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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August, 2011

변화

나 자신은, 스스로는 변화에 대해 느끼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날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 할 만큼 인간의 불변성을 믿는 입장이 아니기에 나 자신이 분명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구체적으로 그걸 집어 낸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오랜, 혹은 몇년간의 시간 후에 날 다시 만나게 된 사람들은 분명 내게 전에 알던 모습과 어떻게 다른지 묘사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물어보고 싶다.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면이나, 혹은 전에는 알지 못했던 면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는지. ...그런데 사실 그걸 또 굳이 알 필요까지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알아서 뭐하게? 중요한 건 지금이지.

신용 그리고 저축은행

투자 시장에서 높은 위험은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자들은 고위험을 무릎쓰고 높은 금리를 찾아 저축은행을 투자처로 선택한 투자자일 뿐이다. 이들의 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은 법을 고쳐서까지 세금으로 보전해 줘야 할 대상이 아니다. 비록 이번 사건이 금융 감독 기관의 부실에서 기인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애초 위험 자산에 투자한 선택이 희석될 순 없는 법이다. 저축은행 국조 위원들이 사고를 쳤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예금액을 법이 정한 5천만원이 아닌 6천만원으로 상향하여 보상해주는 것도 모자라 후순위채까지도 보상해 주겠다는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후순위채와 같은 초고위험 고수익 자산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말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을 샀는데 그 기업이 상장 폐지되면 투자액을 세금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적어도 신용 이라는 말이 금융 거래에서부터 비롯된 말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금융 시장에서 이처럼 법과 원칙을 마음대로 어기는 사람들에게 이번 사태의 해결 권한을 주어서는 안될 일이다.

청평 쁘띠프랑스에서의 주말 저녁

2시 정도에 대충 일이 끝나가길래 나머지들은 과감히 월요일로 던져 버리고 회사를 뛰쳐 나와 집에 왔다. 몇주만에 찾아온 기가막힌 날씨의 주말인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기 때문. 아내하고 어딜 갈까 황급히 논의한 끝에 청평 쁘띠프랑스에 가자고 의견을 모으고 바람같이 날아왔다. 거의 다 와서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기도 했지만 도착 직후 그쳐서 오히려 공기는 더 없이 청명했다. 쁘띠의 알록달록한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저녁 무렵의 쁘띠프랑스를 잠시 거닐었는데 예쁜 건물들 사이를 걸으면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샹송을 듣고 있자니 너무나 마음이 편안했다. 소나기가 온 직후 산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풀내음과 청평 호변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 재잘재잘 신나서 떠드는 아이의 옹알이. 더 없이 좋은 주말을 보내고 있다.

엄마가 개를 먹었어요

두 돌이 되어가는 첫째가 요즘 역할 놀이에 눈을 떴다. 자동차 모형 장난감을 갖고 놀때는 "붕~붕~" 이러면서 갖고 놀고 손에 쥔 블럭을 비행기라고 주장하며 머리 위로 손을 들어 흔들며 "윙~윙~" 하기도 한다. 아, 물론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탈것이라는 것을 알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집 근처에 공군 비행장이 있어 전투기가 뜨고 내릴 때 나는 소리를 첫째가 너무 무서워 하자 아내가 '비행기' 라고 알려주고 그런 소리가 날 때마다 하는 놀이처럼 인식시킨 행동이다. 그래서 뭔지도 모르면서 비행기 소리가 나면 그러고 놀다가 이젠 비행기라는 단어는 그 행동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러니까 비행기는 머리 위로 들고 흔들면서 '윙~윙~' 하는 존재다. 어쨌든 그렇게 이런 저런 사물을 어떤 존재라고 가정하고 갖고 노는 소꿉장난의 초기 버전 정도 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낮 아내에게 카톡이 왔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첫째에게 빵을 먹으라고 줬더니 먹지는 않고 그 빵이 강아지(역시 보편적인 개가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비글 초롱이를 지칭한다)라면서 "멍멍" "멍멍" 하면서 갖고 놀더란다. 그러다 엄마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자긴 빵 안먹을거니까 엄마가 먹으라고 했다. 자주 그런다. 먹기 싫은 건 엄마 아빠 준다. 그래서 아내가 받아 먹었더니 돌연 "강아지 먹었네?" 라며 엄마가 개를 먹었다고 주장했다는 것. 회의 시간에 온 그 내용에 그만 커피를 테이블에 뿜을 뻔 했다. 조금 지나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기세. 오늘 퇴근하면 첫째하고 같이 엄마에게 개를 먹여봐야 겠다. :-D

인생이라는 레이스

아침 사내 방송에서 '지금 우리는 인생이라고 하는 한번도 뛰어보지 않은 레이스를 뛰고 있다.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하지 말자.' 는 이야기가 나왔다. 맞는 말이다. 내가 앞으로 몇km를 더 뛰어야 하는지 모르면서 무작정 페이스를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우연히 레이스가 짧을 수는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우연일 뿐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기를 내 인생에서 어떤 시기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 항상 되뇌이지만 일상에서 경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버 페이스 하게 된다. 심호흡 심호흡. 생각한대로 살자.

리더

리더에 대한 신뢰를 잃는 다는 것 만큼 조직 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그냥 투덜거림이나 적당한 뒷담화가 아닌 말 그대로 실망과 신뢰감의 상실. 나나 내 동료가 세계 최고의 인재는 아니지만 분명 더 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터무니 없는 조바심과 무지(정말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의 반도 못한 결과를 내놓아야 할 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리더가 요구한 소설을 기획서랍시고 쓰고 나서는 발걸음. 정말 무겁기 그지 없다. 오늘 저녁 단 몇시간만에 억지 협의를 거쳐 만든 그 2페이지짜리 기획서로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몇년을 후퇴할 것인지. 아니, 어쩌면 항상 그렇듯 그 내용은 흐지부지 되어 버리고 또 새로운 소설을 요구하게 될지도. 이젠 제발 CEO놀이, CTO놀이는 관두고 자기 본연의 업무나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

블랙베리 9700용 OS6 사용감

일주일 가량 내 블랙베리 bold 9700에 이번에 발표된 정식판(!) Bold 9700용 OS6를 설치해서 사용해 보았다. 다시 OS5로 복귀하신 했지만 나와 같은 시도를 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정리를 한다. (물론 대부분은 직접 설치해 보고 나서 후회하는 나와 같은 절차를 밟으리라 생각하지만.) 1. 설치 프로세스 RIM사의 운영체제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블랙베리의 모든 관리를 할 수 있는 데스크탑 매니저(애플의 아이튠즈에 해당한다) 라는 PC용 관리 프로그램에서는 기본적으로 OS6를 설치할 수 없다. OS6의 9700용 정식 한글판 설치 파일을 다운받아서 별도 설치를 하고나서 데스크탑 매니저를 실행시켜야 OS6를 내 블랙베리에 설치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다. RIM은 사실상 블랙베리 유저들이 기기가 생산될때 설치된 OS의 메이저 버전업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내 9700에 설치된 OS는 5이고 이 버전에서 나오는 모든 업데이트들은 데스크탑 매니저에서 자동으로 체크하여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 과정이 복잡하지도 않고 애플의 아이폰처럼 업데이트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OS6로 업그레이드 하려면 귀찮고 번거로운 절차를 필요로 한다. 만일 RIM이 유저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OS6로 이전하게 하고 싶었다면 데스크탑 매니저에서 손쉽게 업데이트를 하게 했을 것이다. 지금의 방식을 통해 RIM은 "OS6를 당신의 기기에 설치하는 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당신이 직접 우회로를 통해 설치한 것이므로 대부분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 당신의 선택권을 위해 당신 기기에서 동작하는 버전을 만들기는 했지만 우리는 그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고 이야기 하고 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9700 사용자들이 OS6를 모르고 넘어가 주길 원하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에 익숙하고 뉴스등을 통해 OS6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처럼 ...

우유 급식비

25년정도 전쯤 내가 초등학생 이었을때 어머니께선 매년 새학년이 되면 담임을 찾아가서 우유 급식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 수를 담임에게 받아와서 매달 내던 우유 급식비를 그 아이들 몫까지 내 손에 들려서 보내시곤 했다. 누가 그 돈으로 우유를 먹는지는 나도 알지 못했지만 제법 수가 많았었고 어쨌든 우리반은 늘 학생 수만큼 우유가 들어왔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게 얼마나 사려깊은 행동이셨는지를 요즘서야 깨닫고 있다. 애들 밥 한끼 눈치 보지 않게 먹이자는 일에 돈 없어서 나라 망한다고 난리치던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총선이 다가오자 0세부터 무상 보육을 시키자며 설레발을 치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보육 시설은 0세 아기들을 돌보기는 해주지만 분유는 주지 않는 곳인가보다. 의무교육은 국가가 강제하는 교육이다. 받지 않으면 보호자가 처벌을 받는다.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며 아이를 보내게 하고 하지만 밥은 줄 수 없으니 밥값을 내놓으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요청한 적도 없는데 찾아와서 보호해 줄테니 포장마차 보호비를 내놓으라고 을러대는 동네 양아치가 생각난다. 다른 무상 복지 시리즈 다 필요 없으니 의무 교육이라고 국가가 강제하는 교육 받으러 모인 아이들 눈치보지 않게 밥이나 잘 먹였으면 한다. 25년전 우유 값으로 대여섯명 몫의 급식비를 매달 손에 쥐어주시던 분께 교육받으며 자란 내 생각엔, 적어도 그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의 자세다. 필요하다면 세금 더 낼테니 제발 애들 밥 좀 먹이자. 아이들 보기 낯 부끄러워서 못살겠다.

한글자로 말해요

첫째가 이제 제법 의사 소통이 된다. 형이상학적인 대화가 아니면 엄마 아빠가 뭐라고 하는지 다 알아들어서 따르기도 하고 못들은 척 딴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워 하고 대신 첫글자 + 네 로 표현했었다. 예를 들면 '강아지' 는 '가~네', '물고기' 는 '무~네', '코끼리' 는 '코~네', '사과'는 '사~네' 로 표현한다. 무조건 모든 단어의 첫글자+'네' 라는 접미어를 붙인다. 심지어 아빠도 '아~네' 다. 그런데 어제 퇴근했더니 아내가 드디어 첫째가 두음절로 된 단어의 뒷글자를 말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문제는 이번엔 뒷글자만 '네'에 붙인다는 것. 예를 들면 '사과'는 '과~네' 로. 데굴데굴 깔깔깔. '사~네' 할 때마다 '사과' 하고 정정해 줬더니 혼란스러웠나보다. 미안미안. 아빠가 좀 더 여유있게 기다려 줄게. 그런데 '토끼' 보고 '토~네' 라고 하는 건 너무 웃겼었단다. ㅠㅠ Ps 첫째가 유일하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건 "어? 차 있네." 라는 말. 엄마, 아빠보다도 이 말을 제일 먼저 했다. 차보다 못한 우선순위. ㅠㅠ

블랙베리 9700용 OS6 업그레이드

얼마전 공식 릴리즈 된 블랙베리 9700용 OS6로 내 블베를 업그레이드 했다. 뭔가 엄청난 변화를 기대 했던 건 아니고 그저 웹킷 적용되었다는 웹브라우저의 속도만 만족스럽기를 바랬었다. 다른걸 다 떠나 OS5의 웹브라우저 속도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느려서....(초고속 인터넷 쓰다가 모뎀 쓰는 기분이랄까..) 업그레이드 하고 보니, 일단 소문대로 웹브라우저의 속도는 놀라울 만큼 개선이 됐다. 이 점은 대 만족. 그리고 생각도 못했던 소셜피드 라는 새로운 기능. 페이스북등의 소셜 서비스들과 블로그 구독을 위한 rss리더 등이 한데 묶여 있어서 내가 사용중인 모든 소셜 서비스들과 블로그들을 하나의 앱에서 처리할 수 있다. 뭐, 그렇지만 현실적으론 소셜 서비스는 페이스북만 하고 있고 RSS리더는 어차피 구글 리더로 보던 터라...그냥 페이스북과 rss리더를 한 앱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 말고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OS6로 바꾸고 나서 블랙베리 앱월드에서 이용 가능한 앱들이 많이 늘었다. 그동안 한국 앱들이 너무 없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대부분 OS6이상부터 지원을 했었나보다. 서울버스 같은 앱이 등장할 줄이야. 단점은 일단 OS 가 먹는 메모리가 많다는 것. 내 기기에 남아있는 메모리가 50메가 정도다. 원래 기기의 기본 메모리가 256메가 정도 뿐이라서...50메가도 채 남지 않은 메모리가 주는 심리적 압박이 제법 크다. 그리고 홈 화면에서 바로 주소록 검색할 때가 좀 불편해 졌다. 전에는 그냥 이름을 바로 입력하면 됐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글자가 깨져서 스페이스바로 입력창을 불러내서 해야 한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사실. 그 밖에도 자잘한 장단점이 더 있는데 그런 것들은 아직 더 써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웹브라우저 빨라진 걸로 현재까진 만족. :-)

통합, 융합, 통섭

"통합은 물리적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그냥 한데 묶어놓은 것입니다. 융합은 하나 이상의 물질이 함께 녹아서 화학적으로 서로 합쳐지는 것을 말해요....(중략)... 통합은 물리적이고, 융합은 화학적이고, 통섭은 그냥 거기 섞여 있는 상태로, 녹아 있는 상태로 멈춘게 아니라 거기서부터 뭔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게 만들어지는, 번식하는, 생물학적인 어떤 합침을 의미한다는 거지요." "발효가 되어서 전혀 새로운 맛이 나는 김치나 장 정도는 되어야 통섭 아니겠습니까?" <인문학 콘서트 | 새롭고 낯선 유혹, 통섭 | 최재천> 개념이 나오고 어휘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어휘를 듣고 개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대게 후자는 나처럼 들으면 알고 있었던 당연한 개념처럼 받아들이지만 내면으로는 그동안 그런 개념을 내 생활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지난 한달간, 아니 어쩌면 지난 반년간 여러가지로 생각이 참 많았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전 1년처럼 힘들었고 또 생각이 많았다. 그리고 그때도 그랬지만 그런 생각과 고민으로 인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한걸음 옆으로 움직였다. 만족스러울 만큼 변화한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움직였다고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자리에서 '옆으로' 비켜서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5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날 본다면 누군지 기억도 못할 만큼 인지하지 않고 무시했으리라.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날 봤다면 아마도 숨쉬는 고철 덩어리 취급을 하며 분노했으리라. 그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열정의 가치만을 인정했었으니까. 열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분노했었으니까. 열정.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예전의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활활 타오르는 열정은 남이 보기에 멋있어 보일 뿐 스스로에겐 그만큼의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하는게 남에게 멋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라면 그런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차분함이다. 자신의 생각과 목적과 의지를 안으로 잘 갈무리해서 쟁여 둘 수 있는 차분함. 젊은이는 마음이 급해서 허둥대다 시간을 낭비하고 나이든 사람은 시간이 부족해서 차분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차분함으로 멀리 본다면 그만큼 무서운 사람이 없다. 멀리, 길게 내다보는 사람은 활활 타오를 수 없다. 눈 앞의 어떤 일에 쉽게 흥분하지도 않고 쉽게 절망하지도 않는다. 앞으로 갈 길이 얼마나 먼데 그러겠는가. 100미터에서의 순위에 절망하는 마라톤 선수도 없고 200미터까지 전력 질주하는 마라톤 선수도 없다. 지난 몇달의 고민 끝에 남의 평가가, 남의 시선이,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 남을 넘어서는 결과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에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낀다. 조바심을 버리고 멀리 보자. 지금 이 순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과 믿음은 여름 한철 미친듯이 울어대는 매미 소리와 함께 떠나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