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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April, 2008

배경과 빛의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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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기 시작한지 3년이나 됐지만 그동안 그저 예쁜 빛과 풍경을 담기에만 골몰했었지 막상 내가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지 조차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사진에서 색을 배제한 흑백 필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야 내가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의 특징은 바로 '배경과 빛의 절제'. 비록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보고 느낌이 좋은 사진들을 자꾸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남이 내 사진을 봤을 때 '배경과 빛이 적절하게 절제되어 사용됐다' 는 느낌을 받을 날이 오겠지. 빛의 사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요즘. 비로소 '빛을 그리다' 는 어원을 갖고 있는 사진, photograph 를 취미로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Pentax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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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7시 30분을 기점으로 렌즈 교환식 필름 수동 카메라가 하나 더 생겼다. 펜탁스 클럽의 흑백방 방장 이지영님의 중매(?)로 입양한 녀석인데 사실 내 카메라가 아니라 아내가 사용할 카메라다. 목측식이고 고정화각을 가진 Kobica 를 쓰면서 측광 기능과 다양한 화각을 아쉬워 했던 아내는 측광이 되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대해 욕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펜탁스 클럽 흑백방 번개에서 ME 를 팔고자 하는 직장 동료가 있다는 지영님의 이야기에 귀가 번쩍! 일사천리로 어제 저녁에 인도 받았다. 내 주력기(주력기...라지만 사실 이거 하나밖에 없다. ㅡㅜ )인 KX 와 동일한 K마운트를 사용하는 ME 는 본격적인 사진을 위한 기종이라기 보다는 부담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스냅용 사진기라는 평을 달고 있다. 하지만 어제 만나본 ME 는 주력기로 쓰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모델이었다. 조리개 우선 모드 기본이라 조리개 값만 설정하면 셔터 속도를 자동으로 맞춰 주기에 아무 부담없이, 매우 빠른 속도로 펑펑 찍을 수 있으며 수동 노출 보정 기능을 갖고 있어서 노출을 보정해야 하는 상황도 대응할 수 있다. 스트로보 장착시의 동조속도도 내 KX 보다 더 빠르고 필름의 감도를 수동으로 지정할 수 있어 증감촬영도 가능하다.(이 기능 때문에 P50이 아닌 ME를 선택했다) 단점이자 장점인게 둘이 있는데 다름아닌 무게와 크기. 크기가 너무 작아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손으로 잡으면 제대로 잡기가 어려웠다. 어디를 잡아야 할지 난감할 정도. 양손으로 감싸면 카메라의 대부분을 가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라서 함께 영입한 유치원생 주먹만한 크기의 M50.4 렌즈를 마운트 해 놓으면 DSLR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SLR 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다. 아내는 오히려 작아서 좋다고 하니 중요한게 아니지만. 그리고 또 하나는 무게. 거짓말 조금 더하면 보급형 DSLR 로 무게 역시 가볍다고 알려져 있는 캐논 300D 이나 니콘 D70 의 절반에 불과한 무게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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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이라도 이마에 박혀 있는 것일까? 꿈을 꾸더라도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꾼다. 그 흔들거리는 비릿한 풍경에서조차.

행사 사진 찍기

지난주말에 다녀온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걷기대회 및 문화축제 에서 찍은 사진이 나왔다. 흑백 필름이 대부분이라 현상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사진은 전반적으로 대단히 불만족. 행사 사진을 처음 찍는 터라 어디에서 포인트를 잡고 사진을 찍어야 할지몰라 상당히 어려웠다. Fomapan100 의 최초 야외 사진인데 대단히 연하게 표현된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사진이 너무 연하게 나와서 찍으면서 기대했던 모습들이 거의 잡히질 않았다. 정물이나 풍경이 아닌, 그리고 단독 인물 사진이 아닌 행사 사진은 도대체 어떻게 찍어야 하나 싶다.

ILFORD Delta 400

월요일에 주문한 ILFORD Delta 400 이 어제 도착했다. 테스트해보고 싶은 것은 증감촬영이다. 2스탑까지도 노출 관용도로 커버해 버린다는 무지막지한 필름이 delta 400 이기 때문에 실내에서 촬영시 X-tol 로 현상하면 ISO 1600 까지도 입자가 크게 거칠어 지지 않고 커버 가능하다는 동호회 회원의 이야기를 믿고 질러버린 제품이기 때문. 따라서 내게 ND4 필터가 있으므로 이 필름만 있으면 밝은 야외에서 실내까지 전부 커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금전에 확인해보니 ISO 800 에서 흐린날 형광등을 켜 놓은 실내에서 셔터속도를 1/30초 이상 무리없이 확보할 수 있었다. 굳이 1600까지 증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선은 800 으로 증감촬영부터 해볼 생각이다. 어떻게 나올까? 내일 정도까지는 24컷 모두 소모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바램대로 될지 모르겠다. 늦어도 주말까지는 필름을 모두 소모해야 일요일에 아내와 가기로 한 한택 식물원에서 컬러 필름을 사용할 수 있을텐데.

The paradox of our time in history

오늘 아침 지저깨비님의 글 을 통해 일모리 님께서 한국어로 번역하신 The Paradox of Our Age 를 접했다. 작년 여름 웹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글인데 지저깨비 님과 일모리 님 덕분에 원 저자가 Dr. Bob Moorehead 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두 분께 감사를 드린다. 작년에 이 글을 번역하려다 포기 했었는데 이유는 바로 The paradox of our time in history 라는 첫 문장 때문이었다. 개인의 자의식은 지나치리만큼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무리를 이루고 살아야 하는 인간은 그 태생부터 모순된 존재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리라. 이 때문에 역사(history), 즉 인간이 만들어 온 그 긴 시간동안 매 시대를 살았던 인간과 그 시대의 문명은 그들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모순들을 역사속에 기록해 왔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 그 모순들을 극복했기에 인류의 문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우리는 우리 시대의 모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우리가 그랬듯이, 지금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모순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만들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들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하여 다음 세대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바로 문명을 이루고 모순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인간' 으로써 지켜야 할 자존심이다. 그러므로 Dr. Bob Moorehead는 The paradox of our time in history 라는 첫 문장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이제 우리 시대의 모순을 해결해야 할 순서가 되었음을 그리고 우리는 분명 이들을 해결하고 우리가 만든 시간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소망과 목표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순을 안고 있는 우리 시대를 역사속(in history)에 미리 포함 시킴으로써 우리는 반드시 우리 시대의 모순을 ...

아내와의 마실::까페 빠르꼬

어제 저녁 드라이브가 하고 싶다는 아내의 주문에 따라 집에서 차를 몰고 파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파주 방향으로는 출판단지 북카페 촌, 해이리 등 볼만한 그리고 시간을 보낼만한 마실 장소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던길에 맛있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목동에 있는 카페 빠르꼬 가 생각났다. 몇 초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차를 돌려 서울방향으로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차는 밀리지 않았고 30여분만에 카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변함없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부분이 변했다. 여러가지 소품들도 늘고, 실내 인테리어도 늘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주는 사 진! 아내와 함께 종업원이 찍어준 사진을 받아 날짜와 서명을 아내가 했다. 그런데 가게에 걸어 놓을 뿐 돌려주지는 않는다. 가게에 걸어 놓는 용도라나? 스캔본을 메일로 받기로 했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수 밖에. 지난번에 찾았을 때는 핸드드립은 따뜻한 커피로만 서비스가 됐었는데 이번에 갔더니 냉커피로도 가능했다. 아내는 에티오피아 원두로 냉커피를 주문했지만 난 솔직히 모험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브라질 산토스를 따뜻하게 마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땅을 쳤다. 아내에게 조금 얻어서 마셔 봤는데 처음으로 마셔보는 핸드드립 냉커피. 이럴수가..너무 맛있었다. 다음에 가면 꼭 나도 냉커피로 마셔야지. ㅡ_ㅡ 그렇게 몇 시간을 사장님 그리고 종업원들과 대화하고 사진찍으며 놀았더니 어느새 10시가 훌쩍 넘었다.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었다. 유치하지 않고 즐거운 영화를 한편 보고 난 느낌. 웃음이 함께하는 대화를 나눈 덕분이겠지만. 아내와 종종 그렇게 마실을 다니곤 한다. 그리고 카페 빠르꼬는 우리 부부에게 상당히 좋은 마실 장소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둘 다 맛있는 커피와 즐거운 대화를 좋아하니까. ^^

함께 걷는다는 것

오늘 오후 광명시에서 있었던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걷기대회 및 문화축제' 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했다. 장애인 시설이나 단체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의 봉사 신청 이어서 조금 뻘쭘하긴 했지만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스태프 명찰과 조끼를 받고는 이후 4시간 정도를 봄답지 않은 초여름 더위에서 땀을 흘렸다. 1시간도 안지나 상의가 땀에 흠뻑 젖어 버릴 정도였다. 막연하게 장애인들이 참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대학 3학년때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과 후배와 영화를 보러 갔을 때였다. 극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휠체어를 탄 사람이 혼자서는 절대로 밀어서 열 수 없는 묵직한 유리문을 두겹을 통과해야 했으며 결정적으로 휠체어로 접근할 수 없는 '장애인 석'으로 가기 위해 직원이 휠체어를 들고 나와 다른 후배는 그 후배를 업어야 했다. 동성도 아닌 이성이었던 그 후배는 얼마나 민망하고 자존심이 상했었을까. 서울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한다는 극장이 그런 수준이었으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우리나라가 장애인들에게 조금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지옥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을 한건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렸던 학회에 참석하고 난 후였다. 하루 일찍 도착했기에 샌디에고 곳곳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돌아 다녔는데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장애인의 수에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몇시간 후 한국에 비해 미국이 장애인이 많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동권이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잘 보장되어 있어 혼자 이동이 불가능한 한국보다 혼자 돌아다니는 장애인의 수가 많은 것임을 깨닫고 귀국후 몇달 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단일 민족 국가인 한국은 소수자에 대한 보호를 하지 않는다. (이 문제만 해도 한참 언급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수자에게 한국은 정말로 살기 힘든 나라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옆사람과, 혹은 앞 사람과 보폭을 맞...

V700 첫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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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영입한 V700 스캐너로 3년전 필름을 스캔해 봤다. 결과물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고는 잠시 숨을 쉬지 않았다. 사진을 찍을 때 내가 바라보던 모습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었기 때문.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문득 아내를 보고는 "잠깐만요! 잠깐만 그대로 있어봐요!" 라고 소리치고는 허겁지겁 담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컨트라스트를 너무 강하게 해서 색상이 선명하게 나오게 스캔해 버린다는 FDI 의 스캔결과물과는 너무 달랐다. 이거...예전 필름들을 전부 다 다시 스캔해야 하는건가. ㅡ_ㅡ;;;

사진 고르기

며칠 연속으로 사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사진 이야기가 워낙 늘었으니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긴 하지만. ;-) 내가 찍은 사진의 온라인 앨범으로 야후에서 운영하는 플리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을 올리기도 편하고 여러가지 크기로 자동 리사이즈도 해주며 무엇보다 언제 올린 사진이든 원하는 때에 내 블로그로 손쉽게 사진과 글을 포스팅 할 수 있게 연계해놓은 기능이 마음에 들어 계속 이용하고 있다. 다만 유일한 불만이라면 앨범에서 사진의 썸네일을 클릭해서 들어가면 기본으로 보여주는 사진의 긴쪽 크기가 고작 500px 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 모니터 해상도가 800x600 이라면 모르겠으니 1024px 을 넘어 1280px 을 쓰는 것이 보편화 되고 있는 요즘 500px 의 가로축 길이는 지나치게 작은 크기다. 블로그에 올리기에는 좋지만 사진 자체를 감상하는데는 최소 750px 이상은 되야 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는데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사진 자체를 포스팅 하고 싶을 땐 항상 내가 다시금 리사이즈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어제부터 내가 찍은 사진들 중 몇개만 골라서 구글 picasaweb 서비스에 올리기로 했다. 사진 고르기 작업이 한창인데...문제는 도무지 아내의 사진을 골라낼 수가 없다는데 있다. 처음엔 고르는데 무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일부만 고르자니 도무지 고를 수가 없는 거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진을 전부 리사이즈 작업을 하고 액자를 만들어 붙여서 수작업을 하기도 그렇고. 일단은 고른다고 고르고 있는데 반드시 올려야 할 것 같은 사진들이 너무 많다. 플리커 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매킨토시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까지 다 합하면 어마어마 할텐데. 확실히 인물 사진은 사람 그 자체만으로도 도저히 흠잡을곳이 없는 작품이 된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진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나온, 아버지께서 쓰시던 Pentax KX 를 손에 넣은 것을 기점으로 필름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 했으니 벌써 필름을 만진지 만 3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엔 완전히 깡통이어서 친구인 종현이에게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던게 엊그제 같으니 참 장족의 발전을 했다. 사람마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함도 있고 좋아하는 사물을 묘사히기 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첨언하면 악착같이 인물 사진 찍는 기술을 습득해서 사진 동호회 모델 출사 같은곳에서 모델이나 레이싱걸 등과 친해져서 그들 중 하나를 여자친구로 만들기 위해 DSLR 을 만지고 사진을 공부한다는 사람도 봤다.(성공해서 지금 연애중이란다. 대단하다고 밖에는....ㅡ_ㅡ;; ) 아내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사진 자체보다는 사진기 같은 기계를 만지는 쪽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프링과 기어로 이루어진 클래식한 기계부터 전자회로로 가득찬 전자기기까지 '기계' 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니까. 그래서 동작 방식이 뻔한 고가의 카메라 보다 다양한 방식의 특이한 카메라를 찾는 거겠지. 암튼 왜 기계과나 전자과를 가지 않고 생물학과를 갔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왜 사진을 찍는 걸까? 필름을 만지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고민해 왔지만 사실 답은 하나다.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가 그 답이다. 필름 와인더를 감을 때의 그 감촉, 뷰파인더로 초점을 잡기 위해 집중할때의 느낌 그리고 셔터막이 내는 묵직한 기계음까지. 그 모든 것이 좋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를 만지는 거고 DSLR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게다. 비록 DSLR 이 나름대로 필름 와인더를 흉내내긴 했지만 필름이 실제로 감기는 와인더와는 감촉이 다르고, 뷰파인더는 좁아 터졌으며 셔터막이 내는 찰칵 소리를 녹음해서 틀어주기는 해도 실제 셔터막이 움직이는 그 진동과 묵직함은 전혀 없다. 거기에 현상된...

나무의 향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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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과 나무 책장이 어울어진 곳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 나무와 책을 거쳐간 개개인의 흔적이 오랜시간 숙성된 그런 냄새가. 삼청동에 위치한 내서재 는 그런 향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가급적이면 구석으로, 또 책장을 마주보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오가는 사람과 세상을 등지고 나무 책장의 그윽함 속에 오래된 책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곳은 확실히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꽉 막힌 월요일 출근길. 차에서 김애라 님의 아쟁 연주를 듣던 중 작년에 아내와 함께 내서재를 찾아 차와 책 그리고 나무의 감촉이 주는 향취에 흠뻑 취해 즐거워 했던 때가 떠올랐다. 시간이 비는 주말에 돌아오면 아내와 함께 다시한번 찾아야 겠다. 지난 주말 구입한 토이카메라 덕분에 휴대폰을 제외하더라도 카메라가 3대나 된 아내는 사진을 찍을거리가 늘어서라도 좋아하지 않을까.:-D

커피 원두 핸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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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핸드밀 , originally uploaded by Ki-young Choi(최기영) .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까지 하진 않더라도 핸드밀로 가는 건 참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핸드밀을 돌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원두가 기어 사이에 들어가 갈리는 그 느낌은 맛있는 커피에 대한 기대가 원두를 갈고 있다는 생생한 감촉과 어울어져 커피를 마시기 전부터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어 준다. 행위가 결과를 강제하는 셈이다. 비단 원두를 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행동 그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감으로 결과를 강제해 버리는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내 바보같은 성격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인내를 필요로 하는 시기다. 블로그에 적어놓은 대로 심호흡 과 인내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즐겁게 지내야 하는 시기. 인내하자. 그리고 절대 자기합리와를 시도하지 말자. 자기 합리화는 나 자신만을, 그것도 일시적으로 만족시켜주는 효과 이외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지 않은가.

김애라 1집 구하기

판매가 중단되어 버린 김애라 1집을 애타게 구하고 있다. 하지만 들리는 그리고 검색해서 나오는 결과들은 모두 좌절이다. 더이상 1집을 찍어내지 않고 있어 중고 음반 장터에서는 찾는 사람만 하나 가득이고 판다는 사람은 없다. 벅스뮤직에서 곡별로 개별구입 하려고도 해 봤지만 1집 곡들은 모두 DRM 이 걸려 있어서 인증을 받은 PC 에서만 재생이 가능해서 받아봐야 맥을 쓰는 나는 인증받을 방법이 없다. 최근 3집 앨범에서 DRM free 로 출시된 곡들중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딱 한곡-Always In A Heart-만 내 마음에 들었다. 그건 구입을 했지만 정작 내가 사고 싶은 곡들은 모두 1집인데 도무지 1집 음반을 구할 방법이 없다. 누구는 1년간 장터 매복을 해서 간신히 샀다고 하고..... 그런 상황에서 며칠에 한번씩 시간 날때마다 중고음반 장터 사이트를 뒤적거리는 내게 순서가 과연 돌아올까 싶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달라고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께 매일 기도해 볼까? :-D

필름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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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국에 주문했던 필름이 오늘 택배로 도착했다. 선거일이어서 당연히 내일 도착할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12시쯤 도착한다는 전화를 아침에 받고 서둘러 연구실로 나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침에 출근하는 아내를 데려다 주고 그냥 연구실에 나가는 건데. 이번엔 Reala, Pro 400, Fomapan 이렇게 세 종류의 필름을 구입했다. 필름이 없는 건 아닌데 주력 필름인 Reala 의 마지막 롤을 아내의 Kobica에 양보하는 바람에 겸사겸사 주문을 넣었다. 다만 요즘엔 조금 거친 느낌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일부러 Pro 400을 주문했다. Reala 의 고운 색감에 반해서 한동안 이것만 썼었는데 너무 곱게 나오는 바람에 필름이 아닌 디지털 사진처럼 보이는게 요즘 약간 불만으로 작용했었다. Fomapan 은 흑백필름. 필름이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장착한 필름이다. 흑백 필름은 한번도 써본적이 없어서 어떤 필름인지 알아보자는 차원에서 소심하게 다섯롤만 주문을 했다. 그런데 아내가 탐내는 바람에 조금 부족할 듯 싶기도 하다. 언뜻 너무 조금 산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저정도 분량이면 몇달을 버틸 수 있는 컷이 나온다.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Fomapan 은 내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 ps 그런데, 이번 선거에 나는 선관위에서 보낸 선거 관련 우편물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내 지역에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그들이 누군지, 투표소 위치가 어디인지 등을 공식적으로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투표소에 가서 물어보는데 주위 분위기가 나만 못받은게 아닌것 같았다. 이거...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면 크게 터질만한 사건 아닐까? UPDATE 2008.04.10. 생각해보니 3년전 까지는 연구실에서 흑백필름 현상장비와 벌크필름 이송 장치도 모두 있었다. 학부 실험에서 Fourier transform 결과를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 했었는데 디지털 장비로 바꾸면서 쓸모 없다고 후배들이 모두 버렸다고 했다. 하필이면 그 시기가 내가 ...

벚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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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 앞 화단에 핀 벚꽃들 오늘부터 윤중로 벚꽃 축제가 시작된다고 한다. 사실 사진을 찍으러 그 사람 바글거리는 곳에 카메라를 짊어지고 갈 생각은 없다. 이맘때면 사실 동네 어디서든 손쉽게 벚꽃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들을 짊어지고 바글거리는 인파들 속에 앵글을 잡기 위해 시간을 쓰느니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꽃구경을 하며 사람의 물결을 따라 흐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꼭 사진을 한장 남겨야 한다면 굳이 무거운 SLR 일 필요도 없다. 요즘 휴대폰들은 이미 훌륭한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갖고 있지 않은가. :-D

함평 나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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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Pyoung Butterfly festival , originally uploaded by Ki-young Choi(최기영) . 여행을 다녔던 곳 중 요즘 다시 가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근질 한 곳이 바로 함평이다. 다름 아닌 4월 30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함평 나비축제를 보고 싶어서. 아내와 내가 2004년도에 함평에 갔을 땐 봄이 아니라 가을에 열렸던 '나비 - 국화전' 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함평으로 진입한 후 바로 만났던 기사식당의 훌륭한 음식도 그렇고. 움직일 수 있는 주말은 한정되어 있고 한국의 봄은 유달리 가볼만한 곳들이 넘쳐난다. 지난 주말에는 대천 쭈꾸미 축제에 다녀왔고 다음 비는 주말에는 영덕이나 죽변항 쪽으로 대게를 먹으러 가기로 되어 있으니, 5월 첫주에 끝나는 함평 나비축제는 아무래도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유달리 게를 좋아하는 아내에게 4월말의 한창 물오른 대게를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ㅡㅜ

안락사에 대한 생각

의료와 사회 한정호 : 죽지 못해 괴로운 환자와 가족을 본 적 있어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의사 입장에서 바라본 안락사에 대한 글이다. 정치, 종교와 더불어 내가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들과 논쟁을 피하는 주제중 하나가 바로 이 안락사에 대한 문제다. 신념의 충돌을 가져올 주제는 대부분의 사람들간에 이성적인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 블로그이니 만큼 혼자말이라 치고 주절거리자면, 난 안락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죽을게 분명한 환자의 고통을 다만 몇시간 이라도 앞당겨 주기 위한 안락사는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 환자의 죽음이 명백할 경우,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은 과연 누굴 위한 것일까? 단언하건데 그건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아마 보호자들이 환자를 포기하지 못해 동아줄 잡는 심정으로 연장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께 "날 살리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몸에 치료용 호스를 수없이 꼽는 것 하지 말아달라" 고 부탁하신 것 때문에 증상에 대한 별 질문도 없이 호스 먼저 꼽으려던 병원 의사와 싸우기도 했던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과연 환자를 위한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분명 그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을 것이다. 호흡하는 순간 순간이 고통이지만 이미 몸은 죽음을 바라보고 있기에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하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환자에게 치료와 죽음은 일반적인 관점과 반대로 느껴지지 않을까. 치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환자라면 당연히 안락사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더이상 어떠한 치료 방법도 통하지 않는 명백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 그에게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올바른 방법이 아닐런지. 죽음은 신만이 내릴 수 있지 인간이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신이 이미 결정한 명백한 죽음을 '인간의 기술'을 이용해 환자에게 엄청난 ...

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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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크게 스캔할 수 있으면 훨씬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을텐데. :-( FDI 의 '그냥저냥' 표 스캔에 마음 상할때마다 필름스캐너가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한다. 그래도 아내의 DSLR 을 사기 전에는 어림도 없는 소리. 5월에 쓸만한 istD 시리즈 매물이 장터에 나와야 할텐데.

과자상자

요즘도 그런 상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 종종 받았던 선물은 '과자선물상자' 였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자들을 상자안에 골고루 넣어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일종의 떨이식 상품이었는데 그 상자를 받은 날은 고민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던 날이 되곤 했었다. 바로 어떤 과자를 먼저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어렸을 때부터 군것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그 큰 과자상자에 든 과자들 중 한가지나 두가지의 과자만 먹고 싶었고 나머지는 '먹기 싫다'는 큰 문제에 봉착하곤 했었다. 하지만 주어진 음식은 남기거나 흘리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던 집안 분위기 탓에 결국엔 다 먹어야 했고 그 상황에서 난 항상 맛이 없는, 싫어하는 과자부터 먹었다. 먹기 싫은 걸 먼저 먹어 버리면 이후에는 맛있고 좋아하는 과자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나름의 이유였다. 같은 이유로 콩이 들어있는 밥을 지어 어머니께서 내 오시면 젓가락으로 열심히 콩을 먼저 골라서 먹어 버렸다. 종아리를 맞을까봐 골라내거나 남기는 건 상상도 못했고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게 눈 질끈 감고 먼저 먹어 버리자 였던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덕분에 내가 콩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사서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날 때까지 주로 콩이 '듬뿍' 들어 있는 콩밥을 먹어야 했으니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사실 과자상자에 한정하여 생각해 보자면 어느 방식이 정답이라는 식의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맛없는 과자를 먼저 먹는게 좋다는 내 철썩같은 믿음이 흔들린 건 십년전 쯤 버스에서 듣게된 한 아이와 엄마의 대화 때문이다. 양손에 다른 종류의 과자를 든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맛없는 과자와 맛있는 과자 중 어느것을 먼저 먹어야 하느냐' 라고 물었고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 고민에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 엄마에게 향했었다. (그렇게 확신하는 건 아이 엄마의 대답을 듯고 주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기 때문)그 때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