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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2018

킨들 구매 후기

킨들을 사고 나서 되찾은 즐거움이 하나 있다. 바로 햇살 좋은 날 창가에 앉아 의자에 푹 파묻혀 책을 읽는 즐거움. 해를 받는 뺨의 따사로운 그 느낌, 그리고 글자와 여백 사이를 오가는 드러내는 밝은-하지만 창틀이 만드는 가는 그림자의 선을 가진- 햇살의 선명함. 지난 수년 대부분의 책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읽다보니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조금 어두운 곳에서 보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 지난 며칠, 창가에 등받이가 머리까지 오는 긴 캠핑용 의자를 펴놓고 밝은 햇살 아래에서 책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책에 파묻혀 살때의 느낌이 되살아 났다. 어렸을때 집에 커다란 흔들 의자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책을 읽을때 사용하는 전용 의자였다. 거실 여닫이 창문(한쪽 벽이 모두 창문인) 바로 옆에 항상 놔두었었는데 항상 거기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날이 따뜻하면 가끔 창문을 열고 의자를 밖으로 꺼내서 마당에 내려놓고 거기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렇게 있으면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옆에 자리를 잡고는 꾸벅꾸벅 졸거나 기분이 더 좋으면 책을 읽는 내 무릎으로 뛰어 올라와 거기에 자리를 잡고는 웅크리고 있곤 했다. 마당에 나와서 책을 읽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었는데 옆에서 귀찮게 구는 강아지와 놀러 가거나, 햇살의 따사로움과 무릎 위의, 내것이 아닌 온기에 노곤해져서 강아지와 함께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그시절의 따뜻했던 기억중 하나.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거의 못박힌듯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조금 전 아내에게 나중에 집을 사게되면 꼭 흔들 의자를 하나 사자고 했다. 이왕 여유로운 삶을 선택했으니, 흔들의자 하나쯤 집에 있어도 좋지 않을까?

마리오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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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대청소 구역을 걸고 막내를 뺀 네명이서 마리오카트 대전을 했다. 나하고 첫째가 이겨서 안방과 거실을 차지함. 그나저나 아이들 태어나기 전 아내와 설겆이를 걸고 마리오카트 시합 했을땐 수십판을 해도 안지쳤는데 이젠 고작 몇 경기만 해도 지친다. .. -_-

아빠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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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선물해준 "아빠 펜"  원래는 연초에 만년필을 하나 사려 했었는데 그냥 이거 써야겠다.

Suwanee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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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아이들과 처음으로 같이 나들이를 가봤다. 아직 아이들이 영어로 된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많아 당분간은 자주 이용하지 못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곧 좋은 놀이터가 되지 않을까?

택시 그리고 카풀

예전에 한 블로거와 서로 백링크를 걸어가며 수차례에 걸쳐 토론을 했던 일이 있다. 주제는 대형 쇼핑몰의 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 해당 몰의 운영이 중단되서 입점해 있는 다른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용인되어야 할 문제이냐 라는 것이었다. 결론을 내리진 않았으나 그 토론 이후에 인식하게 된 사회 문제가 있는데 바로 "끝에 몰린 사람이 너무나 많다" 는 것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절벽에 걸려 있는 자동차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추락할 것 같은 그 상태 때문에 탈출해야 하는 그 자동차에서 도리어 꼼짝도 할 수 없는 그런 '끝'에 몰린 사람들. 그들에게는 객관적으로 무엇이 올바르냐에 대한 토론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추락하느냐 아니냐만 중요할 뿐. 그들에게 객관적 정의는 사치다. 딴은 그렇다. 생존 앞에 무엇이 우선할 수 있는가. 그런 끝에 몰린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목청을 높일뿐 변화는 없는 사회의 경 직성이 같이 심해지고 있다. 올바름을 주장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다. 진짜 어려운 것은 그 끝에 몰린 사람들과 어떻게 "실질적인 대화" 를 나누느냐다. 나는 솔직히 답을 모르겠다. 자신도 없고. 오늘 아침, 여기 미국 언론에서 이번 카풀-택시 사태를 예로 들면서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온갖 규제와 사회의 저항으로 어려움이 많으니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거면 차라리 한국을 떠나서 하라는 식의 인터뷰로 마무리 되는 칼럼을 낸 걸 읽었다. 관점이 틀렸다고 본다. 그건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저항이 문제인게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어려운거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매달려야 해서 다른 길을 쳐다볼 여유도 없었던.. 끝에 몰린 또 다른 노동자들의 이야기라서 어려운거다. 택시 기사들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공유 경제로 나가는 분명한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들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정의가 마치 절벽에 매...

Charlie Brown's Holiday Hits -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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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 앤 노블 나들이를 갔다가 디자인에 반해서 충동 구매한 크리스마스 파티 음반. 문 앞에 리스를 달고 이 임반을 틀어 놓으니 크리스마스 시즌 기분이 난다.  :-)

크리스마스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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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   아이들의 주장에 의해 문 앞에 크리스마스 리스를 달았다. 뭔가 따뜻한 느낌.

Foundation 시리즈를 끝까지 다 읽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잠들었다가 자정 무렵 살짝 잠이 깼다. 그대로 눈만 감으면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상태였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졸린 눈을 비비며 태블릿을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 7권을 읽고 있던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끝까지 읽고 덮었다. 고등학생때 처음 접했던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3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완결까지 봤다. 오랜 숙제를 마친 기분.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만 하자면, 시리즈의 마지막 내용으로 7권에 펼쳐진 이야기들은 적절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때 읽었다면 그냥 시시한 마무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금, 신화적 존재에서 나름 현실의 존재로 내려선 해리 셀던의 마지막 이야기들은 깊은 공감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벌써 새벽 두시가 되어가는 시간 ...이제 다시 어떻게 잠들지?

White Christmas LP by Pat Bo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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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있는 LP중에 Pat Boone의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이 있다. 1981년 녹음된 음반인데 다행이 아직 상태가 좋다. 수록된 곡 전체에서 쟈켓에 프린트된 Pat의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예전 세대 냄새가 물씬 나는데 기교를 부리지 않은 차분한 멜로디와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이다. 난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부드러운 하지만 낮게 깔리는 남자 가수가 부른 캐롤이 좋다. 

오트밀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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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구운 오트밀 쿠키. 지금까지 만든 종류중 가장 먹을만한 맛과 식감이다. 끝은 바삭하고 가운데는 빵처럼 말랑해서 뭐랄까.. 정의하기 조금 어려운데.. 쿠키? 빵? 케이크? 밀가루가 전혀 안들어 갔으니 분명 다른 종류라고 봐야겠지. 암튼 다음번에는 이 레시피에 이제 견과류를 한번 추가해 봐야지. 어쨌든 이로써 세번째 오트밀 요리 추가.  :-)

Signature meal?

내 오트밀 쿠키 굽기 놀이에 아내가 참여했다. 그리고 며칠사이 반죽 재료도 다양해지고 반죽의 묽기와 조리법도 다양해졌다. 빵처럼 만들기, 전처럼 굽기, 컵케이크 형태로 만들기, 쿠키처럼 바삭거리게 오븐에 굽기, 소세지처럼 만들어서 얇게 썰어내기 등등. 지금 냉장고에선 요거트 숙성 오트밀 반죽이 기다리는 중. 아직 마음에 드는 레시피가 없어서 온갖 시도를 하고 있다. 어제 저녁 아내와 식사 준비를 하면서 이러다 우리 가족만의 시그니처 요리가 하나 나오겠다는 대화를 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듯.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독립을 하더라도 기억나는... 어디서 먹을 수 없는 그런 추억의 음식이 하나 있는것도 좋지 않을까? 그게 대단한 요리가 아닌 단순한 쿠키라도 말이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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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넘게 비오고 흐리던 하늘이 어제 오후부터 맑게 갰다.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와서 앉아 있는데 문득 하늘이 눈에 들어와서 한컷.

The Chocolaterie Luxury Chocol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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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있는 수제 쵸콜릿 가게. 이제껏 전세계를 돌아다녀 봤지만 여기만큼 예쁜 쵸콜릿을 파는 가게는 보지 못했다. 다음에 한국 들어가면서 선물할 곳 있으면 무조건 여기 쵸콜릿 한박스 들고 가야지.

Duluth 시청 in Old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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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Duluth 시의 시청 건물. 그리고 시청앞 광장. 시청 건물은 소박하지만 고풍스럽고 광장은 널찍하고 예쁘다. 이 광장을 맛집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주말 나들이 하기 좋아 보인다.

오트밀 쿠키 - 첫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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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좀 더 넣어야 하고 간도 좀 더 해야 하지만, 적당히 바삭거리는게 나름 먹을만한 수준은 됐음. 비록 모양은 영 이상하지만.. 

첫째와 주말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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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첫째와 다녀온 라이딩. 첫째가 힘들다고 투덜거렸는데 한시간 가까이 고갯길 많은 코스를 돌아다녔으니 그럴만 하다. 당분간은 자전거 타러 가자고 하면 노 땡큐 할 듯.

로봇 만들기

오늘 오후, 만들고 있는 로봇이 동작을 코딩해서 제대로 입력했는데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첫째가 투덜거리는 걸 들었다. 살펴보니 다섯개의 서보 모터중 네개를 잘못 연결했다. 당연히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다. 서보 모터 연결을 잘못했다고 알려줬으나 본인은 인정하지 않고 자기는 실수한 것 없다고 주장하는 첫째. 잘못 연결했다고 단언하는 아빠에게 그렇지 않다며 한참을 반박하다(아이의 주장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어느 시점에 스스로 깨닫는지 관찰하면서.) 결국 자기 실수를 찾아냈다. 서보 모터를 재조립 및 선 연결을 다시 하려면 로봇을 상당부분 다시 분해해야 해서 오늘 당장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 가만 지켜보니 자기 실수를 인지한 순간부터 자존심이 상해서 눈물까지 글썽거리면서 책상에서 로봇을 분해하고 있었다. 어설프게 도와주겠다고 하던 셋째가 형의 분노를 뒤집어 쓰고 방으로 달려와서 엉엉 우는 해프닝도 있었고. 자신이 한 작업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그리고 고집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게 깨졌을때 자존심 상해하는 성정도.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는 생각을 할 줄 알게 되겠지. 아이 기분을 풀어주려고 혼자만 데리고 나가서 마침 필요했던 헤드폰을 사줬다. 오가는 차에서 로봇에 대해 한참 대화를 했는데 그 와중에 기분이 풀어진 듯 보였다. 아이는 아이다.

가을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기차 선로가 지나간다. 일반 여객용 노선은 아니고 화물열차 전용이어서 기관차에 달린 화물차의 수가 대단히 많은데다 주거지역을 지나는 동안 소음을 줄이기 위해 천천히 지나가는 탓에 선로와 가까운 우리집에서는 덜컹 거리는 기차 특유의 소리를 제법 길게 들을 수 있다. 규칙적인 그 소리가 평온함을 주는 것인지, 기차 소리가 상징하는 고즈넉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 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마음이 나도 모르게 슬쩍 풀어진다.  한낮의 열기를 미처 식히지 못한 여름밤, 차가운 맥주 한잔을 하며 듣는 그 소리도 좋았지만 가을 복판으로 깊게 들어온 요즘 와인 한잔을 따라놓고 책을 읽던중 들려오는 기차 소리 역시 참 좋다. 마치, 그 선로를 따라 가을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  파티오로 나가는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성큼 집 안으로 들어온다. 가을밤이다.

약속

한국을 떠날 때 첫째의 담임이 미국에 가면 아이의 메일을 만들어서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반 친구들하고 같이 메일을 보내겠다고. 언뜻 들어도 실현 가능성 없는, 전형적인 입만 앞서는 사람의 요청으로 보였지만 아이 엄마에게까지 자기 메일 주소를 적어주며 부탁을 했던 탓에 아이에게 메일 주소를 만들어 주고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와서 메일 주소를 만들고 담임에게 알려주니 컴퓨터실 사용 순서 문제로 지금은 안되고 곧 보내겠다는 회신이 왔다. 그리고 석달. 여전히 메일은 없다. 아이도 잊었으리라 생각 했는데 아이는 선생님이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아이가 먼저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 미국은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자유롭게 쓰는데 한국은 왜 이렇게 순서가 오래 걸리는 걸까요 하며 속상해 하는 아이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잊어버리자고 했더니 선생님과 친구들은 자기를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잊으면 얼마나 속상하겠냐는 말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입만 앞서는 스타일의 사람을 살면서 자주 본다. 그런 사람이 아이의 선생님이었다는게 불행한거지 그 사람 자체를 원망할 필요는 없는 문제라는 것도 잘 안다. 그렇지만 계속 속상해 하는 아이를 보면서 같이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복기

바둑을 잠깐이나마 배우면서 깨달은 몇가지 사실 중 살면서 가장 공감하게 된 한가지는, "내가 두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하면 그 판은 무조건 진다" 는 것이다. 복기는 승패가 난 후에 하는 것이지 치열한 수상전 도중에 하는 것이 아니다.

10월 마지막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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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 따사로운 햇살. 딱 땀을 식혀줄 만큼만 부는 적당한 바람. 아무리 봐도 라이딩 하기 더할 나위 없는 날씨였다. 오늘은 평속 신기록을 세워 보겠다는 결심으로 집을 나섰으나 결국 경치 감상하며 넋놓고 달리는 샤방 라이딩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뭐... 아무렴 어때.

익숙함

동네 어지간한 곳은 이제 네비게이션의 안내가 없이 다닐 수 있게 됐다.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집 구하러 다니고, 학교 찾아가고, 보건소 찾아다니고 하면서 느꼈던... 이질감과 낯선 느낌은 사라졌다. 분명 같은 길인데. 어제 가족들과 마트를 가면서 문득 지금 지나고 있는 그 지점을 지나면서 처음에 '도대체 여기는 어디쯤이야.. 너무 외곽까지 나온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전체 지리에 대한 감이 없이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다니다보니 어딜 가나 약간은 불안했다. 출장으로 지나다녔던 것과, 내 가족이 살 곳을 정하러 다니는 그 차이겠지. 어쨌든 바로 그 생각을 하면서 약간은 불안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던 그 곳이 바로 우리집에서 마트로 향하는 그 길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왕복했던 길. 왜 몰랐을까. 이곳에서의 정착이 마무리 되는 건 무엇을 기점으로 알 수 있을까? 아직은 이방인. 얕은 뿌리도 내리지 못한.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정착' 했다고 느끼는 시간이 기다려 지는 건 어찌 막을 방법이 없다.

집에 오는 길에 만난 자전거 라이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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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옆으로 로드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오더니 귀찮게 굴었다. 어디사냐, 몇살이냐, 왜 하이브리드를 타냐, 나이도 어린데 왜 이렇게 느리냐, 앞서가라 뒤에 따라가면서 속도 향상시켜 주겠다 등등. ㅡㅡ 일단 차도에서 나란히 달리는 것도 위험했고 속도 경쟁을 하는 것도 원치 않아서 적당이 맞장구 쳐주고 얼른 앞서 가시라고 했는데 가지 않고 계속 옆에서 달리면서 말을 거는거 아닌가. 더구나 오르막에서 낑낑거리며 올라가는데 옆에서 계속 느리다고 잔소리 하는 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신호에서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서 약간은 울퉁불퉁한 인도로 올라섰다. 메롱. 난 하이브리드지. 그랬더니 조금 더 이야기를 하시다가 다음번 오르막에서 가볍게 슥슥 치고 나가서 사라지셨다. 어쨌든 연세가 좀 있는 분이었는데 허벅지 굵기며 자전거 주행 속도며 엄청 건강해 보였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보고 넘어갔는데 이분이 Str ava에서 나를 찾아내서는 해당 구간을 달린 자신과 내 기록을 비교하는 링크를 내 workout에 댓글로 달았다. 마치 이 구역의 왕은 나야 라는 듯한;;;; 네네 인정해 드립죠. 프로필을 봤더니 올 한해 5600마일 이상 라이딩 하셨던데 요즘 페이스로 달려도 고작 1년에 1000마일 정도 탈걸로 보이는 제가 어딜 ㅎㅎ 어쨌든 다음에 도로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 해야지. 그리고 오늘은 그냥 앞서 가시라는 말도 ㅎㅎ 

위스키 그리고 환절기에 대한 짦은 생각

이곳, 미국 남부에서 환절기는 언제일까.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조지아주라고는 하나 아무리 빨리 지나가더라도 계절이 바뀌기 전 가을 냄새가 먼저 나곤 했던 한국에 익숙한 내게, 이곳의 환절기는 낯설고 어색하다. 보이는 풍경은 여름과 아무 차이 없는데(심지어 하늘 빛깔 마저도) 기온만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보이는 풍경에서 차이를 찾자면, 끈질기게 사람들이 머물던 아파트 수영장에 지난 며칠동안은 아무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정도? 아이들마저 사라진 그 수영장은 확실히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게 전부. 아직, 세상의 모습은 바뀐게 없다. 남들은 어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을의 시작을 항상 냄새로 인지했었다. 문자 그대로의 '냄새'가 아닌, '느낌' 에 좀 더 가깝다고 해야 하는 그런 어휘. 하늘빛, 이슬맺힘, 나뭇잎이 잃어가는 푸르름, 차가와진 공기 그리고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약간 들뜬 사람들의 웅성거림.(아마도 무더위가 끝났다는 것을 반기는). 어휘력이 더 좋은 누군가는 좀 더 어울리는 표현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난 그냥 그 모든 느낌을 가을 냄새, 향취.. 라고 뭉뚱그렸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가을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향취도 없이 갑자기 계절이 바뀌어 버렸다. 뭔가, 정신을 차리고 봤더니 세상이 바뀌어 있는 그런. 오늘 오후 늦게 근처 리쿼샵에 들려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한병 사왔다. 그리고 이사 오면서 꽁꽁 넣어놨던 위스키 잔을 꺼내 조금 전 잔을 채웠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은 술 주정에 가깝다는 이야기. :-) 위스키는 혼자 마실때 가장 좋다. 코 끝으로 향을 맡고, 입에 살짝 머금었을 때 혀 끝을 타고 찌르르 올라오는 그 느낌을 즐기고 마지막 목넘김에 집중하려면, 대화는 방해만 될 뿐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싱글몰트 특유의 풍성한 향은, 그 자체만을 위스키 잔에 담아 코 끝으로 즐겨야 할 만큼 그윽하다. 시끌 벅적한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제조한다고 이거저거 섞어 버리거나 하는 건 위스키에 ...

가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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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주말 오후. 바람도 잦아 들었고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선선해졌다. 가을이다.

10월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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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캠핑. 가을 캠핑이라 보송보송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흠뻑 젖었다. 불 속에 넣어 둔 감자하고 고구마 다 익을때 쯤 가서 샤워하고 와야지.

Wrong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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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방향 잘못 타는 이 버릇은 미국 와서도 변하지 않는구나. 조금만 딴 생각 하면 내가 어떤 노선을, 어느 방향을 타는지 전혀 깨닫지를 못하니 이거야 원.  Dunwoody라니... Red line거의 끝까지 왔잖아. ㅠㅠ 집까지 가려면 한참 돌아야겠어..

막내의 생일

막내가 네살이 됐다. 아이에게 아직 초대할 친구들이 없는 탓에 어제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생일파티를 하고 선물 증정식도 했다. 생일이 늦는 막내는 한국 나이로 다섯살이었으나 미국에 와서는 세살이 됐다. 다섯살을 형들과 비슷해지는 마법의 나이처럼 생각했던 막내는 미국에 와서 다시 세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서럽게 펑펑 울었었다. 어떻게 된 다섯살인데... 네살도 아니고 다시 세살이 되어야 하다니. 뭐, 이해는 갔다. 이제 네살이 된 아이는 또다시 다섯살이 되는 날을 꿈꾼다. ...그래서 어제부터 나한테 자꾸 다섯살 생일 선물을 미리 받겠다고 하고 있어서 골치긴 한데 그런다고 사줄 생각은 없으니. 아빠가 반응을 안보이자 오늘 아침 엄마에게도 따로 요청한 모양. 어쨌든 기쁜 날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조금 더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서 속상하다. 언젠가는 품에 안고 있기를 그만둬야 하는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좀 더 품에 있었으면 한다.

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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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동전을 충전기와 벽전원 연결된 곳에 끼워보려 하다 전기를 먹었다. 동전은 일부가 녹았고 벽전원 연결쪽 플라스틱도 까맣게 탔지만 아이는 멀쩡하다. 퓨즈가 제때 내려간 덕분인지 100볼트 전원을 쓰는 미국 가정 전력망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아이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 아이들 말에 따르면 푸른색 스파크가 엄청 크게 튀어 올랐고 그 순간 방의 불이 꺼졌다는데 막내는 아프거나 했던 건 없고 스파크가 튄것에 놀란게 전부인듯. 전기에 감전되진 않은 것 같았다. 200볼트를 쓰는 한국이었으면 크게 다쳤으려나. 생각해보면 나도 유치원 때 100볼트 쓰는 집 전원 퓨즈를 날려먹은 적이 있다. (일자 드라이버를 전원 연결부에 끼워 넣다가..) 그때 아버지에게 정말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났는데 그 혼냈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를 야단 치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니까. 아이는 이제 경험치가 쌓였으니 또 그러지는 않겠지.

캠프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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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이 타는 소리와 열기 그리고 불꽃도 좋지만 난 불을 끄기 위해 타고남은 숯과 장작들을 뒤집어서 펴 놓았을 때의 모습과 은은한 열기를 좀 더 좋아한다. 좀 더 편안하다고 할까.

Morning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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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처음 달려본 길인데 길이 너무 예뻐서 귀찮음을 참고 자전거를 세워 놓고는 파우치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한컷 남겼다. 5분만 더 달렸으면 훨씬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었을텐데..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우측으로 철길이 나란히 달리는 조용한 2차선 도로 였는데 차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운동하는 사람들도 제법 만났다. 아침에 달리기에 이만한 길이 없지 싶은 곳.

변화

회사를 그만둔지 석달이 됐다. 그 중 한달은 미국 넘어올 준비 하느라 이것저것 처분하고 알아보는 시간이었고, 나머지 두달은 미국 넘어와서 정착을 위해 좌충우돌 하는 시간이었다. 전 회사 동료가 연락을 해서 이야기 하다 회사 그만둔지 석달이 된걸 깨달았다. 난 벌써 아득한 먼 옛일 같은데... 이제야 석달이라니. 다음주 부터는 Georgia Tech College of Computing 에 Visiting scholar로 나간다. 이번주에 ID카드를 만들고 있는데 차주부터는 사용 가능하겠지. 연구 테마는 AI 쪽인데... 연구 자체도 재미 있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이 동네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 넘어온 이후 처음으로 무언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좋은 쪽으로의 변화이기를.

Paw Pa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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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막내를 씻기면서 대화하다 막내가 웃음이 터져서 깔깔거리며 숨도 잘 못쉴만큼 재미있어 하는 일이 벌어졌다. 막내 말에 따르면, "아빠가 자꾸 paw patrol 을 웃기게 말해서 자기를 웃긴다" 는 것. 진실은... 아무리 TV에서 나오는 발음과 똑같이 발음하려고 애써도 아이가 자꾸 "왜 웃기게 발음하냐" 면서 깔깔댔던 것. 아이의 발음을 들어보면 내가 하는 발음과 확실히 좀 다르다. 이것 참...  어쨌든, 끝까지 아빠가 자기를 웃기려고 장난쳤다고 생각해서 즐거워 했던 막내를 진정시키고 재우느라 에너지를 제법 써야 했다. 앞으로 점점 더 이런 갭이 벌어지겠지? 지금 당장의 해결 과제는, 선생님들이 써서 보내는 영어 '필기체' 에 익숙해 지는 것. 쓰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일단 잘 못 읽겠다. 필기체를 공부한 적이 없어서..

하루

어제는 아득하고 오늘은 절박하고 내일은 지루하다. 추억이다, 꿈이다 여러가지 단어로 설명하려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오늘만을 살아가는 존재. 오늘의 아픔과 즐거움은 어제라고 불리는 순간이 되면 아득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과거가 될 것이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은 그저, 멀리 있는 지루함이다. 이렇게 또다시 하루를 넘긴다.

잉글링(Yueng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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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로컬 맥주인 잉글링(yuengling).  주종을 따지자면 라거인데 황금색의 투명한 라거들이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이 맥주는 색이 진하다 못해 메이플 시럽처럼 오랜지색 가까운 색이 난다. 그래서 amber bear라고도 한다. 보리, 홉 이외에 옥수수도 (조금 많이) 들어갔기 때문인데 덕분에 제조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진한 색을 얻었다. 옥수수가 들어간 맥주 특유의 부드러움은 덤. 뉴저지 지역의 펍 메뉴판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의 맥주중 하나지만 부드러운 목넘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맥주로 꼽힌다. 2015년 겨울 뉴저지 장기 출장때 현지 직원이 불금을 누리게 해주겠다면서 뉴저지에서 세손가락에 꼽히는 맥주집(+소세지 집)에 데려가서 소개해 준 맥주.  미국에서 마시고나서 인상에 깊게 남은 술 중 하나.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막상 뉴저지 한복판에 있는 뉴욕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브루클린 양조장들의 입김이겠지. 아니면 옥수수가 첨가된 미국식 맥주로는 독일 이민자들이 주류가 되서 만드는 정통 브루클린 맥주의 산을 넘기 어렵거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맥주라고 우습게 보다 다음날 점심때 깨어나게 되는 Brooklyn buzz bomb를 소개해볼 예정. 물론 그걸 애틀란타에서 판다면...) 그래도 난 Buzz bomb 보다는 Yuengling이 더 좋다. 전 세계적으로 필스너류의 톡 쏘는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탓에 뉴저지 외에 다른 지역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다. 원래는 저녁때 마시려 집 앞 파머스 마켓에 the prisoner 를 사러 갔었는데 와인보다 맥주가 갑자기 땡겨서 맥주 코너로 갔다가 "외인 코너에 The prisoner 를 가져다 놓는 술 취향이면 이 가게 술 담당자는 잉글링도 좋아하지 않을까?" 란 생각에 찾아봤는데 있었다. 부드러운 목넘김을 사랑하는, 누구냐 넌. -_-b 여튼 이 아파트를 계약하길 잘했다.  -_-

미국에서의 첫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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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키 주까지 8시간을 운전해 와서 캠핑을 하고 있다. 아침 산책 중 우리 텐트를 한 컷. 정말 인상 싶은 캠핑장. 이렇게 공간이 여유로우면서도 숲속에 파묻혀 있는 캠핑장이라니. 아침에 텐트주위 새 소리만 서너가지에 밤사이 풀벌레 소리는 장마비처럼 들렸다. 아침에 보니 캠핑장에 토끼도 돌아다니네. 그리고 어제 저녁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연 상태에서의 반딧불이를 봤다. "반딧불이 처음 봐요.." 하며 홀린듯 바라보던 첫째의 말에 "아빠도 자연속에서는 처음 본다.." 하곤 옆에서 한참 봤다. 곤충 전시관 같은 곳에서 보는 것과 다른 느낌. 캠핑 오길 잘 했어. 

The Pris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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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risoner Wine company를 있게 한 The prisoner. 글자 그대로 이 와인의 이름이 와이너리의 이름이다. 2016년 2월에 클리블랜드에서 처음 마셔보고는 반해서 이후에 비싼 세금까지 물어가며 한국으로 두번이나 항공 특송 시켜서 마신 와인.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인생 와인이 있는 법인데 내게는 이 와인이 바로 그렇다. 한병에 수십만원짜리도 마셔 봤지만 아직 살면서 고작 한병에 40달러 정도 하는 이 와인보다 더 내게 잘 맞는 와인은 만나지 못했다. 아주 인기가 많은 그리고 많이 팔리는 와인은 아니라서 애틀란타에서는 Total Wine 이라는 제법 큰 와인샵에나 가야 구할 수 있는 와인인데 미국에 와서 제대로 와인 쇼핑을 할 시간이 없어서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 웬걸. 아파트 단지하고 바로 붙어있는,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Farmer's market에서 팔고 있었다.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한병 집어왔다. 그리 고 식구들이 모두 잠든 이 시간에 저녁삼아 먹는 비스켓과 아보카도와 함께 놓고 한 잔 즐기고 있다. The prisoner는 진판델 종 포도를 메인 베이스로 해서 만든 블랜디드 와인인데 탄닌의 톡 쏘는 신 맛이 약해서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의외로 알콜의 함유량은 높은.. 그래서 입안에 머물다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은 매끄럽지만 빠르게 취기가 오르는.. 그런 매혹적인 와인이다. 마시다 보면 그 매끄러운 맛과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많이 마시게 되고, 빠르게 하지만 부드럽게 올라오는 취기에 어느 순간 마음의 빗장이 느슨해지는 그런 와인이라고 할까.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수도 없고 구한다 해도 비싸다. 내가 찾아본 최저가는 병당 12만원. 그나마도 당시에 품절이었다. 아마도 블랜디드 와인 보다는 한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높게 평가하는 한국의 와인 문화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을거라고 예상한다. The prisoner를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다니. 미국에 오길 정말 잘했다.  -_- 여하튼,...

기사단장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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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그림을 완성하지 말았어야 했다. 구덩이는 그대로 두었어야 했다…' 문득 떠 오른 기사단장 죽이기의 한 구절. 책이 오면 한번 더 읽어봐야지.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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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오늘 버전은 정말 맛있었다. 새콤한 산딸기를 치즈하고 달걀하고 같이 버무려 놓으니 이렇게 좋은 걸. 다음주엔 딸기 좀 더 사다 놔야지. 

24/7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을 두 아이들과 붙어서 생활한지 열흘이 지났다. 처음이다. 아이들과 이렇게 긴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아니, 어떤 아빠가 초등학생 아이 두명과 단 셋이서 24시간을 붙어서 있을 수 있을까. 엄마인들 가능할까? 엄마도 회사를 가고 아이들은 나름 학교를 가고 학원을 가는데. 그렇게 붙어 있다보니 아이들에 대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전에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못보고 내가 보고싶은 모습을 투영해서 보고 있었는지도 알게 됐다. 비록 막둥이의 예상치 못한 입원으로 벌어진 상황이지만, 내겐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다. 아직도 보름을 더 이렇게 지내야 한다. 또 어떤 색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될지 기대된다. 내가...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다시 올까? 그렇지 않겠지.

애틀란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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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도시. 애틀란타 상공에서 첫째가 찍은 사진. 애틀란타는 산이 없으면서도 미국 내에서도 유별날 만큼 나무와 숲이 많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면 지평선 끝까지 숲이 펼쳐져 있다. 나도 처음 봤을 때 그랬지만 아이들이 보면서 깜짝 놀람. (4,5월의 꽃가루는 그래서 무시무시 하지만..)  어쨌든 LA에서 네시간반의 비행 끝에 목적지에 드디어 도착했다. 앞으로 살 곳. 뭐, 어찌어찌 또 살아 지겠지.

한국 집에서의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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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의 마지막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1년반 밖에 안살았지만 그동안 지냈던 그 어떤 집보다 애착이 들었던 곳과의 작별이다.  화목한 가정이 이사와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Cavalleria Rusticana - Intermezzo 에 대한 짧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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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라는 나이든 여자의 와인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녀의 아들인 Turiddu 와 며느리인 Santuzza 그리고 Turiddu의 옛애인인 Lola 사이에 펼쳐지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Mascagni의 오페라.   (줄거리 초 간단 요약) 젊은시절 사랑하던 Lola를 두고 전쟁터에 나간 Turiddu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돌아온 고향에서 이미 Lola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음을 알게되고 복수심에 눈이 멀어 사랑하지도 않던,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던 Santuzza를 유혹하여 결혼을 한다. 이를 지켜본 Lola는 질투심에 괴로와 하고 자신이 그리고 Turiddu가 아직 서로를 잊지 못했음을 깨닫고 다시금 사랑에 빠진다. 이를 알게된 Santuzza는 고민끝에 Lola의 남편에게 상황을 고해 바치고 Lola를 설득하여 모든걸 정상으로 돌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분노한 Lola의 남편은 Turiddu에게 결투를 신청할 것을 결심하고 만다. 결국 Lucia의 와인샵에서 서로가 만나고 결투를 약속한 후 밖으로 나가 결투끝에 Turiddu가 죽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 된다. *너무 간단히 요약을 했나 싶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Turiddu가 Lola의 사랑을 다시 얻은 이상 더 이상 바랄게 없다는 행복감에 빠져 있는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등장 인물 하나 없이 무대를 텅 비운채 조명만 들어온 무대를 배경으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이 바로 intermezzo다. 지금은 Cavalleria rusticana를 검색하면 99% 이 곡이 나오기 때문에 제목이 이 오페라와 같다고 생각되기 쉽지만.. 분명 별개의 제목을 가진 곡이다.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때 예술의 전당 자료실에서 LD를 빌려 영상실에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를 펼쳐놓고 친구들과 봤던 오페라인데 극 중 크라이막스로 치닫는 시점에 모든 소란스러움을 치워버리고 갑자기 펼쳐진 이 intermezzo의 생경한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었다. 그리고 이...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은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닷새간의 사랑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다면 나머지 이틀동안 이혼을 했을 거라는 농담을 즐겨 하기도 했다. (만난지 하루만에... 아니 만 하루도 아니구나. 일요일 밤에 처음 보고 월요일 오후에 결혼했으니까.)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참고한 아서 브룩의 원작(무려 서사시다)은 90일간의 사랑 이야기다. 그렇게까지 가벼운 사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극 무대에 세우기 위해 90일을 5일로 줄임과 동시에 폭풍같고 맹목적인 사랑을 말이 되게 하기 위해 셰익스피어는 줄리엣의 나이를 만 13세로 설정했다. (대충 중2쯤 되겠다. 예나 지금이나... 중2는 무섭다.) 이렇게 만든 희곡이 원작의 인기를-역사적으로- 뛰어넘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철없는 사랑 이야기에 오랜 시간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 뒤 가리지 않는... 오싹할 만큼 순수한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라고 느끼는 것일지도. 비록 그것이 호르몬 분비에 따른 반응일지라도. 여하튼 간만에 읽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기대만큼 재미있었다. 내일은 한여름밤의 꿈을 읽어야지.

금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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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주는 존재로 꽃 이상인 것이 있을까. 하루 밤 사이 그 형태를 바꿔 화려한 색상을 뽐내는 꽃들이야 말로 자신의 존재를 시간속에 도드라지게 나타내는..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시선을 던져보면 꽃은 단지 시간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땅을 알려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3월의 독일은 야생 장미와 후리지아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4월의 한국과 일본은 벚꽃의 시간이다. 5월로 넘어가면서 이 땅은 수수꽃다리의 향이 넘실거리고 6월이 되면 금계국의 짙은 노란 꽃잎이 자태를 뽐낸다. 오늘 밤 산책을 하다 동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금계국을 마주쳤다. 시간이 이렇게 가고 있는데, 이 꽃이 필 시기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제 한국을 떠나기까지 보름가량 남았다. 미국으로 가게 되면 아마도 또 다른 그 땅의 꽃을 마주할테고 그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또다시 시간을 인지하기 시작하겠지. 아마 이 꽃이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들꽃이리라. 그 기억을 강제하기 위해 사진을 한장 찍었다.

퇴직

드디어 오늘 퇴직을 했다. 메일로 퇴직 인사를 쓰다 말이 너무 구구절절 해지는 것 같아 다 지우고 "행복하세요. 행복하겠습니다" 라고 짧게 남겼는데 마음이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난 나대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만큼 남아있는 이들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직은 어떤 기분인지, 생각인지 글로 풀어내기 쉽지 않다. 언젠가 기회가 되겠지. 굿바이 삼성전자.

자전거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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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는 돈보다 배송 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탓에 집에 있는 자전거를 모두 처분하는 중이다. 아이들 자전거는 그나마 반응이 있는데 6년탄 내 자전거는 아예 관심이 없다. 사실 중고로 살만큼의 고가품도 아니고 많이 낡긴 했지만 그래도 난 정이 많이 쌓인 녀석이라 버리자니 아까워서 다른 사람이 더 탔으면 좋겠는데.

자전거 연습

어제 두 아이들의 자전거를 꺼내 이런저런 손질을 하고 자전거를 타게 해줬다. 날도 선선하고 미세먼지도 없는, 좋은 날이었다. 둘째도 초등학교에 갔으니 슬슬 자전거 보조 바퀴를 떼고 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 잠깐 연습을 해봤는데 너무 중심을 못잡아서 난처했다. 왜 넘어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둘째와 잠시 서로 바라보다 첫번째 연습에서 슥슥 타고 가버린 첫째의 균형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좋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 좀 더 보조 바퀴 달고 타자. 아빠도 아직 바퀴 네개 달린 자동차 타고 다니는 걸 뭐. :-)

동굴벽화

어제 저녁을 먹던 중 첫째와 '원시인들은 동굴에 그림을 어떻게 그렸을까'에 대한 토론을 했다. 그 대화의 끝에 아이가 주장한 이론을 증명해보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식물의 즙으로 그림을 그리고 동물 기름으로 겉을 덮어서 지워지는 걸 막는다) 오늘 아침 실험 계획서를 써서 가져온 걸 보니, 식물 즙은 잎이 얇은 나뭇잎을 으깨서 즙을 만든다고 하고(이거 네가 할거지?) 동물 기름은 돼지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돼지고기가 없다고..... 일단 고기를 사서 구워 먹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고기를 싫어하는 첫째는 그 부분에서 난색을 표한다. 배시시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데 아빠가 대신 먹어 달라는 눈치. 야, 니 실험 준비물은 니가 만들어야지. ㅡㅡ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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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어 서울 가기 위해 동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중. 그런데 조금 전 30분 기다렸던 버스를 음악 듣다 놓치고 다시 30분 기다려야 하는 상황. 어처구니 없어 하며 이마를 짚다가 문득 올려본 하늘이 너무 좋아서 헛 웃음이 나왔다. 피식. 좀 더 기다리지 뭐.

여유

1. 어제 아침 일찍 아내와 둘이 집을 나서 서울 종로까지 2시간 가까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올라갔다. 갤러리 한 곳을 방문하면서 경복궁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는데 휴일이라 하더라도 시간 효율을 따지지 않고 먼 길을 다녀온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보고 싶은 사진 전시가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는데 중간에 예상치 못한 멋진 작품을 만났다. http://iphoswebzine.tistory.com/297 윤길중 작가의 큰법당 시리즈였는데 한지에 인쇄된 (인화물이 아닌 인쇄물이었다) 작품의 분위기는 나와 아내 둘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 끌었다. 사진을 보면서 '갖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한 몇 안되는 작품의 리스트에 한 점 추가된 순간이었다. 갤러리 큐레이터에게 가격과 운반비 등을 상담했는데 본 전시는 5/8 부터이고 어제는 일종의 사전 전시와 같은 상황이라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 나왔지만 작가명과 작품명은 메모를 해 놨다. 나중에 반드시 다시 구입을 타진해야지. 2. 연휴 동안 머리를 텅 비우고 마음 느긋하게 책을 읽고 싶어 오늘 아침 파운데이션 시리즈 전집을(1~7권) 리디북스에서 구입했다. 어렸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고전SF 를 좋아하는 성향이 더 짙어졌다. 고전SF 중에서도 '스페이스 오페라' 부류의 작품들이 좋다. (그렇다고 사실주의 성향의 SF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스페이스 오페라 만한 소설도 없다) 태블릿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전자책 단말기를 살것인가 하는 부분은 고민이다. 페이퍼 프로를 한번 만져봤으면 좋겠는데 써 볼 기회가 없다. 3. 아침 일찍 아내는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했고 혼자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옷을 챙겨입고 조깅을 나갔다. 겨울동안, 그리고 미세먼지 심한 시즌을 피하느라 한국에서 조깅을 한 건 거의 반년만이었다. 지난 겨울 중국 남부 출장을 가서는 가끔 휴일에 달렸지만 날씨...

캐치볼

새벽 두시경 코피가 난다며 첫째가 일어났다.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멎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학교 이야기를 나눴는데 코피가 멈추질 않아 30분이 넘게 첫째가 체육시간에 한 야구와 T-ball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마 근 몇 년 동안 가장 길게 첫째와 단 둘이 대화를 한 것이지 싶다. 그래, 날이 풀리면 잘 안된다는 캐치볼을 아빠하고 같이 연습 하자꾸나. 네가 공 받는게 잘 안되는 건 아빠 닮은 탓이니 누가 널 돕겠니. 이번 기회에 우리 둘 다 한번 캐치볼 실력을 키워보자.

퇴직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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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을 말해주는 선물. 이 명함을 들고 전 세계를 뛰어 다녔는데 이젠 더 이상 쓸 수 없겠구나. 정말로 열심히 살았던 시간. 이 명함을 상패로 받는 것에 부끄러움은 없지만 그만큼 가슴에서 울컥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잔 취하고 싶은 밤.

훈육

이틀전. 하루종일 회사에서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많았다. 간신히 마음을 다스리고 집에 왔는데 그날 따라 첫째와 둘째가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며 신경을 긁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보였는지도. 몇 번인가 좋게 이야기 하며 참아 넘기다 세번째인가 네번째에 눌렀던 화가 터져 나왔다. 참 별 것 아닌 일이었는데 잔이 흘러 넘치는 마지막 물 한방울이 되었던 것. 갑작스런 아빠의 분노에 당황한 아이들은 눈물부터 그렁이는데 한번 터져나온 내면의 감정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서 곧바로 찾아온 후회는 하루가 지나도록 사라지질 않았다. 아이들에게 내가 참고 넘어갔던 앞의 일들을 나열하며 나중에 터져나온 분노가 정당했음을 설명할까 하다 나부터도 납득 못할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변명 없이 아이들에게 아빠가 어제 별 것 아닌 일로 소리를 질렀는데 생각해보니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사과하는 내내 스스로를 꾸짖었다. 부모는 부모일뿐 상전이 아니라고. 부모 노릇은 참 어렵다. 다른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 드는 이 마음을 다스리는게 어렵다.

아침인사

오늘 아침에도 여지없이 막내는 일어나서 아빠는 잘잤냐는 인사 후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물어본다. 매번 대답해 준 후 귀엽다며 웃어 넘기다 오늘은 잠시 아침과 저녁이 헷갈리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낮잠 때문인 것 같다. 낮잠을 꼭 재우는 탓에 막내 입장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항상 아침 아니면 저녁인데 자고 일어난 몽롱한 정신에 그 차이를 깨닫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인 것. 아침과 저녁을 쉽게 구분하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다 그만뒀다. 어차피 이것도 앞으로 몇 달이면 자연스럽게 사라질텐데 뭐하러 일찍 구분하게 만들고자 하는건지. 아이가 크는 속도가 너무 빨라 서운해 하면서 정작 아이를 빨리 키우려고 하는 습관은 고치기가 어렵다.

Google cloud platform

이런저런 이유로 며칠 고민을 하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계정을 열었다. 사용법을 익히는 용도로 제공하는 무료 계정인데 일단 좀 써보고나서 유료 전환을 할지 결정할 예정. 그런데 유료 계정이라고 해도 이용 요금 자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하다. 15년전에 내가 연구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cluster를 꾸밀때 든 비용이 대략 4천만원 정도였는데...  지금 GCP High performance computing 또는 GPU computing 사용 요금표를 보니 그 돈이면  이제는 연구실 학생들 모두가 박사과정 내내 훨씬 강력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여러 계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부러워졌다. 나는 항상 컴퓨터 성능이 부족해서 내 연구 시간의 대부분을 어떻게 하면 클러스터 노드간 데이터 전송을 효율화 할지, CPU와 메모리 사용율을 최소화 할지 고민하는... physics가 아닌 CS 가 할법한 고민을 하면서 보냈었는데. 만일 내가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해 진다면 이제는 하드웨어 구입을 고민하기보다 일단 GCP 요금표를 펴놓고 계산기 두드려 볼 것 같다.

선물

어제 출산휴가를 가는 부서원을 위해 순산기원 파티겸 부서 회식을 했다. 인상 깊었던 건 동료들의 선물. 출산용품, 아기선물 등 엄마 OOO 이 아닌 OOO 본인을 위한 선물이라며 립글로즈와 귀걸이를 선물한 것. 아기를 낳고도 지금처럼 예쁜 OOO의 모습 그대로 회사로 돌아오란 말과 함께 건내진 그 선물에 내가 더 감동했다. 무슨 선물을 준비했는지 사실 신경 못쓰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여운이 남는 선물 증정식이었다. 마음에 대해 어제 또 한가지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