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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June, 2012

700 개의 글

아침에 게시글 하나를 포스팅 하고나서 우연히 블로그의 대시보드를 보는데 전체 게시글 수가 정확하게 700개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온라인에 글이라를 것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부터이고 1997년에 한번, 1999년에 또 한번의 사고를 통해 많은 글을 잃어버렸고 2000년부터 다시 모으기 시작한 글이 모두 700개라는 의미. 참 많이도 썼다. 어쩌면 요즘 온라인에서 유명한 블로거들이 1년이면 올리는 숫자에 불과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난 12년동안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올려서 700개의 글을 남긴 것이면 적은 숫자는 아니리라. 더욱이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부터 따로 쓰기 시작한 가족일기 블로그까지 합하면 천개의 게시글에 육박한다. 예전 글과 요즘을 비교해 보자면 예전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사색하고 정리하고 쓸 수 있었기 때문인지 좀 더 감상적이고 사색적인 글이 많은 반면 최근의 글들은 일상의 기록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아쉽기도 하지만, 지난 12년간의 글을 보면 내 일상은 물론 그 일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어떠한지도 알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는 2004년, 단 하나의 글만을 남긴 유일한 해. 바로 아버지가 암이라는 것을 알았던 해이고 짧다면 짧은 투병 생활을 했던 해이며 결국 아버지를 잃었던 해이다. 결혼을 했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으며 힘들어 했던 어머니를 위로하느라 나 역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삭혀야 했던 해이기도 했다. 지금서 돌이켜 보면 그 어느때보다 더 많은 글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냈어야 했지만 도저히 키보드를 잡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그냥, 그러했던 해라는 기억만을 단 하나의 게시글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 이렇게 남기고 있는 글 들은 아마 먼 훗날 내게 소중한 기록물들이 될 것이다. 그래서 과거 유행했던 미니홈피나 페이스북보다 블로그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 최소한 구글블로그는 내 모든 글을 백업할 수 있는...

휴일 아침

모처럼 어디론가 움직일 계획에 부산스럽지 않은 휴일 아침을 맞고 있다. 아내와 두 아들은 방안에서 서로 뒤엉켜서 자고 있고 나는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이 아침의 고요함을 즐기고 있다. 얼마만에 이런 시간을 보내는 건지. 외동으로 태어난데다 부모님들께서 맞벌이를 했던 어린 시절 덕에 나는 혼자서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성장했다. 이 때문에 좋았던 점도, 안좋았던 점도 있었으니 평가는 무의미 하지만 어쨌든 그런 환경 덕분에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해소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런데 결혼 후 가족이 생기면서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더니 두 아들이 태어나고 난 후에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바로 그 부분이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통해 얻는 행복과 맞바꾼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다. 사진도, 음악도, 시나 수필을 쓰는 것도 모두 일정 이상의 시간과 부담없는 시간 활용이 필요한데 요즘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아내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좀 누릴까도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가족들이 모두 날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 방안에서 생각에 잠겨 있거나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들여다 보고 있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포기. 그래서 아직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 이 시간이 내게는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이다. 비록 사진을 찍는다거나 시에 집중한다거나 할 정도까지의 시간은 안되지만 적어도 안개로 유명한 이 도시의 자욱한 아침 안개를 바라보면서 심호흡을 할 수 있는, 그러면서 Bach를 들을 수 있는 시간 정도는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키보드를 잠깐이나마 두드릴 수 있는 시간도. 모처럼 편안한 휴일 아침을 맞고 있다.

Darmstadt 에서의 뜻하지 않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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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6월 22일 15시 37분. 원래대로라면 지금쯤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아마 강릉으로 가기 위해 장기 주차장으로 셔틀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여전히 유럽에 있으며 Frankfurt 도 아닌 Darmstadt 에 있는 한 호텔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Darmstadt는 어디에 붙어 있는지 신경도 안썼던 곳이었던 탓에 아무런 정보도 없다.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까지는 27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아주 멀다고 할 수도, 가깝다고 할 수도 없는 그런 곳.  여기에 오게 된 건 다름 아닌 항공기 기체 결함으로 이륙이 취소되면서 졸지에 공항 미아가 된 200여명의 승객들을 아시아나 항공이 인근 호텔로 분산 수용 했기 때문이다. 종종 항공기가 결항되고 어쩌고 하는 뉴스를 접한 적은 있지만 막상 내가 타려고 했던 항공기에 기체 결함이 발생해서 이륙이 취소되는 상황을 접해보니 무척이나 난감했다. 그것도 탑승 시각 2분 전에 탑승구 앞에서 바로 듣는 기분이란.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그 자리에서 항공사 직원들에게 큰소리로 따지거나 해서 오히려 더 정신 사납게 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 모두들 조용히 항공사의 설명을 듣고 제시하는 조치에 따라 차분하게 움직이는 덕분에 큰 혼란 없이 네곳의 호텔에서 온 버스에 나눠 타서 빠른 시간내에 움직일 수 있었다.   뭐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다른 부위도 아니고 날개에서 손상이 발견되었다는데 무작정 타고 가겠다고 고집 부릴 수도 없고. 한가지 문제라면 너무 배가 고프다는 것. 기내에서 저녁 식사를 먹을 생각에 아무것도 안먹고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도착한 호텔에서 먹는 저녁 식사가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객실 자체도 유럽 출장 다니면서 경험했던 그 어떤 호텔보다도 깨끗하고 좋았다) 내가 탄 버스는 주로 혼자인 여행객들이 타고 온 버스라 식당에 가선 끼리끼리 몰려 앉기 보단 자연스럽게 섞여 앉아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내와의 데이트

다음주 유럽 출장을 앞두고 항상 그렇듯 아내와 아이들을 강릉 처가에 데려다 줬다. 매번 장기 출장을 갈 때마다 강릉 처가에 남은 식구들을 보내는 이유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내가 없을 때 아내와 함께 아이를 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리 퇴근 후 저녁때, 그것도 잠깐씩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한명이 더 집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 그래서 누군가 아이를 함께 봐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게 중요할 것 같아서 매번 강릉에 보낸다.  두번째 이유는 거기가 아내의 고향이기 때문. 사실 누군가 도와줄 일손이 필요한 거라면 청주 본가에 가도 되지만 강릉에 가면 아내가 아이를 부모님께 부탁드리고 낮에 놀러 나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1개 소대는 대기하고 있다. 이건 청주는 고사하고 평소 나와 함께 있어도 내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부분인데 아이들에 치어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을 아내에게 확실한 휴식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이유는 거리 때문에 아이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강릉 부모님들을 위해서. 청주에는 어쨌든 한달에 한번씩은 찾아 뵙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강릉은 쉽게 가지 못한다. 그분들께 일주일씩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 가능한 시간이 아닐 것이다.(물론 1주일 후에 가보면 두 분 모두 피곤에 절어 있는 얼굴을 하고 계시긴 하지만... :-)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이번 출장에 앞서서도 강릉에 온 가족이 함께 갔다. 주말에 잠깐 아이들을 부탁드리고 아내와 둘이 데이트를 나왔는데 자주 가던 커피숍도 가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했다. 특히 극장을 가 본 건 첫째 임신하고 난 이후 처음이니 대략 3년 반 만에 가본 거였다. 비록 재미있는 영화도 없었고, 혓바늘이 심하게 돋아(곪아서 직경 5mm 정도로 큼지막하게 혀가 패였다 ㅡㅜ) 팝콘과 콜라도 맛나게 먹지 못했지만 어두운 상영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내와 데이트를 하면서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걷고 했는데 ...

출장

다음주에 또다시 유럽 출정이 예정되어있다. 생각해보니 이번 출장을 포함하면 지난 넉달 중 유럽에서 체류한 날만 한달이 된다. 그만큼 공을 들였는데 과연 그래서 얻은게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좀 답답하다. 회사에서 내 숙박비와 교통비로 지출한 돈이 한두푼도 아닌데 아직껏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니 이만저만 민망하고 자존심 상하는게 아니다. 물론 조급해 할 일은 아니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실적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계획적이지 못하고 전략이 부족한 프로모션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에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마 이번 출장 비행기에서도 쉽게 잠을 이루진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치열한, 일등이냐 이등이냐가 아니라 망하느냐 살아 남느냐를 놓고 싸우는 극한의 치킨게임을 경험한다는 건 돈을 주고도 하기 힘든 경험이니 고맙긴 하다. 딱 하나 바라는 건 메모리 반도체처럼 이런 치킨게임을 오랜기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어쨌든, 힘내자.

생일

모처럼 주말과 겹친 내 생일 덕에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올라왔다. 별다르게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어머니와 회 한접시를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마음 푸근해지는 일이었다. 사실 이제는 당신 아들보다 당신 손주 걱정에 신경이 집중되어 계시기는 해도 말씀만은 항상 그래도 아들이 더 신경 쓰이신다고 말씀해주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은근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철부지여서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생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선 처가에서 내 생일이라고 돈을 보내왔다면서 맛난거 먹자는 아내의 이야기를 귀로 흘리고 그냥 늘어져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첫째가 당장 동물 친구들을 보러 가자고 한 것. 찾아보니 자주 찾는 서울 대공원은 아직 야간개장 기간이 아니어서 에버랜드를 항해 급하게 짐을 싸서 온 가족이 달렸다. 가기로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30분이면 가는데 뭐가 어려울까. 뭐, 아비된 입장에서 내 생일따윈 아이의 웃음에 비할바 없는 사소한 일일 뿐인 것을. :-) 어쨌든 야간개장 페스티발까지 다 보고 왔더니 시간이 꽤 늦었다. 둘째는 오기 전부터 차에서 기절해 있었고 첫째는 나와 같이 목욕을 하고 조금 전 꿈나라로 갔다. 둘 모두 중간에 깨지 말고 잘 자렴. 내 생에 최고의 생일 선물은 너희들 이란다. :-)

설득과 협박의 사이에서.

첫째가 컸다는 것을 느낄때가 종종 있는데 오늘같은 날이 그렇다. 마트에 가면 아이들을 위해서 자동차 모양의 쇼핑 카트가 있는데 첫째도 예외 없이 그 카트를 대단히 좋아한다. 그런데 사실 잠깐 들려서 하나나 두개 정도의 물건을 사는데 그 자동차 카트를 찾아서 아이를 태워 주는 건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다. 일단 찾는 것도 번거로운 일인데다 한번 타면 한참을 그걸 타려고 하기 때문에 일정시간 이상은 마트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상술일 수도) 그래서 오늘 같이 단순히 아이폰 케이블을 하나 사려고 들린 날은 그다지 그 카트를 태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요리조리 그 카트를 피해가며 쇼핑을 해서 나오다 그만 주차장에서 딱 마주치고 말았다. 쇼핑 내내 그 카트만 찾고 있던 첫째가 구석에 세워져 있던 빈 자동차 카트를 찾아낸 것. 할 수 없이 잠깐 태워줬는데 계속 주차장을 빙빙 돌 수도 없고 시간도 너무 늦었고 해서 적당한 이유를 대서 내리게 하려고 아내와 둘이 별 짓을 다했는데 실패했다. 예전 같으면 이제 이 카트도 가서 자야 한다던가 아저씨가 가져오라고 했다는 거짓말(?)을 하면 통했는데 오늘은 무슨 말을 해도 속지 않았다. 난감. 이런 저런 설득과 사정을 동원해도 끄떡하지 않는 첫째를 보면서 '계속 이러면 어떤 불이익을 주겠다'는 반 협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넘겼다. 애한테 협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그냥 솔직 담백하게 힘으로 끄집어 냈다. 에혀..이제 정말 크긴 컸구나. 말이 통하다 못해 이제 협상을 하는 수준까지 왔으니.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