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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October, 2025

공장에 대한 기억

출장으로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캄보디아 프놈펜. 오늘 여기 업체 두곳을 만나고 내일 아침 일찍 홍콩으로 출발할 예정. 이번 출장중 문득 어린 시절 아버지 회사에 놀러갔던 시간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청주에 있는 삼화전기에서 제법 오랜 시간 근무하셨는데 콘덴서가 주력 아이템이었던 회사였다. 요즘처럼 회사 출입 통제가 엄격하던 시대는 아니어서 아버지를 따라 생산 라인에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콘덴서를 생산하는 제조 공정이 4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방문했던 공장들 중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자동 제조 공정(정확하게는 콘덴서 불량을 걸러내는)과 동일한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가 있었고 그 설비가 동작하는걸 지켜보면서 기억이 과거로 날아갔다. 설비들로 가득찬 생산 라인, 설비들이 동작하며 내는 소음으로 대화하려면 약간 소리를 질러야 하는 장소들, 반도체 방진복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클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작업자들까지..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1980년대 삼화전기의 생산 라인이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께선 당시에 설비를 2종류나 개발해서 회사에서 상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런 공장들을 심사하며 다니는 입장이 되어 보니 아버지는 참 일 잘하는 직원이셨겠구나 싶다. 그만큼 대가를 받으셨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많았던 이런 기초 제조업 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테니 아버지와의 기억이 묻어 있는 이런 생산 라인은 동남아시아를 가야 만나볼 수 있겠구나 싶다. 아직 살아 계셨다면 콘덴서 제조 라인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 즐겁게 만들어 드릴 수 있었을텐데.

인터뷰

어제 저녁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 한곳과 인터뷰를 했다. 지난주에 Recurting company 한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기들이 현재 어떤 회사의 경영진을 리빌딩 하는 일을 의뢰받아 하고 있는데 내 커리어와 업무 역량이 잘 맞는것 같은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냐고 했다. 마침 여러가지로 현재 직장에 대해 생각이 많던 터라 기회가 참 공교로왔다. 그래서 한번 만나보기로 하고 어제 그 회사의 HR VP와 전화 통화를 했다. HR VP와의 전화 인터뷰는 당초 예상했던 30분을 훌쩍 넘겨 한시간동안 진행됐다. 결론적으로 서로 원하는게 달라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이 한시간의 인터뷰는 그동안 미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지금 회사에서 승진해서 경영진이 되었기에 경영진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이 내게는 경영진 채용을 하는 회사와 갖는 첫번째 인터뷰였다. 지금까지 내가 인터뷰라 함은 항상 내가 무언가를 답해야 하는 자리였다. 나도 뭔가 물어보기는 했으나 내 연봉이나 회사에서 주는 베네핏 같은 패키지에 대한 질문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많은걸 물어봤다. 회사의 매출과 이익율, 주요 고객과 supplier들이 누군지, 중장기 전략적 방향, 제품전략, 왜 이번에 조직 개편을 하고 왜 특정 포지션이 만들어졌는지 등을 물었으며 설명을 듣다가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에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설명을 듣다 보니 이 회사의 개발 리소스가 프로젝트 수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력 확충 없이 생산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개선시킬수 있는지 내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 회사의 상황에 맞춘 아이디어를 이야기 했고 그럴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도 받고 토론도 했다. 마치 인터뷰를 보는게 아니라 컨설팅을 하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것 뿐만 아니라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인터뷰마다 당신들이 왜 나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