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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May, 2024

보통의 하루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지난다.  대단한 삶을 기대하진 않았다. 적어도 서른을 넘긴 이후엔 대단한 삶 보다는 갈등 없이 가는 숨을 내쉴수 있는 그런 삶을 바랬다. 오십을 목전에 둔 지금 대단한 삶에 대한 정의가 좀 바뀌기는 했지만.  목 놓아 울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지 미처 몰랐다. 돌이켜 보면 마지막으로 마음껏 울었던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도 마른 눈물을 삼키다 장례식장 건물 뒷편에 앉아서 혼자 어금니가 부서져라 악물며 소리 없이 흐느낀게 고작이었다. 날 찾아 헤매던 사촌 동생이 뒤늦게 그런 날 발견하고 와서 안아줬지만, 그럼에도 소리내어 울지 못했다. 술이 늘었다. 주량이 늘었다기 보다, 취해 있는 날이 늘었다. 취하지 않고 잠들기 어려운 나날들. 돌이켜 보면 스무살 이후는 늘 이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십대가 되어 더 많이 취하는건 그만큼 취해도 되는 날이 많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삶이 별거 있나. 굳이 맨정신으로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취해 있어도 되는 것을.  사람 사이를 떠나 나무 사이에서 살고 싶다. 하나하나 신경쓰고 설명해야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 아무말 없이 거닐어도 되는 그런 사이에서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저 그런.. 보통의 하루가 지난다. 

평범한 삶에 대해

주말 동안 이 주제로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게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조건들에 대한 문제인지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에 대한 문제인지를 먼저 정의한 뒤에야 지금의 내 삶이 평범한 삶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조건들을 평범한 삶의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그건 정말 평범한 삶이기 어렵다. 적당히 잘 생기고, 적당히 키 크고, 적당히 돈 잘벌고, 적당히 매너 놓고, 적당히 가족 화목하고, 적당한 자산을 가진 배우자를 찾으려면 그 모든 적당함을 곱하기로 찾아야 하니 절대로 평범하고 적당한 배우자가 아니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  반면에 이게 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라고 하면 훨씬 수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각자의 태도인 만큼 평범하다는 단어에 대한 정의도 각자에 따라 다를테고 남과 비교할 일도 없어진다. 문제는 그런 태도를 갖출수 있느냐 하는 거겠지. 돌고 돌아,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는 어떠한가. 바로 이 문제로 주말 내내 생각을 많이 했다. 결론은 아직 없다. 단지 쉽게 답을 못하는걸 보면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가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거리가 있나보다 하는 의구심이 든다.

충동구매

조금 전 Shimano Sora FD-R3000-F derailleur 를 주문했고 이와 함께 사용할 hanger braket 도 주문했다. 재작년에 잘못 사서 계속 그냥 쓰고 있는, 잘 맞지 않는 front derailleur 를 교체할 생각을 이제야 했다는게 놀랍지만, 어쨌든 주문했다. 따지고 보면 충동구매다. 어쩌면 뭔가 신경을 쏟을게 필요해서 내 휴일을 바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귀차니즘을 이겼는지도. 다음주에 부품들이 도착하면 하루 날 잡고 개러지에서 자전거를 작업대에 물려놓고 주물럭 거려야지. 

미국 의료 보험

며칠전 병원비 청구서를 받아들고 아내와 그랬다. 미국 의료 보험 만세 라고.  이론적으로는 미국 의료 보험의 deductable과 out-of-pocket maximum 의 개념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었지만 미국 생활 6년동안 한번도 deductable을 충족하는 수준의 병원비를 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청구될 bill 에 대해 걱정이 됐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 plan paid 100% 여서 내가 지불할 병원비는 $0 라는 bill 을 받아들고 보니 마음이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편해졌다. 당장 이번 병원비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받을 그리고 받아야 하는 medical service가 대단히 비싸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비용 걱정 없이 최선의 치료가 뭔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은 정말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정말 미국 의료보험 만세다. 

불평하지 않는.

아내와 나 모두 어떤 안좋은 상황이 벌어졌을때 불평을 하거나 신세를 한탄하는 성격이 아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서로에게 짜증을 내지도 않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상황이 짜증나도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지 않는다.  살면서 우리가 이런 성격/성향이어서 도움을 받은적이 여러차례 있었는데 기억속에 정말 중요했던 순간이 두 차례 있다. 한번은 2007년도 무렵 있었던 전세사기 피해. 신혼티를 아직 벗지 못하고 있던 이 때 전재산을 날렸다. 그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나와 아내 모두 서로에게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화도 내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의 대책만을 차분하게 상의하면서 버텼다. 서로 실망하지 말고 무너지지 말자며 위로하며 버텼다.  또 다른 한번은 지금이다. 어쩌면 2007년 당시보다 더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지금,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외줄다리를 건너는 이 순간 내 파트너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내라는 사실에 정말 감사한다. 부부는 one team 이라는데, 확실히 우리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