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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2019

Apple study and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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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x14" Canvas print by Google Photo] 벽에 걸어두긴 했는데... 암부, 명부 계조가 사이좋게 다 날아갔다.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도 대부분 뭉개져서 질감이 많이 죽었다. 그래도, 20달러짜리 프린트니까 만족하련다. 

크리스마스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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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했다. 문에 리스를 달았고 거실 창문에 꼬마전구 커튼을 쳤다. 어제 퇴근길에 잠시 창문을 쳐다보다 내가 유치원 시절을 보냈던 주택 기억이 났다. 그때도 정원에 트리 장식을 했었지. 간혹 어린 시절의 순간 순간이 기억날 때가 있다. 이 순간을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던 상황부터 이유는 모르지만 기억속에 남아 있는.. 랜덤 박스에서 꺼낸 것과 같은 그런 기억들. 그 순간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을 따라 흐르는 감정선을 만지다 보면 자연스레 내 아이들은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후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진다. 한가지 바래도 된다면, 아이들이 특별한 한가지 기억을 갖기보다 따뜻한 시절이었다는.. 모호하지만 푸근한 느낌으로 추억하는 시절이기를 바래본다. 이번 주말에는 이제 집 앞 나무에 트리 장식을 할 예정. 온 가족이 모두 나와서 거들 수 있도록 날이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

겨울타이어 교체 그리고 small talk

이틀에 걸쳐 두대의 자동차를 모두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했다. 큰 눈을 한번 경험하고 났더니 미적거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예약을 했고, 1주일 뒤 slot 을 두개 잡아 어제와 그제 두 번 방문했다. 모든게 다 느린 이곳이지만 타이어 교체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예약한 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도착을 했고, 내 차도 바로 입고가 되었지만 첫날은 2시간 반이 걸렸고, 둘째날인 어제는 1시간 반이 조금 더 걸렸다. 내년 봄 사계절 타이어로 다시 교체할 때는 내가 직접 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싸고, 느리다. 아내는 안전에 대한 것이므로 전문가에게 시키는게 좋다는 의견인데... 과연 이 정도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일 타이어 교체를 위해 연장을 더 사야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지만. 센터에 앉아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뉴스에서는 인근 Jersey city에서 벌어진 총기  사고에 대한 소식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이야기들이 번갈아 가며 속보로 나오고 있었다. 한국이나 여기나 세상은, 특히나 정치는 막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TV를 보고 있는데 나와 같이 앉아서 TV를 보던 노부인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걸었다. (아직도 익숙해 지지 않는 낮선이와의 small talk) "저지 시티는 뉴욕이나 다름 없다니까. 나도 젊을 때 저기 살다가 결혼하면서 여기로 나왔는데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 그러셨어요? 뉴욕 오갈 때 지나가 본 적은 있는데 보기에 멋진 곳은 아니긴 하더군요." "절대 아니죠. 그런데 어디서 왔어요?" (딱 한마디면 티가 나는 이민자 영어) "한국에서 작년에 왔어요. 조지아에서 처음 1년을 살았고 여기 온지는 반년 밖에 안되요." "동네 잘 선택했어요. 저는 여기서 40년째 살고 있는데 여기만한 곳이 없어요." "아, 그런가요? 다행이네...

First snow in 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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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저지에서 첫 눈을 맞았다. 엄밀하게 따지면 미국 북동부 지역으로 열심히 출장을 다니던 시절, 두번인가 세번 폭설을 경험하기는 했다. 그 중 한번은 뉴욕에서 일주일이 넘도록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1미터 가까이 온 폭설로 인근 지역의 교통이 완전히 마비가 되어 그 주 내내 잡혀 있던 여러 비지니스 미팅들이 모두 취소가 된 탓이었다. 하루종일 그리고 일주일 내내 멍하니 호텔이 있기도 애매했던 탓에 중간중간 눈이 그치면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센트럴파크를 나가 음악을 들으며 걸어다녔는데 어쩔 수 없이 염화 나트륨에 푹 절여진 눈 슬러지를 밟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 시기 센트럴 파크를 걸으며 신고 다녔던 구두는 그렇게 거기서 수명을 다 했다. 그 때 경험한 눈은 무색무취 했다. 혼자였고 , 할 일도 없었고, 해야 할 일도 할 수 없는.. 그저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만이 하루종일 벗이 되어 주던 그런 눈 이었다. 무료했으나 무료함이 가져온 여유를 즐길 마음은 주지 않던, 아무 감흥 없던 눈 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미국 이민을 온 이후 처음으로 폭설이 왔다. 몇해 전 경험한 그런 눈은 아니었지만 꼬박 하루하고 반나절을 내린 눈은 중간에 잠깐의 멈칫거림도 없이 줄기차게 내렸고 불과 서너시간 만에 제설차가 미처 다니지 못한 동네의 좁은 도로들의 흐름을 굼뱅이보다 못하게 마비 시켰다. 1미터가 오나, 그 절반이 오나 어차피 모든게 멈추기는 매 한가지. 거기에 더해서 이번엔 내가 책임지고 치워야 하는 집 앞 도로와 주차장 진입로가 있다. 구경꾼의 입장에서 졸지에 당사자가 된 상황. 하얗게 입김을 뿜어 내며 힘을 쓰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요즘들어 간혹 사는게 참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뭐 이리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지. 한국이나 미국이나 삶의 치열함은 단 1의 차이도 없다. 관점에 따라, 그리고 지향점에 따라 어느 한쪽이 더 나아 보이는 상대적인 면도 분명 있지만 최소한 한가...

눈썰매 in back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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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오고... 더 길 험해지기 전에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하고 집 뒷마당과 이어진 초등학교 언덕에서 눈썰매 타기. 원래는 일찍 왔으니 집에서 나머지 시간 일해야 하지만... 하루쯤 그냥 넘어가자.

10월 7일

정말 뜬금 없지만, 오늘 출근길에 차 앞유리에 붙어 있는 거미를 보다가 문득 '아, 이젠 정말 미국에 랜딩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 손에 짐가방 끌고 아이들이 행여 떨어질까 쉴 새 없이 이름을 부르며 공항을 벗어났던 그날 이후.. 미국에 온지 15개월만에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는 마치 활주로에 바퀴가 닿기 직전의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그 상태에서 느끼는 불안정한 기분에 젖어 있었는데. 뭐가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랜딩 했구나 하는. 모두들 그렇게 걱정하는 하드 랜딩이 아닌 소프트 랜딩을 했다는 생각. 뭐... 랜딩을 했으니 이제는 서바이벌을 고민해야겠지. 그건 또 다른 형태의 불안함이겠지만 그래도 한 걸음 앞으로 내딛긴 했다. 2019년 10월 7일. 기억해두자.

아침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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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추운 날씨 때문에 얇은 점퍼라도 챙겨 입어야 하지만 그래도 쫄래쫄래 따라나선 첫째와 아침 운동 다녀오는 길은 신이 난다.

Apple pi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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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두 가족들과 함께 근처 사과 농장에 가서 사과를 따서 집에 가져왔다.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돈 내고 들어가서 따오는 것과 비슷한 개념. 십여종이 넘는 사과 종류가 블럭마다 풍성하게 자라고 있고 정말 다양한 사과를 골라서 따왔다. 한동안 사과는 질리도록 먹을 듯.

인생은 한번이지만 행복은 셀 수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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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있는 St. Patrick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어머니를 모시고 뉴욕 나들이를 간 김에 들렸다. 원래 계획은 저녁 미사까지 보고 오는 거였는데 아이들이 공원과 미술관을 거치는 동안 너무 지쳐서 그건 포기. 다행이 우리가 갔을 때 혼배성사.. 그러니까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어서 웅장한 저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의 여운 속에 혼배성사를 마치고 걸어 나오는 젊은 부부를 향해 마음 속으로 기도를 했다. 인생은 한번이지만 행복은 셀 수 없기를.

일상 정리

1. 지난달부터 첫째와 캐치볼을 시작했다. 처음엔 공을 던질 때 어느쪽 발을 디딤발로 삼아야 하는지도 모르던 아이가 이제 제법 공을 정확하게 던진다. 열번을 던지면 다섯번은 내 가슴쪽으로 공이 날아온다. 공을 받는 건 무섭다는 걸 보면 아직 훨씬 많은 연습이 필요한 듯 하지만. 2. 아이들과 공을 차기 시작한지 일년. 드디어 '내가' 발등에 축구공을 얹어서 차야 한다는게 무슨 말인지, 발등에 정확하게 얹혀진 축구공 어떻게 나가는지 알았다. 초등학생때부터 들은 말인데 나이 마흔 중반에 애들하고 놀다 깨달았다. 미리 알았으면 학창시절 좀 더 축구를 잘 했을텐데. 3. 오늘 낮에도 첫째가 차고 앞에 떨어진 도토리와 낙엽을 청소 했는데, 사실 아직도 아이들이 마당을 청소하고 삽을 들고 와서 사슴 배설물을 치우는 걸 보면 낯설다. 4. 어머니께서 와서 보시고 4학년인 첫째가 집에 와서는 숙제만 간신히 끝내놓고 주구장창 노는 걸 보곤 불안해 하신다. 너무 노는 거 아니냐고. 뭐... 내가 봐도 참 알차게(?) 놀긴 하는데 그렇다고 뭘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통닭

40년전의 과거로 가서 어린 나에게  "아빠가 술 마시고 통닭 사들고 집에 온 날은 배가 불러도 아빠 앞에서 맛있게 먹는 시늉이라도 해주면 좋겠어"  라고 말 해주고 싶다.  "그런 날은 아빠에게 유독 삶이 무거웠던 날이라는 걸 40년 뒤에 깨달을텐데 그때는 좀 늦은 뒤일테니 말이야."  라고도. 아이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려나. 15년전 오늘, 더 이상의 항암 치료를 포기하신 부모님의 결정이 있었다. 그날, 혼자 내 방에서 아버지의 병원 예약증을 찢어버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첫째의 종이 와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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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달인이 되어 가는 큰아들. 마트 쇼핑 종이봉투를 뜯어서 용 와이번을 만들었다.

맨해튼 자연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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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나들이로 맨해튼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다녀왔다. 관람을 하던 중 공룡 전신 화석 하나 앞에 한참 있던 첫째가 왜 공룡 화석은 모두 목이 뒤로 꺾여서 죽어 있는 모양이냐고 물었다. 아내가 대충 둘러서 대답 해 줬는데 아이가 이해가 안간다고 그 화석 설명문을 가르키며 계속 따지고 들어서 내가 끼어들어서 항상 뒤로 꺾이는 건 아니고 아닌 것도 있는데 네가 못본 거라고 질문을 둘러서 쳐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아이를 진정 시키고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두번 본 것도 아니고 그동안 수없이 다닌 공룡 화석 박물관마다 전부 그랬다는 것과(아이의 말투에는 아이는 자신이 그동안 꾸준히 관찰한 것에 대한 확신이 묻어났다), 공룡 화석이 대한 설명중 이런 내 용에 대한 언급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분명 그동안 자기가 궁금했던 것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영어 단어가 너무 어려워서 해석을 못해 안타까워 하던 중이었던 것. 그런데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믿었던 엄마 아빠는 자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고 이동하려고만 하는 상황에 자리를 뜰 수도, 엄마 아빠를 어떻게 강제로 잡아 놓을 수도 없는 곤란함에 눈물이 터진 상황이었다.  아차 싶어서 나도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니, 목이 긴 조반류 공룡의 경우 사후경직으로 목을 지탱하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목이 뒤로 꺾이는 형태로 자세가 바뀌는데 이는 현생 조류의 특징이기도 해서 공룡이 조류였다는 증거의 하나로 취급된다는 걸 알았다. 아이의 관찰이 맞았다.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다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이 그대로 환하게 바뀌면서 궁금한게 풀렸다고 기뻐했다. 이후 관람을 이어가면서 아이들 뒤를 따라가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첫째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 높이를 맞춘 다음 아까 아빠가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아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분명 오랜기간 관찰하고 궁금해 했던 것일텐데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은 건 아빠가 크게 잘못한 일이 ...

Peace Retreat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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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Retreat House, Pennsylvania @2019 / Samsung Galaxy S10] 펜실베니아에 있는 수녀원으로 성당에서 아이들 여름 캠프를 왔다. 날씨도, 자그마한 목조 성당도 그리고 그 곳을 달리는 아이들까지. 모든 것이 참 아름답고 평온하다.

첫째의 용돈 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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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벌이 연습중인 첫째. 앞마당 잔디는 앞으로 자기가 깍고 용돈을 받겠다는 계획인데, 한번 시켜 보니 아직은 좀 더 팔다리 힘을 길러야 쉽게쉽게 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이사 완료

애틀란타에서 뉴저지 집까지, 차로 총 16시간이 걸렸다. 애틀란타에서 워싱턴DC까지 12시간, 거기서 뉴저지까지 4시간. 매년 Thanksgiving 때마다 여기를 차로 왕복한다는 이웃이 있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번만 힘들고 그 다음에는 조금씩 나아지나? 내년 여름 휴가때 놀러 내려 오라고 사람들이 이야기 했고 나도 그러겠다고 했는데 이 거리를 운전해서 왕복할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 생각 좀 다시 해봐야겠다.  어쨌든, 이제 여기서 앞으로 여러해.. 어쩌면 십년 이상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막내가 대학을 가기 전에 또 다시 다른 도시로 이사할 일은 없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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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사슴 무리가 며럿 돌아다니는데, 밤이면 우리집에도 찾아와서 화단의 화초들을 뜯어 먹고 여기저기 배설물을 남겨놓고는 사라진다. 어제는 내가 잠들기 전에 찾아온 덕(?)에 사진을 찍었는데, 어떻게 못오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사람들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인지 내가 큰 소리를 내도 잠시 쳐다볼 뿐 신경쓰지 않는다. 찾아보니 사슴이 싫어하는 냄새를 내는 약품도 있다는 것 같은데...

고향

2주만에 주말을 보내러 애틀란타에 내려왔다. 우버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애틀란타로 가겠다고 길을 나선지 6시간째. 아직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기다리고, 비행기 타고, 다시 집까지. 참 멀다. 드라이버에게 부탁해서 창문을 조금 열고 달리고 있다. 이 남쪽의 바람은 벌써 다르다. 기분좋은 따뜻함. 구불구불.. 마치 개미굴을 땅 위에 펼쳐놓은 듯한 도로만 보다 넓은 차선에 곧게 뻗은 애틀란타의 도로를 보니 속이 뻥 뚤리는 것 같다. 이민자에겐 짐가방 들고 첫 랜딩한 도시가 고향이라더니 정말 이곳이 내겐 고향같은 느낌이다. 내일은 벌써 이웃과의 저녁이 약속되어 있다. 북동부 대도심의 정신없고 복잡하고 여유 없는 곳과 다른, 느긋한 도시의 느긋한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힘들다. 그건 어느 도시든, 어느 나라든 모두 마찬가지. 여기라고 파랑새가 더 많지는 않다. 삶의 고단함은 환경의 풍요로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그렇기 때문에 그 고단함 속에서도 여유를 갖고 사는 이 도시의 사람들이 좋다. 적어도... 여기는 앞차가 느리게 간다고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갓길로 추월해 버리는 사람들은 없으니까. 매분초를 돈으로 계산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아니니까. 

어머니의 날

미국의 5/12일, 오늘은 어머니의 날이다. 성당 주일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어머니의 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성가대에 부탁해 '어머니 마음' 을 부르게 하셨다.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혼자였으니 더욱 그랬겠지. 불가항력으로,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났다. 그러면서 지난주 주보에서 읽었던 한편의 글이 생각났다. 지난주에는 애틀란타에 내려갔기에 가족들과 둘루스 성당에 갔었는데 그때 주보에 어머니에 대한 글이 실려 있었다. 수녀님 한분이 쓰신 글이었는데 자식에 대한 헌신과 희생으로 자존감을 지킬수 밖에 없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그런 희생과 마음을, 그렇게 자식에게 모든걸 내주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를 '엄마답다'는 말로 격려해야만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그분들의 아픔을 알기에 우리는 '엄마'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 엄마라는 말은 생물학적인 대상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를 희생과 헌신의 말이고 그 때문에 항상 마음 한국석이 불편하고 아프고 눈물을 짓게 되는 감정선의 어디쯤인가를 지칭하는.. 정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 글의 마지막에서 수녀님은 당신의 어머니께(그리고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에게) 이리 말한다. 이제 자식에 대한 희생과 헌신은 충분하니, 지금이라도 당신을 위한 삶을 사시라고. 자녀에게 '희생'을 해야만 엄마 다운 엄마가 되는게 아니라고. 그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 주보를 그대로 잘 접어서 가방에 넣어와 Newark 공항으로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정말 하고 싶은 그 말을 어쩌면 그리도 잘 짚어내셨을까. 성당 구석에 앉아 성가대가 부르는 어머니의 마음을 들으면서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둘째에게 나도 모르게 '아빠도 엄마가 보고싶다'고 말했다가 갑자기 무슨 말인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

손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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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페이스북 친구 한명이 매일 아침 손글씨로 생각을 정리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마침 아내가 최근 성경 옮겨 쓰기를 시작했다. 거실 라운드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노트에 손으로 성경을 옮겨 적고 있는 아내를 보다 마침 새 펜도 생겼겠다...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서 손으로 아무 노트나 잡고 아무 생각이나 적기 시작했는데, 이게 기대했던 것 보다 괜찮다. 지난 며칠동안 해보니, 특히 아침이나 밤 늦게 식구들이 모두 각자의 잠자리에 들고나서 혼자의 시간을 노트와 펜을 잡고 있노라면, 글씨가 써질때 들리는 살짝 사각거리는 펜과 종이의 마찰음이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머리속으로 생각이 구체화 되기도 전에 키보드로 순식간에 타이핑해가는 속도가 아니라 한글자씩 천천히 담아내는 표현의 속도도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생각해보니 손으로 글을 길게 적어본건 고등학생때가 마지막인 것 같은데 이게 이렇게 기분이 좋은 일이었나 싶다. 지난 며칠 쓴 글은 정말 아무 생각이나 적고 있어서, 오랜만에 글씨를 많이 쓰다보니 손이 아프다는둥, 펜선이 너무 굵다는 둥 하며 잡설이 잔뜩인데 제대로 노트를 사서 일기처럼 차곡차곡 손으로 글을 적어 모아볼까도 고민중이다. 지금까지 일기는 Daygram에 적고 있는데 몇년치 일기가 들어 있어 이 앱은 포기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는 문제가 있긴 한데.. 그런 고민을 할 만큼 손으로 글을 적는다는 행위가 주는 차분함이 무척 매력적이다.

Buford Dam Lake Lan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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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하게 햇살이 좋았던 주말. 이곳 애틀란타에 와서 사귄 이웃을 초대해서 점심 식사를 하다 별안간 저녁 먹으러 근처로 피크닉을 가자는 말이 나왔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 생각이 많은 나와 달리 생각나면 실행하는 아내와 이웃 내외의 부추김에 정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속도로 먹거리와 짐을 챙겨서 근처 Buford Dam 에 의해 생긴 수변 공원으로 달렸다.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가까운 장소.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너무 좋았다. 출발전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던 스스로를 탓할 만큼, 그만큼 좋았다. 놀이삼아 낚시를 하게 해주겠다고 이웃 남편이 펴놓은 낚시대에 양쪽집 다섯 아이들이 돌아가며 매달려서 낚시줄을 감고, 그러고 있는 아이들의 앞에 펼쳐진 강물과, 수면을 가로질러 반짝거리는 초여름의 긴 햇살 자국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뒤섞여 너무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래,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이민을 왔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이제 곧 뉴저지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못내 아쉬웠다. 아쉬운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수면위로 반짝이는 햇살을 보며, 이런 자연 환경을 두고 떠나야 하는게 아쉬운건지, 이런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웃을 두고 떠나야 하는게 아쉬운건지 알 수 없었다. 애틀란타에 온지 1년도 안됐지만 이 동네에 이토록 애착을 갖게 된건 아마 좋은 이웃을 만났기 때문이겠지. 한국에 살때 이토록 자주, 가족 단위로 자주 어울리는 이웃이 없었던 우리 부부에게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끼리도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나이와 성격을 가진 이런 이웃은 정말 신기함을 넘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한 존재였다. 다음주면 먼저 뉴저지로 떠나야 하는 나와 달리 아내와 아이들은 6월까지는 이곳에 있을 예정. 이제 두달 조금 넘게 남은 그 시간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좀 더 끈끈하게 남아서 시간이 지나서 만나더라도 반가운 그런 존재가 됐으면 한다. 꼭.

출퇴근용 세단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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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을 위한 차가 필요해 Camry hybrid 를 샀다. Parisian night pearl 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색을 가진 녀석인데, 낮과 밤의 느낌이 다르고 해가 강할때와 약할때의 느낌이 또 다르다. 군청색 같으면서도 어찌보면 조금 다른 색 같기도 하고.. 여하튼 마음에 든다. 차량 인수 후 동네를 한바퀴 돌아 봤는데 기대보다 연비도 잘 나오고 무난하다. Camry야 워낙 good generalist로 유명한 모델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딱 더도, 덜도 아니고 어느것 하나 튀는 단점 없이 무난하다. 큰 문제 없이10년쯤 탔으면 좋겠다.

Parker 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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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잘 쓰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유달리 펜을 좋아한다. 지난 4년간은 Parker에서 나온 Ingenuity 시리즈 만년필(?)과 Staedtler noris eco 연필을 사용했다. 뭔가 마구 스케치 하거나 낙서 비슷하게 아이디어 스크래치 할때는 noris eco를, 업무 수첩에 정리하거나 미팅에서 메모 또는 노트를 할때면 ingenuity를 사용했었는데 그 조합이 나름 괜찮았다. 이게 약간 고집이 있었던게, Parker 만년필 중에서는 Ingenuity 만 좋아했고, Staedtler중에서는 noris eco만 좋아했다. 안타까운건, 그토록 애지중지 하던 Parker ingenuity를 미국으로 나오면서 동탄 우리은행 지점에 들려서 업무를 보다 '놓고' 출국했다는 거다. 미국 도착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한동안 일반 볼펜으로 지내 봤는데, 마음에 드는 펜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를 잠재우지 못하고 지난 며칠동안 고민끝에 Parker IM roller ball pen 을 샀다. 앞으로 몇년을 함께할 새 펜. 여러가지 브랜드와 모델을 뒤적거려 봤지만 역시 내 취향은 Parker 인듯. 앞으로 몇 년 잘 해보자. 이 펜으로 좋은 일 많이 적을 수 있기를 바란다.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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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지난 몇달 '아빠다! 숨자!' 놀이에 흠뻑 빠졌다. 불러서 밥을 먹이든, 씻기든, 옷을 입히든 할 때마다 이러는 통에 '우리 시헌이 어디있나-' 해주느라 시간을 제법 잡아 먹는다.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기는 한데... 최근 숨는 행위에 대한 귀차니즘이 극에 달했나보다. 야,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라는게 있지. 얼굴을 아래쪽으로 파묻기라도 해야 하는거 아냐? 그 자리에 드러누워서 자기 눈만 가리고는 아빠가 못찾는다고 깔깔대고 웃는건 숨바꼭질 규칙 위반 아냐? 네 형들은 똑같은 놀이를 해도 최소한의 상도덕이라는게 있었다고. 아 놔.. 이걸 '찾았다!' 할 수도 없고 ㅡㅡ

파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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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파파야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하나 샀다. 어떤 맛인가 먼저 검색해 본 블로그에서는 개구리알처럼 생긴 씨앗을 가진 화장품 맛 과육 과일이라는 표현을 해놨다. (그러면서 맛있다는 식으로 썼다. 도대체 무슨  -_-  ) 어제 잘라서 먹어 봤는데 가족 모두 한 조각씩 먹고 나서 두번째는 시도하지 않고 있다. 화장품맛 과육 이라는 표현을 찾아낸 그 블로그 주인의 어휘 선택 능력에 박수를 보내야 할 상황. 아내가 파파야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나는 선뜻 다시 시도해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른 가족들도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는데... 파파야가 조금 큰 과일이다 보니 남은 양이 상당하다. 조금 익숙해지면 맛있어서 또 찾는다는데, 저 맛에 익숙해져야 하나???

강원도 고성 산불

강원도 영동 지역에 큰 산불이 난 걸 아내에게 듣고 하루 뒤늦게 알았다. 처가가 그쪽에 있어서 가슴을 졸였는데 사고 현장과 아주 가까이 있지는 않았으나 산불이라는게 어디 거리가 문제던가. 내 예상과 달리(정말 깜짝 놀랐다) 산불이 신속하게 정리가 됐고 그 와중에 드러난 많은 사실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인프라가 지난 2년간 많이 발전했다는 걸 실감했다. 전국단위 소방본부가 운영될 수 있는 제도가 그 사이에 정비되었고, 군/관/민 이 단기간에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될 수 있었으며 그 체제 아래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수단들이 미리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단지 그 상황에서 갑자기 지시한다고 대응될 수는 없다.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이런 것들이 논의되고 준비되어 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수단이 있었다 한들 우왕좌왕 하면서 시간과 자원만 낭비했을 것이다. 이런 준비를 사전에 해놓은 사람들과, 현장에서 고생한 이들에게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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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기 전 둘째가 엄마와 둔 체스 게임 흔적. 나와 첫째가 아침 바둑을 두는 사이 옆에서 뒀다. 그런데 이녀석들 아빠한테는 귀찮다며 체스 가르쳐 주는걸 거부하더니 엄마한테는 잘만 가르쳐 주네... ㅡㅡ

협상 전략

이른 아침. 첫째와 둘째가 자기들 놀이방에서 며칠전 자기들이 규칙을 만들고 개발한 구슬치기 놀이를 하다 툭탁거린다. 아이들끼리 싸울 땐 서로를 때리지 않는 한 심판을 봐주지 않고 관찰하면서 놔두는 편인데 최근 두 아이간의 말다툼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첫째는 논리에 강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 둘째는 조금 우직한 스타일인데 형보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상황의 변화를 캐치하는게 느리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둘이 말싸움을 하면 백이면 백 첫째가 이기는 수순으로 끝나거나 마음 상한 둘째가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 첫째가 어쩔 수 없이 같이 놀기 위해 양보하는 식으로 둘 사이의 말다툼이 진행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첫째를 상대하는 둘째의 전략이 바뀌었다. 어른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부분을 부끄러움 없이 상대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한계선을 명확히 하고/ 합의점을 제시한 뒤/ 자신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상 결렬 가능성도 살짝 언급한다. 오늘 아침 아이의 언어를 그대로(아주 약간만 유려하게 바꿔서) 옮겨보면, "나는 복잡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단 말이야. 형도 그거 잘 알잖아. 그러면 전에 어떤 약속을 했는지 나한테 자세하게 다시 설명해 주거나 형이 글씨를 더 많이 아니까 약속할 때 형이 적어 두던가 하면 되잖아. 그냥 전에 했던 약속이라고 하면 나는 모른단 말이야. 설명도 잘 안해주고 그냥 형 마음대로 할거면 같이 놀 수가 없잖아!" 듣자하니 둘째가 규칙을 기억해내기 전에 유리한대로 게임을 하려던 첫째가 둘째의 예상치 못한 논리에 곤경에 처했다. 전에는 둘째가 형보다 자기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어 형이 하자는 대로만 하더니 큰 발전을 했다. 아이가 구체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깨닫지는 못했겠지만 듣고 있는 이 아침, 나는 입이 귓가에 걸린다. 어제 밤 간식으로 먹은 아이스크림이 부족하다고 둘째가 아쉬워 했는데 아침 ...

Mini baduk(9x9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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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19x19짜리가 아니라 9x9짜리 미니 바둑판. 미니 자석 바둑판이 아니라 오리지널을 잘라낸 크기. 바둑알도 오리지널과 같은 크기다. 한판 두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초반부터 상대와 바삐 수상전을 벌이게 되서 게임의 속도나 흥분도가 아이가 두기에 딱 적당해 보인다.  아이의 조급한 성격을 좀 누그러뜨리고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샀는데, 오랜만에 두다 보니 나도 재미있다.

Red card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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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와서 접한 동물중 가장 인상깊었던 '새' 는 바로 이 Red cardinal (Atlanta red cardinal 또는 Georgia red cardinal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다. - Angry bird의 붉은색 새 캐릭터가 이 새 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선명한 붉은색과 검은색을 지녔는데 이름처럼 머리 꼭대기부터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고 발도 약간 불그스름하다. 그래서 아이들 관심을 끌기 위해 인형을 나무에 붙여놓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나도, 아내도 처음 볼 땐 비현실적인 그 색깔에 한참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이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상당히 특이하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데, 마치 피리를 부는듯 여러가지 톤의, 작지만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관악기와 같은 소리를 낸다. (오카리나 비슷? 아냐..음.. 좀 다르긴 한데... 여튼.) 겨우내 잘 안보이다가 지난달부터 조금씩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얼마전부터는 우리집 가까운 나무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며칠전엔 이 새가 집으로 들어오려고 창문을 여기저기 쿵쿵거리며 날아다녀서 잠깐 걱정하기도 했다. 들어와도 난리지만, 들어오려고 부딪히다가 다쳐서 땅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너구리나 고양이가 순식간에 물어갈텐데. (이 동네에 너구리가 많다. 작년 겨울엔 우리 카운티에서 광견병 바이러스를 지닌 너구리가 두번 포획되서 너구리 주의보가 나오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요즘은, 아직 해도 안뜬 이른 아침, 거의 대부분 이 새 우는 소리에 잠이 깬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 한참을 계속 그러길래 구경이나 하려고 파티오로 나가는 뒷문을 열었는데 그 소리에 놀라 푸드득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지저귀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데 한두마리가 아니다. 뭐, 꼬끼요~ 소리에 일어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 뒷문을 닫고 들어오려다 땅을 보니 새벽에 살짝 비가 내린 모...

미국 난방 방식 불만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첫번째 겨울이 자나갔다. 그 소감은, 한마디로 "한국의 온돌 방식 난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리워 졌다" 로 요약할 수 있다. 두꺼운 벽채에 단열재, 이중창 그리고 온수 보일러로 동작하는 온돌 방식 난방까지. 주택 난방의 경우 다른 조합을 찾기 어려울 만큼 이 조합이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 주택은 각종(정말 여러가지다) 난방 방식이 난립되어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현대식 온돌(온수 보일러+온돌)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개발된 방식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의 온돌에 감탄한 일본인 사업가가 일본으로 돌아갈 때 경복궁 자선당을 뜯어 가면서 온돌도 같이 가져갔고 그 사업가의 호텔 건축을 위해 방문했던 미국인 건축가가 온돌을 경험하고는 그 성능에 반해서 여러 시도끝에 만들어낸 방식이 온수  보일러로 동작하는 온돌이다. 이상한 건, 그런 좋은 방법의 난방 기술을 발명한 나라에서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사실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정말 현대식 온돌의 최초 발명자인지는 팩트 확인을 하지 않았다. 웹에서 검색을 해보면 조선일보 기사가 나오는데, 조선일보 기사인 만큼 사실 관계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지 않고 그럴듯하게 꾸며서 기사를 작성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http://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5/2017022501006.html?fbclid=IwAR3LdoR6Xko1ADN5RZ_1iRg9HZt5GCFEzAcmh7BOVQXrllh7VRDEeeP5G4c 어쨌든 이래저래 검색을 해보니, 미국에도 under floor radiant heating 또는 hydronic radiant heating 과 같이 여러가지 표현으로 불리긴 하지만 분명 그 방식의 난방이 존재했다. 보일러+온수 파이프+시멘트+바닥시공 까지 완벽하게 한국 방식이다. 문제는 재건축을 하거나 집을 새...

당당해지기

첫째가 요즘 엄마 아빠 몰래 하지 않기로 되어 있는 일들을 하려고 애쓰는게 보인다. 아이가 엄마 아빠 몰래 하고 싶어하는건 크게 두가지인데, 유튜브 보는 것과 게임 하는 것. 그동안 모른척 해줬는데 정도가 조금씩 심해져서 한번 대화를 나눠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던차에 오늘아침,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첫째가 먼저 일어나 눈을 비비며 나오는 기회를 잡았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꿈나라에 있는 이른 아침, 첫째와 커피 & 차 를 따라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말미에 슬쩍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 요즘 네가 이런저런 것들을 몰래 하고 있고 엄마 아빠가 방에 다가오면 숨기려고 노트북을 황급히 덮는 경우가 가끔 보인다고 직설적으로 찔러 들어갔다. 당황&민망해 하며 배시시 웃는 아이에게 그게 무엇이든 앞으로는 차라리 당당하게 요구하라고 했다. 못하게 한 사람이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상관없이 네가 정말 하고 싶으면 왜 하 면 안되는지 스스로에게 따질 것 없이 스스로 시간과 정도를 정해서 그 안에서 하게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하라고 했다. 만일 스스로 정한 시간과 이유가 너무 터무니 없지만 않으면 아빠는 허락해 주겠다고. 하고 싶은데 허락을 안해주면 어떡하냐는 아이에게 그러면 허락해줄 수 있게 이유를 잘 설명하는게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설득이 어렵다고 몰래하는 방법은 자꾸 숨기려는 습관을 갖게 해서 어차피 의심의 눈길을 끌게 되어 못숨긴다고 했다.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그럼에도 설득이 안되면 몰래 하기보다 "치사해서 안한다 안해" 하고 차라리 안해버리는게 더 쿨한 것 같다고 했더니 아이가 동의했다. 해주고 싶었던 말의 (그 이면에 감춰져 있고 어린 아이에게 설명할 도리가 없는 의미) 반도 이해 못한 것 같지만 하고 싶은게 있으면 규칙에 얽매여 스스로 안될거라고 포기하지 말고 일단 당당하게 요구하고 설득하려 애써 보라는 것에 아이의 눈이 반응을 해서 더 길게 이야기 하지 않고 티타임을 끝...

하늘을 나는 거북이 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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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작품. 하늘을 나는 거북이 마남.(수컷이라 마남 이란다 )

Beartown

Being a parent makes you feel like a blanket that's always too small. No matter how hard you try to cover everyone, there's always someone who's freezing. -- 소설 "Beartown" 中 오늘 아침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을 멈추고 잠시 바라본 소설의 한 구절. '읽었다' 가 아니라 '바라봤다' 가 더 적합한 시선으로 이 문장에 머물러 있었다.

2019년 봄, 첫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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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드디어 첫 라이딩 테이프를 끊었다. 겨울이 한국 만큼 추운건 아닌데 비가 잦아서 자전거를 타기 쉽지 않았다.... 고 핑계를 대본다.  암튼 몇달만에 달렸더니 상쾌하니 기분 좋다.   :-)

Negotiation

며칠전 큰 아이의 요구에 따라 아이와 딜을 하나 했다. 첫째도 엄마 아빠에게 말 곱게 할테니 엄마 아빠도 첫째가 잘못했을때 야단치지 않기로. 아이의 이유인즉, 잘못하는 건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알지만 '잘 안되는 것' 이고 다른 하나는 알지만 '일부러 안하는 것' 이란다. 잘 안되는 건 노력하는데도 잘 안되는 거니까 야단친다고 갑자기 잘하게 될리가 없고, 일부러 안하는 건 잘못인줄 알지만 나름 이유가 있어서 혼날걸 각오하고 안하는 것이라 야단친다고 자기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잘하고 싶어지지는 않는단다. 결국 어느 경우도 야단쳐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것. 그러니 자기가 잘못하는게 보여도 지적은 하되 화를 내거나 야단치는 건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의 요구가 합리적이라 그러기로 했다. 대신 요즘 사춘기가 시작되서 말과 행동이 공격적인 아이에게 엄마 아빠에게 말할때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이어도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아 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딜에 응해서 둘이 악수하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는 아이가 언행을 조심하는게 보인다. 며칠이나 갈까? 슬슬 한계가 보이는 것 같은데 ㅎㅎ 그래도 아빠에게 원하는 걸 요구하고 아빠의 행동을 바꿀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걸 보니 정말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언제 이렇게 컸을까?

봄이 오는 길목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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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약속이 있어 저녁에 집을 나서는 날. 몇시간 산책을 하고 싶을 정도로 딱 적당한 온도, 습도 그리고 청명함이 있는 날이다.

삶이 힘든 막내

막내가 요즘 삶이 힘들다. 얼마 전까지는 엄마, 아빠만 "잡아먹어야겠다-" 라면서 깨물려고 해서 피해다니기 쉬웠는데 이제는 (아이말에 따르면 엄마 아빠보다 더 무섭다는) 큰형아도 틈만나면 깨물고 간지럽히고 난리도 아니다. 따로 자는 엄마 아빠와 달리 큰형은 같은 방에서 잔다. 도망칠 공간이 없다. (큰 아이는 요즘 막내가 귀여워 죽겠단다.) 나한테 작은 형아만 안그러고 전부 자길 괴롭힌다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자길 이뻐해주고 아낌없이 베풀고 챙겨주기만 하는 작은형이 세상에서 제일 좋단다. 그냥 그렇게 이 아이가 또 나를 웃게 만든다.

생각의 배설

갑작스런 생각의 배설. JD샐린저가 쓴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접한건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 Stand Alone Complex' 를 통해서다. 정확히는 SAC중 웃는남자,Laughing man, 편이었다. 그런데 Laughing man 역시 JD샐린저의 또 다른 단편소설 제목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이 시리즈가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웃는남자' 편 보다는 '개별11인' 편이 더 인상깊었지만 작품의 완성도에서는 웃는남자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 유명한 고전을 읽어보지도 않고 살다가 다른 작품에서 인용된 문장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에 약간은 한쪽 마음이 캥기는 느낌도 있었지만 뭐 어떤가. Stand alone complex 역시 그 자체로도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인걸. 더구나 당시에는 그저 그런 느낌이었던 '초연결 사회' 가 실제로 도래한 지금, 이 작품의 내용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쨌든 이 애니메이션에서 인용된 '호밀밭의 파수꾼'의 구절은 " "나는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인간이 되려고 했다" 였다. 너무 축약해서 번역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오히려 대단히 간결하게, 잘 번역한 것 같다. 직역하면 "그곳에서는 귀머거리에 벙어리 행세를 하며 살 참이었다. 그러면 누구하고도 쓸데없고, 바보 같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가 되는데, 문학 작품의 인용구를 들먹이며 빠르게 대화가 오고가던 '웃는남자' 편의 마지막 도서관 씬에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하는 것은 속도감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어쨌든, 난 마음에 든다. (번역 이상하기로 따지면 사실 '호밀밭의 파수꾼' 이라는 한글 제목이 더 이상하다. 원 제목은 "The Catcher in the Rye...

기억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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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해변] 군 시절 이야기. 당시 내가 있던 내부반 규칙이 상병이 되면 근무시간 외에는 원하는 걸 하면서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미대 출신이던 바로 한달 고참 한명이 상병 휴가를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이런저런 미술 도구를 들고 들어왔다. 몇 날 며칠을 연필과 스케치북을 갖고 고민하는 듯 하던 그 고참이 어느 순간부터 목탄을 칼로 긁어서 가루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며칠만에 몇 자루의 목탄을 그렇게 깎아서 가루를 제법 많이 모았다. 그는 그렇게 모은 목탄 가루를 손가락에 찍어서 스케치북에 그려놓은 밑그림에 문질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뭐랄까, 마치 수채화 물감을 붓으로 칠하듯 손가락으로 목탄 가루를 문질렀다. 그 시점부터 그 고참이 작업할때면 난 옆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게 한동안 일상이었다. 그림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이었다. 어렸을 때 연필로 쓴 글씨나 그림을 손으로 문질러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느낌의 그림이 나왔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검은색 입자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퍼진 느낌과 그림에서 보여지는 아기와 어머니의 모습이 어울어져서 무척이나 인상깊은 작품으로 변해갔다. 그 그림은 그때까지 미술 작품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내게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림과 사진 등 회화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줬다. 그에게 그 그림을 달라고 한동안 졸랐으나 습작이라면서 결국 폐기해버렸다. 어쨌든 그 이후 내게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야하나)처럼 남은 그 목탄화의 이미지는 내가 사진을 시작한 이후 흑백 필름 사진에 매달리게 하는 이유가 됐다. 그냥 흑백인 것도 모자라 보통은 피하고자 하는 필름 입자가 도드라지게 드러난 그런 사진에 몰두했다.  그래서 내가 사진을 찍을때 추구하는 이미지는 대단히 선명하다. "입자감 가득한 흑백의 목탄화 같은 사진" 에 모든 관심과 스터디가 집중되어있다. 오늘 노트북으로 만지던 사진을 USB에 담...

Mark Rothko

이전 직장 식당을 나오는 복도에는 언제부턴가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한 작품들의 모조화였는데 식당을 나서다 말고 가끔 멈춰 둘러보곤 했다. 특히 혼자 밥을 먹어서 동료의 발걸음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아침이나 저녁시간이 그런 여유를 부리기에 가장 좋았다. (아침 점심 저녁을 회사에서 먹어야 했었다는 사실이 좀 불만이긴 했지만..) 내가 회사를 다녔던 마지막 1년여간은 Mark Rothko의 작품으로 전체를 통일해서 십여점을 전시했었는데 특히 좋아하는 작가중 한명이여서 식당을 가는게 즐겁기까지 했다. 작품들이 모두 큼지막한... 실화 크기의 모화여서 더욱 좋았다. 아마 지금도 동일한 작품들이 걸려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여러 유명한 작가들의 대표작을 짜집기한 컬렉션이 아닌 한 작가의, 한 시리즈로 이루어진 컬렉션이 주는 느낌은 그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가 누군지 궁금할만큼 강렬했다. 언젠가 하루는 퇴근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서다 하늘에 걸 린 석양을 보고는 그길로 발길을 돌려 다시 게이트를 지나 식당까지 찾아가서 한참을 그의 작품을 바라보기도 했다. 많은 인내심을 사용해야 했던 날이었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고민들이어서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쉽지 않은 날이었다. 술자리로도, 집으로도.. 그 어디로도. 아침에 이런 저런 글을 읽다 그의 작품이 언급된 글을 읽고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 당시, 도저히 타인에게는 -아무리 가깝더라도, 아니 가까울수록 더욱-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냥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랬으면 그렇게 혼자 긴 시간 심호흡을 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지나간 일이고,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언뜻 들었다.

Fernbank Museum of Natural History in Atla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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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자연사박물관 주말 나들이. 포근한 날씨에 바람도 불지 않는다. 전시관에 관심이 없는 둘째와 셋째는 나와 같이 산책로와 놀이터로 왔고 첫째는 엄마와 함께 전시관을 빠짐없이 둘러보는 중. 아이들을 놀이터에 풀어놓고 잠시 벤치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중.

해지는 풍경의 울림

일이 있어서 집에서 두시간 정도 떨어진 다른주의 도시에 다녀왔다. 시간상 돌아오는 시간대에 해질녘이 되었는데 운전하는 내내 서쪽으로 직진을 했기 때문에 그 광경을 보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미국에 와서 해지는 풍경을 제대로 본 적이 그동안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해질녘 풍경이 여기라고 다르진 않다. 노을이 멋진 날은 아니었다. 지평선 가까이면 붉은색과 주황색 노을이 머물로 있고 그 위로 하늘은 점차 짙어지는 군청색이었다. 그냥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해질녘 풍경. 그리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만큼, 한국에서 볼때와 동일한 가슴의 울림이 있었다. 징- 하는 그런 울림. 여유있는 삶을 찾아 이곳에 왔는데 무엇에 쫓겨서 해질녘 풍경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왔을까. 여유있게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 만은 아닌가보다.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하늘도 좀 보고.

무명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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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디어가 떠올라 오늘 아침으로 시도해본 요리. 하루밤 잘 불린 찹쌀과 롤드오트의 물기를 짜낸 다음 올리브 오일을 듬뿍 두른 프라이팬에 각종 야채와 함께 열심히 볶음. 그러다 계란도 넣고.. 중간중간 너무 마른다 싶으면 올리브 오일 추가. 마지막은 치즈를 얹어서 녹이다 타이 치킨 소스를 뿌려서 쉐킷쉐킷. 일단 바삭거리면서 뭔가 누룽지 스러운 식감을 찹쌀이 내주는데 이 부분이 전체 먹는 느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달달한 타이치킨 소스도 적당하고. 그런데 전체적인 맛은 뭔가.. 뭔가 빠진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찹쌀보다 씹는 느낌이 강한 현미가 더 나으려나? 암튼 만들어 놓은 음식은 내 아침 식사로 아구아구.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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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서 주변으로부터 내 의식을 차단할 필요가 있는 나날이다. 그리고 마침,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옵션이 어줍잖게 갖춰졌다. 카메라가 왔고(수리를 보냈었다), 삼각대가 준비되었고(quick release plate를 분실해서 해프닝이 있었다), 조명도 도착했다. 배경으로 사용할 천은 진작에 월마트에서 사다 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통기한을 7년이나 넘겨 버린 120mm 400TX 필름이 있었다. 이 필름은 2010년에 구입 했으니 무려 십년 가까이 냉동실에서 동면을 하고 있었던 필름이다. 제대로 현상이 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십년만에 동작시켜보는 RB67의 조작법도 익힐겸 한번 찍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히 집중해서 신경을 쏟을만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120mm가 6x7 판형에서 몇컷이 나오는지도 헷갈려서 구글에 찾아봐야 할 만큼 생소한 느낌. 심지어 카메라 동작 방법은 메뉴얼을 몇 번 정독 을 하고서야 기억의 저편에서 슬금슬금 기어 올라올 정도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방에 들여 보내고 가장 빛을 차단하기 쉬운 유일한 장소인 안방 화장실에 천을 펴고 삼각대를 놓고 카메라를 붙였다. 원하는 피사체는 아니었으나 아이들 간식으로 사다놓은 사과도 몇 개 냉장고에서 들고 왔다. 타이머로 사용할겸 들고온 휴대폰이 알려주는 시간은 9시. 120mm 필름을 6x7 포맷으로 찍으면 딱 열컷이 나온다. 조명을 조정하고,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다 도 조정하고. 마음에 들면 카메라의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고, 다시 도 조절하는 작업의 수없는 반복. 조명이 설정되고 나면 노출계로 EV값을 재고, 조리개를 조절하고, 타이머 설정하고 찍는는다. 찍고 나면 수첩에 각종 수치와 조명의 위치를 도면으로 그려놓고는 한 컷의 작업을 마무리 한다. 그렇게 열 컷의 촬영. 사진을 모두 찍고 보니 10시 10분이 됐다. 70분이 걸렸으니, 한컷에 7분 정도씩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브라케팅을 했다면 열컷쯤 ...

주말 오후

날이 좋아서 가족들 모두 함께 공원을 가려 했는데 밖에서 점심을 먹고 났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 감기가 다 낫지 않은 막내 때문에 고민끝에 그냥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집에 들여보내고 나는 아파트 수영장의 비치 체어에 누워 책을 읽었다. 지난 두달 동안 다섯권의 책을 읽었고 지금이 여섯권째. 넉달로 기간을 늘리면 열권이 되는데 이중 한 권을 제외하면 전부 SF소설이다. 그냥 머리를 텅 비우고 가볍게 상상속에 빠져서 시간을 때우고 싶어 공상 과학 소설을 읽기로 마음 먹었는데 읽다보니 새삼스럽게 내가 그런 SF소설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가 잘 드는 비치 체어를 골라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한지 30분만에 킨들을 옆에 내려놓고 잠시 졸았다. 아파트 수영장은 삼면이 건물로 둘러쌓여 있어서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았고, 수영장 분수가 들려주는 물 소리와 함께 어울어진 때이른 봄날씨 같은 햇볕은 졸음을 물리치기에 너무 따사로왔다. 안타깝게도 책 속의 주인공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는데 나는 그렇게 햇살 아래에 누워 잠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잠깐 졸다 코 끝을 스치는 찬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내려놨던 킨들을 들고는 한참 더 읽다 집으로 돌아왔다.(주인공은 위기를 무사히 벗어났다) 나중에 집을 사면 반드시 해가 잘 드는 곳에 흔들의자를 놔두리라 - 라는 생각을 하며 집에 와보니 낮잠에서 막 깨어난 막내가 움직이는 소리가 방 안에서 들린다. 막내가 깼으니, 다시금 열심히 닌텐도를 즐길 시간. 조용하게 시간을 즐겼던 주말의 한 때가 이렇게 지나간다.

2019년 새해 소원

2019년은, 지금 당장 행복한 사람들 보다, 앞으로 행복해질 준비가 된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행복해질 준비된 된 사람들이 하나씩 자신의 행복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그 순간을 기뻐하고 만끽했으면 좋겠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