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대한 기억
출장으로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캄보디아 프놈펜. 오늘 여기 업체 두곳을 만나고 내일 아침 일찍 홍콩으로 출발할 예정. 이번 출장중 문득 어린 시절 아버지 회사에 놀러갔던 시간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청주에 있는 삼화전기에서 제법 오랜 시간 근무하셨는데 콘덴서가 주력 아이템이었던 회사였다. 요즘처럼 회사 출입 통제가 엄격하던 시대는 아니어서 아버지를 따라 생산 라인에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콘덴서를 생산하는 제조 공정이 4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방문했던 공장들 중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자동 제조 공정(정확하게는 콘덴서 불량을 걸러내는)과 동일한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가 있었고 그 설비가 동작하는걸 지켜보면서 기억이 과거로 날아갔다. 설비들로 가득찬 생산 라인, 설비들이 동작하며 내는 소음으로 대화하려면 약간 소리를 질러야 하는 장소들, 반도체 방진복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클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작업자들까지..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1980년대 삼화전기의 생산 라인이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께선 당시에 설비를 2종류나 개발해서 회사에서 상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런 공장들을 심사하며 다니는 입장이 되어 보니 아버지는 참 일 잘하는 직원이셨겠구나 싶다. 그만큼 대가를 받으셨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많았던 이런 기초 제조업 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테니 아버지와의 기억이 묻어 있는 이런 생산 라인은 동남아시아를 가야 만나볼 수 있겠구나 싶다. 아직 살아 계셨다면 콘덴서 제조 라인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 즐겁게 만들어 드릴 수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