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재택근무를 하면서 콜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이야기 하는데 배경으로 누군가 피아노 연습을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싸우는 소리에, 콜을 하고 있는 엄마나 아빠에게 아이가 달려와서 뭔가 도움을 청하는 일도 자주 있다. 경우에 따라 이야기 하던 사람이 사과를 하고 잠시 사라지는 경우도. 개가 짖는 소리는 미국에서야 뭐 일상이고. 어쨌든 미국-중국-한국 콜을 하기에 누군가는 반드시 늦은 저녁일 수 밖에 없고 온가족이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니, 소음이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야기 하던 사람이 잠시 사라지면 그냥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서 이야기 하고, 원래의 안건은 담당자가 돌아오면 뒤에 다시 논의한다. 그리고, 나는 이게 회의실에 앉아서 회의 하는 것 보다 좋다. 나와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 가정이 있고, 회사 밖의 일상이 있고, 그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삶이 따로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기 때문. 그래서 대화할 때 어휘 선택을 좀 더 조심하게 되고 말투도 조심하게 된다. 무엇보다, 잘못된 게 있어도 절대로 그 자리에서 바로 추궁하지 않는다. 내 목소리가 이어폰 밖으로 흘러 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추궁하면 그가 구구절절 변명을 해야 하는데 그걸 그의 가족이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그래서 항상 회의에서는 현재 상황과 진척만 확인하고 빨리 끝내고, 회의 종료 후 메일이나 메신저로 자초지종을 물어본다. 물론, 그런 방식이 종종 비효율적일 때도 있다. 두번 세번 그렇게 배려해줘도 개선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가족의 곁에서 일한다'는 그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하려 애쓴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면, 일부러 일정을 맞춰서 회사에서 만나 1:1 로 이야기 한다. 이것 때문에 종종 내가 출근하는 날이 아닌데도 사무실에 나갈 때가 있다. 이 모든 상황이 번거롭고, 복잡하고, 매니저로서 내 업무 시간을 길게 만들지만 그래도 새로운 업무 환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