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기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10년이 흘렀고, 오늘은 열번째 맞는 아버지의 기일이다. 사정상 해외 출장을 나와 있고 그 때문에 출장 나오기 전에 부랴부랴 온 가족이 아버지 묘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어른들 입장에선 용서하기 어려운 불효를 한 것이겠지...)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돌아가시기 전 급히 결혼식을 올려 가족이 된 아내까지 다 합쳐 네명이 되었던 가족은 아버지께서 돌아기시고 다시 세명이 되었다가 지금은 세 아이들 덕분에 여섯이 되어 있다. 10년전 석사과정 학생이었던 나는 박사 학위를 받고 회사에 취직해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일을 하고 있다. 날 데리고 해외 여행을 한번 못가신 것을 아쉬워 하셨던 아버지께 '안그러셨어도 지금은 공항 가는게 지겨울 만큼 다닙니다' 라고 말씀을 드릴 입장이 됐다고 할까. 하긴 이것보다 내가 박사가 되는 모습을 그렇게 보고 싶어하셨으니 그걸 이룬 순간 나머지는 그냥 흘러가는 일상 중 하나로 받아들이셨겠지. 어제는 출장지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한인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사는데 손질한 메기가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참 많이도 낚시를 다녔고 내가(그리고 아버지도) 제일 잡고 싶어했던 물고기는 메기였다. 아버지는 매운탕 중 최고는 메기 매운탕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고 그 이야기를 늘상 들어서인지 나 역시도 메기 매운탕을 무척 좋아했다. 요즘처럼 식당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낚시로 잡기 전에는 맛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마트 식자재 진열대에서 그 메기를 한참을 보다 집어 들고 왔다. 매운탕을 끓일만한 마땅한 양념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에 일단 들고 숙소로 돌아와서 되는대로 이것저것 넣어 푹 끓였다. 그리고 좁쌀 막걸리도 한병 같이 들고와서 따랐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좁쌀 막걸리를 좋아하셨던게 아버지셨는지 어머니셨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기억에 두 분이 좁쌀 막걸리를 한통 가운데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