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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2025

첫째의 연극 무대, 그 기적같은 시간

어제 저녁, 그동안 고생하며 준비한 첫째의 연극 무대가 있었다. 무대 의상 준비팀이었던 아이는 그동안 매일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아이들과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 공연 전날 마지막 dressed 리허설을 마친 뒤 디렉터가 의상을 수정하라는 폭탄을 던져서 공연 당일 무대에 배우들이 서기 직전까지 제대로 밥도 못먹고 의상팀 아이들과 함께 의상 수정을 해야 했다. 공연 당일. 첫째는 일찌감치 학교로 다시 갔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은 공연 시간에 맞춰서 다 함께 이동했다. 꾸준히 연극/뮤지컬 팀에서 활동해온 둘째 덕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의 공연은 여러차례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의 연극은 중학교까지와는 달랐다. 공연 수준도 무척 높았지만 중학교까진 선생님들이 주도가 되어 진행된다면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모든걸 책임지고 진행했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안전관리 정도. 연출과 연기 지도는 물론이고 포스터 제작을 포함한 각종 홍보, 무대 장치 제작, 의상, 음악, 음향효과 및 조절, 무대 배경으로 쓰이는 영상 제작(무대와 연계시켜 자연스럽게 만들었는데, 마녀가 연기와 함께 새로 변신해서 날아가는 장면-실제로는 연기에 배우가 몸을 숨기고 연기에 가려진 스크린 부분에서 새가 나와 화면 너머로 사라지는 연출-은 정말 감탄을 했다)을 비롯 티켓 판매부터 공연 운영까지 모든걸 아이들이 진행했다. 심지어 브레이크 시간에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팀도 따로 있었다. 티켓은 현장 구매도 가능 했지만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지 않으면 좌석을 미리 지정할수 없기 때문에 미리 티케팅을 했다. 공연은 총 네 번, 목/금요일은 한번씩, 토요일은 두 번 하는데 공연마다 좌석이 거의 다 찰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지역 소식지에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첫째가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몇 개인지 다 알기 어려울 정도로 클럽이 많은데 각 클럽들의 활동 수준이 높다. 영상 제작을 하는 클럽도 있고 방송 촬영을 하는 클럽, 비즈니스 경영/마케팅 클럽, 음악 등등 정말 수없이...

벽난로

잠이 깼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다시 잠들기엔 어정쩡한 시간. 새벽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평소 같으면 침대에서 나와 이래저래 짐 챙기고 자전거를 차에 실으며 분주하게 주말 아침 라이딩을 준비했겠지만 생각보다 이른 추위와 얼마 전부터 말썽인 오른쪽 무릎은 추운 날씨에 나가서 라이드 하는 걸 주저하게 만든다. 그대로 누워서 휴대폰을 보며 한참 시간을 보내다 문득 벽난로나 미리 지펴 놓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 일어나서 거실에 내려왔을 때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와 함께 훈훈한 거실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유일한 문제라면 뒷마당 장작 거치대에 있는 장작을 거실로 옮겨야 한다는 귀찮음인데 그 정도야 충분히 감수할만했다.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오니 고양이들이 반긴다. 하지만 거실을 데우려면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 길로 뒷마당으로 나가 장작 거치대에서 장작을 주워드는데 문득 하늘을 보니 제법 날이 밝아온 뒤였다. 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폰을 안 가져왔다. 서둘러 정작을 한 아름 끌어안고 거실로 돌아와 불을 지폈다. 벽난로에 장작과 스타터를 쌓아서 불을 붙이고 어둑어둑한 거실이 벽난로에서 나온 붉은빛으로 조금 밝아지는 걸 확인한 뒤 서둘로 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타오를 것 같은 선홍빛 하늘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낮게 내려앉은, 하지만 서로 다른 두 무리 구름의 결이 잘 보일 정도의 빛과 분홍색 아침 햇살이 고운 하늘이었다. 사진을 찍고 잠시 서서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리 겨울 초입이라고 하나 얇은 옷 한 겹 있고 서있기에 11월 중순의 아침 추위는 만만치 않다. 거실로 돌아오니 활활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가 반기고 있다. 이제 잠시 시간을 주면 훈훈한 온기가 돌겠지. 거실 불을 따로 켜지 않고 냉장고에서 아내가 만들어 둔 에그 샐러드를 꺼내와서 옆에 놓고 앉았다. 이제 가족들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 따뜻한 벽난로의 온기와 불빛이 일렁이는 어둑한 거실...

11월. 와인 & 치즈케이크

이제 시차 적응이 쉽게 되는 나이가 아니다. 지난 3주간 출장으로 아시아를 돌아다녔는데 시차에 완전히 적응하는데 2주 정도 걸렸으니 돌아와서도 그정도 걸리겠지.. 하는 중. 계속 며칠째 초저녁에 기절했다가 새벽에 깨서 그대로 밤을 지새고 있다. ...하여 오늘은 그냥 와인을 한병 열어서 아내가 만든 치즈케이크를 안주 삼아 한잔 하는중. 진판델 와인을 곁들인 아내의 치즈케이크는 온 세상에서 나만 아는 천상의 맛이다. 아내는 술을 안마시고, 이 치즈케이크를 선물받은 사람들은, 그 수가 많지도 않지만, 술 안드시는 수녀님들이거나 술 마시더라도 나 같은 와인 매니아가 아니라서. 특히나 진판델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아니다. 뭐, 살면서 "나만 아는 끝내주는 맛"이 있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즐거운 일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진판델 와인을 따고 엄마의 치즈케이크를 먹겠지. 11월이 되면 1년이 끝난 기분이 드는걸 보면 이제 미국 문화에 어지간히 적응했나보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뒷마당에 말리고 있던 장작을 정리하고 벽난로를 개시해야겠다. 하지만 오늘은 일단... 와인에 좀 취하는게 먼저.

공장에 대한 기억

출장으로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캄보디아 프놈펜. 오늘 여기 업체 두곳을 만나고 내일 아침 일찍 홍콩으로 출발할 예정. 이번 출장중 문득 어린 시절 아버지 회사에 놀러갔던 시간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청주에 있는 삼화전기에서 제법 오랜 시간 근무하셨는데 콘덴서가 주력 아이템이었던 회사였다. 요즘처럼 회사 출입 통제가 엄격하던 시대는 아니어서 아버지를 따라 생산 라인에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콘덴서를 생산하는 제조 공정이 4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방문했던 공장들 중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자동 제조 공정(정확하게는 콘덴서 불량을 걸러내는)과 동일한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가 있었고 그 설비가 동작하는걸 지켜보면서 기억이 과거로 날아갔다. 설비들로 가득찬 생산 라인, 설비들이 동작하며 내는 소음으로 대화하려면 약간 소리를 질러야 하는 장소들, 반도체 방진복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클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작업자들까지..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1980년대 삼화전기의 생산 라인이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께선 당시에 설비를 2종류나 개발해서 회사에서 상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런 공장들을 심사하며 다니는 입장이 되어 보니 아버지는 참 일 잘하는 직원이셨겠구나 싶다. 그만큼 대가를 받으셨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많았던 이런 기초 제조업 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테니 아버지와의 기억이 묻어 있는 이런 생산 라인은 동남아시아를 가야 만나볼 수 있겠구나 싶다. 아직 살아 계셨다면 콘덴서 제조 라인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 즐겁게 만들어 드릴 수 있었을텐데.

인터뷰

어제 저녁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 한곳과 인터뷰를 했다. 지난주에 Recurting company 한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기들이 현재 어떤 회사의 경영진을 리빌딩 하는 일을 의뢰받아 하고 있는데 내 커리어와 업무 역량이 잘 맞는것 같은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냐고 했다. 마침 여러가지로 현재 직장에 대해 생각이 많던 터라 기회가 참 공교로왔다. 그래서 한번 만나보기로 하고 어제 그 회사의 HR VP와 전화 통화를 했다. HR VP와의 전화 인터뷰는 당초 예상했던 30분을 훌쩍 넘겨 한시간동안 진행됐다. 결론적으로 서로 원하는게 달라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이 한시간의 인터뷰는 그동안 미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지금 회사에서 승진해서 경영진이 되었기에 경영진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이 내게는 경영진 채용을 하는 회사와 갖는 첫번째 인터뷰였다. 지금까지 내가 인터뷰라 함은 항상 내가 무언가를 답해야 하는 자리였다. 나도 뭔가 물어보기는 했으나 내 연봉이나 회사에서 주는 베네핏 같은 패키지에 대한 질문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많은걸 물어봤다. 회사의 매출과 이익율, 주요 고객과 supplier들이 누군지, 중장기 전략적 방향, 제품전략, 왜 이번에 조직 개편을 하고 왜 특정 포지션이 만들어졌는지 등을 물었으며 설명을 듣다가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에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설명을 듣다 보니 이 회사의 개발 리소스가 프로젝트 수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력 확충 없이 생산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개선시킬수 있는지 내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 회사의 상황에 맞춘 아이디어를 이야기 했고 그럴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도 받고 토론도 했다. 마치 인터뷰를 보는게 아니라 컨설팅을 하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것 뿐만 아니라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인터뷰마다 당신들이 왜 나와 일...

Phantom Equity 계약 갱신

며칠전 회사와의 PE 계약을 갱신했다. 2년전에 맺은 계약에서 모호했던 내용을 조금 보완하고 내가 받을 보상에 대한 내용도 조금 수정했다. 표면적으로는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plan이 발동되는 상황 및 조건에 따라 달라질 부분이라 큰 의미는 없다고 봐서(차이가 오십보 백보 수준도 안된다) 사인을 하며 밀고 당기고 하진 않았다. 2년전 처음 PE 계약을 할 땐 도대체 이게 뭔가 해서 한참 찾아봐야 했었는데 이제는 여러가지(예를 들면 회사의 예상 매각 가치와 내 지분율 같은) 지식이 늘어서 현재 계약이 내게 어느정도 이득을 줄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예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처음에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 만큼 흥분되지는 않았다. 이게 내 가족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정도의 계약은 아니라는걸 안다. 계약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하지만 핵심) 정리하면 회사가 상장이든, 인수/합병이든 뭔가 exit을 할 때 내가 챙길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대신 기존 계약은 취소하고 새로 5년짜리 계약을 맺자는것. 그러니까 돈 더 줄테니 더 오래 회사에서 일해 달라는 거다. 기존 계약은 4년이었고 이미 2년이 지났기에 50%의 권리를 이미 획득했는데 이걸 포기하는 대신 더 돈을 받는 거니까 이래저래 따져보면 내게 그다지 유리한 계약은 아니다. 욕심의 저울은 항상 각자의 입장으로 기운다. 회사는 날 5년 더 회사에 잡아두는 대가로 지불하는 베네핏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테고 나는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에 와서 어찌 보면 첫 직장인 지금 회사에서 6년을 일했다. 5년을 꽉 채워서 더 일하면(그러니까 5년내에 exit 이 되지 않는다고 보면) 10년 넘게 일해야 된다는 뜻이 된다. 물론 그동안 커리어 래더도 몇단계 올라 vice president 가 됐고 랜딩후 불안정했던 미국 생활도 안정됐으니 지난 6년은 내게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의 5년도 그럴 것인가는 의문. 승진할 수 있는 래더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그 자리까지는 ...

아이의 진로 선택

10학년이 된 첫째는 이제 11학년때 들을 AP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 처음 들었을땐 조금 이른것 아닌가 했는데 AP가 학교의 바운더리를 벗어나 있는 수업이라는걸 생각하면 준비 기간이 1년쯤 있는 것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필요하겠구나 싶다.  대학을 갈 생각이 있고, 어느 대학을 가는지, 그리고 어떤 분야로 진학하는지가 아주 중요한 학생과 부모들에게는 AP 과목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얽힌 여러 헤프닝도 많이 듣게 된다.  나와 아내는 첫째에게 과목 선택을 온전히 맡겼다. 그리고 아이는 Chemistry와 psychology 두 과목을 선택했는데 자기는 STEM 쪽이 적성에 맞는것 같다는게 유일한 설명이었다. 그 과목들에 대해서는 별 말 안했지만 딱 하나 질문을 했다. Physics 는 생각 없냐고. 그리곤 1초의 고민도 없는 단호박 답변을 들었다.  AP Physics 1 은 재미있고 쉬운 내용들만 배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는 말을 해줬지만 요지부동. 더 이상 대화가 의미 없는것 같아 그렇구나 하고는 대화를 마쳤다. 생각해보면 나도 공대 안가고 물리학과 가겠다고 했을때 어머니 아버지 모두 별 말씀 안하셨지만 두 분 모두 내심 내가 순수과학쪽 보다는 공대를 원하셨던걸 알고는 있었다. 30년의 시간이 흘러, 나도 자기 미래를 선택하는 나이가 된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었다. 아이의 선택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려 하는건, 해봐야 소용 없는것도 있어서지만 잘되든 잘못되든 자기가 처음으로 하는 삶에 대한 선택 자체를 못하게 해서는 안되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도 STEM을 하겠다는 아이가 아빠의 전공인 physics는 생각도 안한다는게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어쩌랴. 그정도 아쉬움은 아침에 마시는 따듯한 차 한잔으로 씻어 내려보내야지.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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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동네를 달리다 문득 참 길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로 고즈넉하다고 표현해도 되는 풍경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달리면서 동네가/길이 참 고즈넉하다고 느꼈다.  좀 더 조용하면 좋겠지만, 그건 이 동네에서는 바랄수 없는 일이고 단지 아침 저녁 만이라도 이렇게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 길을 달릴수 있었으면 좋겠다. 

에이징 커브

과거 기록을 보면, 5년 전에는 31.5마일 동네 한바퀴 도는 코스를 2시간에 주파했었다. 그동안 매일은 아니어도 그래도 꾸준히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요즘은 같은 코스를 타면 2시간 15분 이상이 걸린다. 충분히 예상은 했었는데, 확실히 전과 비교하면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해 졌음을 최근 라이드에서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래블 코스에서도 전에는 기어비를 약간만 낮추면 평지마냥 올라갔던 곳을 요즘은 더 낮은 기어비에서도 힘들게 올라간다. 5년전과 지금만 비교하는게 아니라 매년 기록을 보면 조금씩 기록이 나빠지고 있는게 보인다. 아무래도 운동을 통해 나아지는 체력이 나이로 인해 줄어드는 체력 혹은 근력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흔히 말하는 에이징 커브? 나이에 따른 근손실? 뭐 그런거. 체력은 주는데 체중은 조금씩 늘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가 되는. 결국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건데, 이게 일상 생활에서는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장시간 자전거를 타야만 느껴지니 평소 운동 시간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게 쉽게 되지 않는다.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고나 할까. 핑계를 대자면.. 5년전과 달리 지금은 아이들 라이드 할일이 많아서 평일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것. 아내와 둘이 세 아이들 라이드하고 저녁 먹이고 어쩌고 하면 금방 7시, 8시가 된다. 9시에는 자야 다음날 컨디션 유지가 되는 관계로 밤 운동을 하기 어렵다. 여긴 한국과 달리 밤에 나가서 운동할만한 환경도 아니고.  다시 zwift 라도 열심히 해야 하나. 그거 영 무료해서 재미 없는데..

Bikeraf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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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bikerafting에 대해 찾아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을것 같다. 아예 자전거를 올려서 고정시킬수 있는 디자인으로 출시된 bikerafting용 raft 도 있을 정도니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듯. 그동안 호수나 강에 막혀서 자전거로 접근이 어려운 그래블 코스를 보며 이런곳은 도대체 어떻게 가는건지 궁금했었는데 raft에 자전거를 싣고 넘어가는게 답이었던 것.  Raft 포함 사야하는 것들이 있어서 올해는 어렵고 내년 정도에 시작을 해볼까 한다. 그때까지 bikerafting 하기 좋은 코스들을 많이 찾아 놔야지.  좁은 국토에 산과 강이 많은 한국이야 말로 packrafting이나 bikerafting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인데 한국에 있을때 이걸 몰랐다는게 아쉽다. 동강이나 한탄강을 낀 자전거길도 많아 미국에서처럼 오지 탐험을 하는 수준의 장비(강물을 마시기 위한 휴대용 water filter라던가..)를 들고갈 필요도 없었을텐데. 

'공정함'이란 개념

일이 일이다 보니 제품을 미국에 가져왔을 때의 총원가를 계산해야 할 일이 많고 그 방정식에는 당연히 생산 원가가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근로자 1인당 작업시간과 인건비 등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다.  요즘과 같은 국제 정치 환경에서 내가 있는 업계의 회사들에겐 원산지 증명 가능 여부(중국산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단순 생산 원가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예전만큼 인건비의 중요도가 높지는 않으나 낮을수록 좋다는건 변함이 없다. 그리고 낮을수록 좋다는 그 지점에서 어쩔수 없이 공정함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다.  Michael Sandal 의 Justice를 보면 인도 뭄바이의 운전기사와 미국에서 동일 노동을 하는 운전기사의 비교가 나온다. 대부분의 차가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복잡하고 비좁은 곳에서 운전을 해서 먹고 사는 인도 운전기사의 운전 실력이 미국의 운전기사보다 부족할리 없다. Daniel Markovits이 The Meritocracy Trap 에서 지적했듯이 능력주의라는 기준에서 바라보자면 이 둘은 최소한 비슷한 돈을 벌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샌델 교수의 말대로 개인의 노력이나 실력과 별개로 내 노력으로 취득하지 않은 환경과 운이라는, 혹은 국적이라는 인자의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물론 동일한 일을 하는 경우 각자가 버는 소득으로 각자의 나라에서 혹은 환경에서 누릴수 있는 경제적, 문화적 위치와 가치가 얼마냐 하는 논란은 있을수 있겠으나 지금이 각각의 지역/경제 사회가 분리되어 있던 대항해 시대 이전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비교 가능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지난 며칠, 낮에는 에어컨디셔닝도 되지 않는 베트남 공장들의 원가표를 들여다 보고, 저녁에는 초호화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강남 JW Marriott 보다 좋은 호텔에서 잠을 청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자꾸 괴리감이 든다. 오늘은 캄보디아로 넘어갈 예정인데 거기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머리속은 복잡한데 그렇다고 뭔가 ...

이상기온

지난 몇 년, 뉴저지는 예년보다 가물다고 했었다. 이른 봄이면 늘 내리곤 했던 봄 비 시즌이 사라져 두달간 비 한방울 오지 않기도 했었고 여름에도 비가 오지 않아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는 수영장 water line 을 보며 수영장 어딘가에 물이 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할 정도였다. 봄철의 촉촉함이 사라지고 이른 시기에 찾아온 불볕 더위를 보며 다들 이러다 불 나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결국 작년 가을에 집에서 겨우 수마일 떨어진 곳에서 wild fire 가 나기도 했다. 다행이 인명 피해가 나지 않았으나 동네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불이 난 곳 근처에 동물 보호소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호소의 동물들을 자기 집으로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는데 이 일은 우리 가족이 그 동물 보호소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결국 고양이 두마리를 거기서 입양하는 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더 심해지는 가뭄을 걱정하며 맞은 2025년, 당황스러울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다. 4월부터 시작해서 느낌상 최소 매주 하루나 이틀은 비가 오는 것 같은데 이번엔 반대로 수영장 물을 일부러 빼야 할 정도로 많이 내린다. 비오는 날도 주말을 끼고 내리는 경우가 많아 주말 라이딩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데 사실 비 보다 더 당황스러운건 기온이다. 낮아도 너무 낮다.  일요일 아침, 조금 전에 일어나 바깥 기온을 보니 섭씨 15도가 조금 안되는데 낮 최고 기온도 19도에 불과하단다.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체감 온도는 더 낮다. 춥다고 투덜거리는 막내를 달래려 결국 보일러를 켰다. 일기 예보를 보니 지금 내리는 비는 다음 금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계속 이어진다고. 한국처럼 장마철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 비가 내려도 길면 이틀, 보통 하루면 그치는 동네에서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예상 대로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또 수영장 물을 조금 빼야 할 것 같다.  수영장은 5월초에 오픈 했는데 6월 중순이 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용하지 못했다. 보통은 ...

자전거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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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국인 가정들 사이에서 내가 자전거 타러 다니는게 입소문이 났다. 남자들 중에 본인이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아내가 남편 운동 시키려고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어쨌든 매번 내가 가이드 하듯 라이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한달에 한번 그룹 라이드를 가는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달에 한번 다녀왔고, 이번달에도 다녀올 예정인데 아직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고 자전거가 마실용 자전거인 사람도 있어서 가급적이면 쉬운 코스로 짧게 다녀오는 정기 모임이 될 예정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라이드를 다녀 왔는데 역시 난 혼자 타는게 좀 더 좋다. 온전히 내 페이스대로만 탈 수 있어서 무리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천천히 탈 필요도 없다. 

Generation wealth

Fidelity에서 받는 webzine에 평소 관심 있는 주제가 올라왔다. 읽어보니 대부분은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삶의 방식이 경제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자녀'에 대한 대처라던가 '자녀들간에 시기 질투가 심해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때' 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흥미로왔다. 재작년 회사의 보드 멤버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들에게 들은 조언 두가지가 내게는 큰 울림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지금 당장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애쓰지 말고 자녀에게 부모의 삶이 시간이 흐르면저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나아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하라는 말이었다. 자녀가 커가면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렸을땐 좁은 집에서 살았는데 자기가 커 가면서 부모의 경제적 상황이 점차 좋아져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고, 여행을 자주 다닐수 있게 되더니 자기가 집을 떠나 독립할 시기가 되어서는 엄마 아빠의 삶이 정말 여유 있어 보이고 이웃과 나누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라는 것. 그걸 보고 자란 자녀들은 젊은 시절의 가난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전진할 동력을 얻게 된다고. 두번째가 오늘 읽은 article과 비슷한 조언이었는데, 내가 부자 되는데 집중하지 말고 내 아이들과 후손, 그러니까 'family' 가 부자가 되는데 집중하라고 했다. 내가 갑자기 부자가 되면 이 부는 쉽게 흩어질수 있지만 generation wealth 를 만들기 위한 토대를 닦아 놓으면 내 후손들은 쉽게 흩어지지 않는 wealth 위에서 여유있게 살게 된다고. Rich가 아니라 wealth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wealth를 쌓는건 돈을 버는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는 조언. 이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대화를 했다. 나와 아내.. 우리 둘의 부모님들은 전후 한국에서 살면서 자녀인 우리를 지금 위치까지 키워 내셨다. 엄청난 자산은 없지만 많이 공부했고 그렇게 공부한 지식을 활용해서 먹고 사는데 부족함 없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상황....

대학 입학 30주년 동기회

대학 동기들이 입학 30주년 모임을 한국에서 갖고 있다. 덕분에 새벽부터 계속 단톡방에 올라오는 사진들 구경하느라 일찍 깼는데 갑자기 한 녀석이 영상 통화를 걸어서 십수명의 동기들과 얼결에 화상으로 (그것도 나는 자다 일어나서 부시시한 얼굴에 까치집 머리를 하고) 인사를 했다. 처음엔 여기 시간으로 새벽 4시반에 걸더니 두번째는 6시 10분전 쯤 걸었다. 자기가 전화를 걸어 놓고는 "자다 일어났냐? 거기 몇시냐?" 하는, 얼굴 붉어지도록 취한 친구한테 늙어서 잠 줄어 괜찮다고 했더니 "야, 얘 맨날 가서 잔다고 일찍 일어나더니 이제 잠 없어졌데." 라며 옆의 누군가에게 하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적당히 나이 들은 얼굴들. 그래도 모두 스무살 시절 얼굴이 잘 남아 있어 좋았다. 덕분에 새벽부터 30년전 과거로 마음이 붕 날아가 있다.  

내가 글자로 남긴 기록을 보니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지금 시기에 정원 관리를 시작했다. 수영장 주위 화단을 정돈하고 겨우내 죽어 누렇게 말라버린 잎만 남겨놓고 있는 잡초들을 뽑았다. Mulch를 여러포대 사다 화단을 단정하게 덮는건 좀 더 나중의 일이지만 그래도 그 일을 하기 위한 정돈은 3월이 들어서면서 시작했었다. 비록 재작년에는 3월 초에 폭설이, 그것도 겨우내내 단 한번도 내리지 않았던 눈이 와서 잠시 모든걸 겨울로 되돌리기는 했으나 그것도 잠시였고 따뜻한 햇살은 제법 많이 쌓인 눈도 금방 녹여버렸고 그렇게 봄이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겨우내 눈이 오지 않아 이른 봄의 촉촉함보단 바삭거리는 건조함이 많은 봄이었지만, 추위도 별로 없었던 겨울이라 봄의 따뜻함이 상대적으로 덜 반가웠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었고 바람의 느낌도 포근했다. 올해는 겨울부터 달랐다.  지난 몇년 겨울이라는 걸 알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오지 않았었는데 이번 겨울은 몇 번인지 셀 수 없었을 만큼 자주 눈이 왔다. 비록 무릎까지 오는 폭설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눈이 내렸고 겨울을 지나며 늘 뒷마당 그늘에 쌓여 있는 눈더미를 볼 수 있었다. 겨울 다웠다고 해야 할라나. 몇년만에 맞이한 겨울다운 겨울이었다.  그 추위가 이어져서인지 3월이 시작된지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바깥은 춥다. 바람도 제법 거세서 정원일을 한다는게 누군가의 나쁜 농담처럼 들릴것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지난주 한 번 나갔다 왔지만, 이번 주말은 또다시 강한 바람과 추운 날씨로 쉬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봄을 준비해야겠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2025년 첫 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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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trail 로 2025년 첫 라이드를 다녀왔다.  결론만 먼저 이야기 하면 고작 6마일 정도 탔다. 라이드를 시작한지 20분 정도 됐을까, 그늘진 곳에 노면이 하얗게 덮여 있는걸 확인했는데 아직 눈이 남아 있는걸로 생각하고 그냥 내달렸다. 그런데.. 눈이 아니라 아주 단단한 얼음이었고 아뿔싸! 하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주욱 미끄러져서 넘어졌고 그대로 길 옆까지 밀려났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뒤 이렇게 넘어진 건 처음 있는 일. 어쨌든 나도, 자전거도 문제가 생기진 않아서 스트레칭 몇번 더 해주고 물을 마시려고 보니 물통이 없었다. 넘어질때 빠져서 어디 날아갔나 싶어 주위를 뒤졌는데 발견 못했고... 가만 서서 생각해보니 물통을 챙긴 기억 자체가 없다. 애초에 집에서 가져오질 않았던 것.  근처에 물을 살 곳도 없는 곳이고, 물 없이 장거리 라이드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 어쩔수 없이 거기서 라이드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까지 돌아오는 50분을 갈증에 괴로와 했..... 이렇게 2025년 첫 라이드는 액땜을 한 것으로 만족하며 끝냈다. 액땜 미리 했으니, 올 한해도 아무 문제 없이 즐겁게 라이드 하며 지나가기를 바란다. :-) 

알지 못하는 미래

매일 아침 출근길에는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 둘이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하는게 일반적인데 오늘은 뜬금 없이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는데 아이들을 이런거 저런거 시켜서 준비 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그러더라는. 첨단 과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아들은 당신께 그런 문제를 물어볼 가장 좋은 상대이리라. 그리고 그 말씀의 끝은 결국 당신 손주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내가 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연결됐다.  어머니께 그랬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도 알 수 없다고. 지금 어떤걸 준비한다고 해도 그게 시간낭비 노력 낭비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나는 그냥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단 대처를 좀 더 잘하기 위해 안테나를 곤두세우고는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어머니께 드렸던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대비를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어떤 세상이 펼쳐지든 대처는 할 수 있죠. 그래서 앞으로는 대비하는 것 보다 대처하는게 중요한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제 세대 까지는 대비하는게 중요한 시대였어요.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하고, 경험하고 하는 그 모든게 결국 어떠한 좁은 영역의 미래가 펼쳐졌을때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 대비하는 과정이었고 그러다 보니 끈기 있고, 성실한.. 장기간의 대비를 잘 하는 사람이 뛰어난 인재였어요. 우리가 공부와 학습을 열심히 해야 했던 이유죠. 그런데 제 아이들은 대비할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인공지능 학원 같은데 보내서 뭔가 대비하려고 하는건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수 있어요. 대신 대처를 잘 하는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진 아이로 키우려 노력하는건 의미가 있을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이런 아이로 키우려고 하면서 동시에 과거 필요했던 대비를 잘 한.. 그러니까 공부벌레로 동시에 키우는건 어렵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