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음악조차 틀어놓지 않아 들리는 것이라고는 컴퓨터의 팬 돌아가는 소리(평소에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가 유일한 공간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는 것은 마치 깨끗한 도화지에 붓을 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행위다. 한참씩 멈춰 있다가 들리곤 하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퍼져 있는 컴퓨터의 팬 소리 사이로 선을 긋는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정말로 오랫만에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과 여유를 즐기고 있다. 물리적인 '시간' 이 부족해서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은 아닌듯 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종료 시점이 주어져 있는 '여유시간' 은 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앞으로 한시간 동안 하고 싶은 것을 하시오' 라는 말을 듣는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보내게 될 때는 누구나 지속적으로 시계를 쳐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여유로움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내가 한동안 여유를 누리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글을 쓰더라도 몇시까지는 마무리 지어야 하고, 음악을 듣더라도 다음날의 출근을 위해 몇시까지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식의 종료시점이 존재했기에 마음을 비우고 그 순간의 여유를 즐기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설사 휴일이라 할지라도 거실에서 아이를 보는 아내를 외면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애시당초 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순간. 그러한 종료시점으로부터 자유로운 지금, 나는 무척 마음이 여유롭다. 비록 음악을 들을 수도, 차를 한잔 할 수도 없는 여건이지만 지금의 이 여유로움은 그런 보조적인 도구들이 마음의 폭을 넓히는데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증거로 다가올 뿐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마음의 한 귀퉁이나마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돌이켜 보면 박사과정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직장 생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