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 구매 후기
킨들을 사고 나서 되찾은 즐거움이 하나 있다. 바로 햇살 좋은 날 창가에 앉아 의자에 푹 파묻혀 책을 읽는 즐거움. 해를 받는 뺨의 따사로운 그 느낌, 그리고 글자와 여백 사이를 오가는 드러내는 밝은-하지만 창틀이 만드는 가는 그림자의 선을 가진- 햇살의 선명함. 지난 수년 대부분의 책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읽다보니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조금 어두운 곳에서 보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 지난 며칠, 창가에 등받이가 머리까지 오는 긴 캠핑용 의자를 펴놓고 밝은 햇살 아래에서 책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책에 파묻혀 살때의 느낌이 되살아 났다. 어렸을때 집에 커다란 흔들 의자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책을 읽을때 사용하는 전용 의자였다. 거실 여닫이 창문(한쪽 벽이 모두 창문인) 바로 옆에 항상 놔두었었는데 항상 거기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날이 따뜻하면 가끔 창문을 열고 의자를 밖으로 꺼내서 마당에 내려놓고 거기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렇게 있으면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옆에 자리를 잡고는 꾸벅꾸벅 졸거나 기분이 더 좋으면 책을 읽는 내 무릎으로 뛰어 올라와 거기에 자리를 잡고는 웅크리고 있곤 했다. 마당에 나와서 책을 읽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었는데 옆에서 귀찮게 구는 강아지와 놀러 가거나, 햇살의 따사로움과 무릎 위의, 내것이 아닌 온기에 노곤해져서 강아지와 함께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그시절의 따뜻했던 기억중 하나.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거의 못박힌듯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조금 전 아내에게 나중에 집을 사게되면 꼭 흔들 의자를 하나 사자고 했다. 이왕 여유로운 삶을 선택했으니, 흔들의자 하나쯤 집에 있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