다가 30분도 못 타고 포기했다. 산길은 다르구나. 그냥 눈도 아닌 전부 얼음이어서 오르막을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다. 어찌나 미끄럽고 울퉁불퉁한지 오르는 동안 세번이나 넘어졌다. 뒷바퀴는 헛돌고 앞바퀴는 방향 못잡고..  이런 길은 그래블용 38C 타이어로는 어림도 없겠다.(fat bike는 될까?) 세번째 넘어졌을 때 얼음으로 덮인 길 위에 드러누워서 후륜구동으로는 못 올라가겠네.. 하고 중얼거리고는 피식 했다.  여기는 지금처럼 어설픈 봄이 아니라 꽃피는 시기가 돌아오면 다시 오자. 그때까지는 그냥 동네에서만 타는 걸로. 

New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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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옮겼다. 책상은 이미 지난달에 옮겨서 여기서 일한지 몇 주 됐는데, 내가 요구했던 나머지 세팅이 오늘 오전에야 끝났다. 특별한 건 없다.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디스플레이로 쓸 TV를 들였고 반대쪽은 대형 화이트보드를 두개 붙여 벽 대부분을 화이트보드로 덮었다. 남는 공간이 커 보였는지 골프 연습용 툴을 놓으라던가 티 테이블과 소파를 놓으라는 제안도 있었고 책장을 큰 걸 들여 놓으라는 조언도 받았다. 그런데 사실 내 사무실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그 빈 공간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쪽 벽을 다 차지할만큼 넓은 화이트보드와, 깊게 생각을 해야 할 때 서성거리며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 또는 두세명이 함께 서서 화이트보드를 이용해서 함께 토론할 때 비좁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공간. 이걸 위해 내 책상과 회의 테이블도 일부러 작은 사이즈로 바꿨다. 직책에 상관없이 개발자의 사무실은 더이상 더하고 뺄 것이 없을만큼 실용적이어야 한다. 고객을 접대할 일도 없고, 내 보스들이 찾아 오더라도 업무 이야기 외에는 이 공간을 쓸 일이 없으니까. 딱 나와 내 팀원들이 토론하기 좋은 공간이면 족하다. 비서가 더 필요한게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보드마커 한박스를 달라고 했다. 보나마나 엄청나게 소모할 테니까. 그런데 사람들에게 그런 설명을 했더니 다들 웃더니 우리 회사 고유의 행복하게 일하는 문화를 파괴하기 위해 경영진이 채용한 어쌔신이라는 해묵은 농담을 꺼내면서 내 사무실에서 나갔다. 이 사람들은 내가 입사할 때부터 그 소리를 하더니 아직도 한다.  어쨌든 기분은 좋다. 사무실이야 진작에 있었으니 그건 상관 없는데, 그토록 바라던 한쪽 벽이 화이트 보드로 꽉 차있어서 공간 제약 없이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며 토론할 수 있는 사무실 을 드디어 갖게 됐으니까. 내 드림 오피스는 창문을 뺀 모든 벽이 하얀색 아크릴로 되어 있어서 손 가는 곳이면 어디든 아이디어 스크래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이걸로 만족. 언젠가는 그런 사무실에서...

아빠 요리

우리집에는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는 요리가 있다. 다름아닌 아빠요리. 음식을 할 때 뭘 만들지 정해놓고 재료를 준비하는게 아니라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는 재료들을 소진하는 방법을 찾아 요리를 하는 내 습관 때문에 내가 하는 요리에는 규칙이 없다. 재료도 매번 다르고, 결과물도 매번 다르다. 여기에, 새로운 걸 시도해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에 재료가 멀쩡히 있어도 색다른 조리법을 자꾸 시도해 본다. 그렇다 보니 "이 요리는 이름이 뭐에요?" 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만들어 놓고 나도 그게 뭔지 모르니- 그런 알 수 없는 음식들에 붙은 별명이 "아빠요리" 다.  그런데 3학년인 둘째가 요즘 요리를 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걸 시도해 보기를 좋아하는 이 아이의 눈에 매번 새로운 요리를 내놓는 아빠가 신기했나보다. 자기도 아빠처럼 신기한 음식을 만드는 걸 해보고 싶다고 해서 요즘 틈만 나면 옆에서 주방 보조를 시키고 있다.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와 양파 볶는 걸 시켰다. 둘째가 그러는 덕에 뭔가 궁금해진 첫째가 부엌을 기웃거려서 올커니 하고 그녀석도 불러다 다른 프라이팬을 하나 넘겨서 프라이팬 두개를 모두 아이들에게 넘기고 나는 재료 준비했던 그릇 설거지를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어머니께서 내게 주방 일을 가르치시면서 내가 어른이 될 무렵에는 남자도 주방일을 여자만큼 하게 될 거라고 하셨는데 내가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저녁 준비를 하는 걸 보시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아내만큼 주방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거꾸로 한소리 들을지도...? (얼마 전 아내에게 내 생각에 난 집안일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피식 웃고 말더라는. 아닌가 ㅡ.ㅡ) 그런데 아이가 보조를 하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요리의 범위가 대폭 축소가 됐다. 아이에게 시킬 수 있는게 제한적이다 보니 복잡하거나 위험한 조리법은 피하게 되서 자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