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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June, 2021

버본 위스키 그리고 비 내리는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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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밤 10시 즈음 오늘의 마지막 미팅이 끝났다. 미팅 참석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시간쯤 되면 어지간히 중요한 미팅이 아니고는 집중이 되지 않는다. 가만 보면, 컨퍼런스 콜에서 나한테 필요한 이야기만 골라 듣는 솜씨만 자꾸 늘어 가는 듯. 그리고 그마저도 이 시간이 되면, 잘 들리지 않는다. 체력의 한계랄까. 어쨌든... 오늘의 모든 미팅은 조금 전 끝났다. 만세. 미팅을 마치고 난 뒤 메일을 정리해서 보낼 것들 마지막으로 보내고 베이스먼트에서 올라오다 세탁실에 들려 세탁기를 돌리고 부엌으로 와서 저녁 식사 뒤 쌓인 설겆이 거리를 정리해서 식기 세척기에 넣었다. 아내는 먼저 잠들었는지 조용하다. 요즘 피곤하다며 일찍 잠들곤 하는데 괜시리 깨울까 걱정돼 혹시라도 잠들었나 살피러 올라가보기 애매하다. 어차피 세탁기가 다 돌고 나면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돌려놓는 것 까지는 해야 해서 그 때까지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 크롬북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한쌍의 자석처럼, 위스키 잔도 함께.  버본 위스키를 한잔, 과하지 않게 따라서 불 꺼진 다이닝룸에 앉았다. 버본은 내 취향은 아니다. 미국에 살고 있으니 캔터키 버본을 마셔주는게 도리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예전에 했었는데 버본 특유의 달콤하고 스파이시한 맛은 좋아하기 어렵다. 하지만 버본 위스키의 진한 색은 참 매력있다. 특히 이렇게 적당히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라면 바라보는 것 만으로 분위기에 취할만큼. 어쩌면 그래서 매번 괜히 샀다고 후회하면서도 버본 위스키를 한병씩 집어 오는지도. 위스키만큼 분위기로 마시는 술도 없으니까. 하지만 한모금 머금은 지금은 여전히 후회가 된다. 괜히 샀다고. 다음엔 꼭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들고 와야지 하는 별 의미 없는 다짐을 한다.  오늘 밤부터 시작해서 일요일까지 줄기차게 내린다고 예보되어 있는 비는 조금 전 그 시작을 알렸다. 다이닝룸의 창문을 열었더니 훅 들어오는 습하고 더운 공기와 함께 불규칙적인 비소리가 창문...

Summer va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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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주일간 여름 휴가를 냈다. 아내는 꼼짝 못하고 일을 해야 하고 아이들 역시 Summer camp가 한창일때라 어딘가 멀리  놀러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 역시 어딘가 멀리 다녀오고 싶다는 욕구가 활활 타오르는 상태도 아니라서 어딘가 가야 한다는 고민을 하지는 않았지만서도. 여건이 이렇다 보니 일주일간 집안 일을 좀 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책도 읽고, 운동 하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 지금 마음 같아서는 자전거를 좀 타지 않을까 싶지만.. 아내가 bike packing은 허락하지 않아 매번 당일치기로 어딘가를 다녀와야 하는데 최소한 다음 여섯개 코스를 모두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되어 있어 도전적인 목표가 될 것 같기는 한데.. 하는데까지 한번 해보자.    1. Bedminster Gravel with Hacklebarney climb: 31.74 mi (Gavel) 2. Buttermilk falls cycling loop: 29.23 mi (Road) 3. Blairstown - Walpack cycling: 39.79 mi (Road) 4. Walkill Valley Rail Trails: 37.77 mi (Gravel) 5. Sandy Hook - Long Branch Beach: 63.48 mi (Road) 6. Hudson River Cycling: 33.84 mi (Road)

Super moon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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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올해의 마지막 Super moon 이었다. 어쩐지 지난 며칠 달이 유난스럽게 크더라니.  아이들하고 관찰하기로 했는데 나무에 가려서 집에서는 잘 안보여서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집 근처 공원으로 가서 달구경을 했다. 아이들은 잠깐 구경하고는 자기들끼리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 놀았고 어른들만 달을 바라봤다.  뭔가 소원을 빌기는 조금 유치하고... 해서 그냥 조용히 커다랗게 밝게 빛나는 달을 보기만 했는데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조용하고, 차분한 시간. (술래잡기 하는 아이들은 예외였지만..)  정말 아이들 독립하고 나면 멀리 외곽으로 나가서 조용하게 살아야겠다. 

Livingston loop 2021년 기록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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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후 자전거를 끌고 나와 Livingston loop을 한바퀴 돌고 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온에 구름이 적어 햇살마저 좋은, 한마디로 운동하기 정말 좋은 날씨였기에 그냥 바라보면서 넘길 수가 없었다. 이런 날씨에 멀리 나가 그래블 코스를 흙먼지 날리며 달리면 바랄게 없었겠지만 평일에는 바랄 수 없는 일이고.. 해서 늘 이용하는 집 근처 Livingston loop을 달렸다.  달리면서 첫 5마일 기록을 보고 생각했다. 오늘, 기록 세울지도 모르겠는데? 첫 5마일 기록이 최근 본 적 없는 시간대가 나온 것. 16분대 중반. 경험상 항상 첫 5마일 기록이 일종의 지표처럼 동작했다. 비교해 본 적은 없지만 첫5마일 기록과 전체 17마일 기록에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그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라이딩을 마치고 확인한 기록은 일단 2021년 기록.  날이 더워지면서 확실히 기록이 좋아지는 추세다. 1시간 1분 안쪽으로 들어온 기록을 보며 약간은 짜릿한 흥분도 느꼈고. 은근 작년 여름에 세운 course record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싶어서 확인해 봤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달렸는데도 아니라면 작년엔 얼마나 잘 달린거지? 싶어서 구체적인 기록을 봤는데... 확실히 작년 늦여름의 페이스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어제 내 기록이 1시간 7초 였는데 작년 기록은 59분 28초였으니까 30초 이상 차이가 난다. 5마일마다 10초씩 더 줄여야 달성 가능한데... 쉽지 않겠다 싶다.  그래도 정신없이 달렸고 1000칼로리 가까이 도로에 쏟아붓고 났더니 오늘 아침까지 컨디션은 좋다. 좀 더 자주 달렸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작년처럼 시간이 나지는 않는다. 아쉽다면 아쉽지만.. 일이 많아지는게 나쁜 건 아니니까 이 정도에서 만족. 

About this blog 페이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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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 구독을 어떻게  하는지, 댓글은 어떻게 다는지에 대한 문의가 활동중인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지난 몇달 간혹 들어오고는 해서 안내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블로그 좌측 상단 (모바일에서는 pull down menu) 을 보면 About this blog 라는 페이지 링크를 삽입해 두었습니다. 여기에 블로그에 대해 아주 간단한 설명을 추가해 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전에 공지한대로 구글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 이메일을 통한 구독은 7월부터 중지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참 유감입니다.

벌써 3년 혹은 이제 겨우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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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이민자로 맞이한 첫 아침 사진 2018년 6월 22일로부터 3년이 됐다.  갑작스럽게 건강에 문제가 생긴 막내와, 막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곁에서 돌보기 위해 함께 한국에 남은 아내를 두고 나와 첫째 둘째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게 2018년 6/21일. 해가 떨어진 뒤에 간신히 숙소를 찾아가 골아 떨어졌다가 다음날인 6월 22일 새벽같이 눈을 떴다. 그렇게 맞이한 미국에서의 첫번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 붙어 있는 창문과 블라인드가 시야에 들어왔고 잠시 그대로 누워 응시하다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밝아오는 창문과 아직 어두 컴컴한 방 천장을 보면서 마치 한칸한칸 계단을 밟아 오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던져지는 내 삶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던져지는게 아니라 뛰어드는 거였지만.  수없이 다녔던 미국 출장 덕분에 미국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내게 특별한 경험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잠시 머무는 입장으로 방문한 것과 정착을 하기 위해 방문해서 맞이하는 아침은 정말 색달랐다. 일단은 1년쯤 쉬면서 몸건강, 마음건강을 되찾고 생각해 보자는 생각으로 넘어오기는 했지만 가장인 내가 고정 수입원이 없다는 사실은 랜딩 첫날부터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고정된 수입원도 있고 어느 정도 정착도 했으니 훨씬 나은 상황인 것 같지만... 요즘 드는 기분으로는 잘 모르겠다.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지인들과 공교롭게 지난 1주일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연락이 됐다. 전직장에서 함께 고생하다 같은 시기 이민을 와 타주에 살고 있는 동료와 서로의 미국삶이 어떤지 한참 이야기 했고 한국에 남아 있는 친구, 동료들과도 이래저래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는 내가 이민을 가서 한국에서보다 더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부럽다고. 그들의 관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서 '삶'이라는 것에 대해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국에 와서...

Zoom play

요즘 부쩍 코딩에 자신감이 생긴 첫째가 친구들과 함께 Zoom 그룹을 만들어 scratch coding play를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래 있는 그룹에 첫째가 참여한 것. 어른들의 개입 없이 자기들끼리 게임을 만드는 그룹이다. 작년에 한번 잠깐 초대를 받아 참석했던 적은 있는데 이후 별 말이 없다 최근에 생각이 바뀌어서 오늘부터 참석하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의 나이는 다양한데, 3학년부터 5학년까지 분포되어 있다. 내게는 신기한 조합인데... 어쨌든 한국 같으면 같이 어울리기 어려운 나이 분포지만 여기서는 나이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잘 어울린다. 심지어 사람들을 모으고 그룹을 만들어서 PM 역할을 하는 아이와, 미팅 호스트를 하면서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가장 어린 3학년들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이 그룹을 리딩하는 것에 대해 첫째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는데, 아이는 그걸 상하관계가 아닌 역할이 서로 다른 수평 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저 아이는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나는 코딩을 주로 하고.. 와 같이. 오히려 자기는 저런거 귀찮아서 싫고 코딩만 신경쓰고 싶은데 그 귀찮은 걸 해주니 좋다는 식. 나는 무심코 상하관계.. 지시하고 수행하는 관계로 받아들였는데 입 밖에 내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  특히 미팅 호스트 역할을 하는 3학년 짜리 여학생은 보고 있자면 우리 회사로 데려와서 프로젝트 매지니먼트 팀에 인턴으로 합류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한다. 공동 프로젝트 기능이 없는 스크래치를 이용하는 탓에 한명이 작업한 걸 다른 사람들이 리뷰하기가 좀 번거로운데 Zoom의 화면 공유 기능을 번갈아가며 서로 사용해서 자기 코드를 보여주고 토론하면서 어찌어찌 해 가는데 속도는 느리지만 급할 것 없는 프로젝트라 다들 즐겁게 한다.  지켜보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두가지 있는데,  첫째는 이 그룹의 실질적인 수석 개발자 역할을 하는 아이는 발달 장애가 있다. 신체를 움직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

여름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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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제 짝을 짓고, 둥지를 지어 새끼를 기를 테니 이처럼 소란스러운 아침 소리는 잦아들겠지. 사실 아무리 모닝콜 알람을 좋은 음악으로 해놓아도 이렇게 새가 직접 지저귀는 소리와는 다르다. 이런 소리가 점차 줄어들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어쨌든 새들의 짝짓기가 절정인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얼마 뒤면 반딧불이들이 찾아오겠지. 여름이구나.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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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으로 나가서 잔디밭 위를 거닐며 둘러보고는 한다.  사실 내가 사는 이 집에 딸린 이 공간을 한국어로 마당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하다. 한국어에서 말하는 마당 은, 주택에 딸린, 풀이 나 있지 않은 깨끗하고 단단하게 다져진 흙바닥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말한다. 그리고 울타리 안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누군가를 맞이하는 교류의 장이고 대화의 장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한국 주택에서는 대문을 지나 대청마루에 이르는 그 넓은 마당이 외부에서 찾아온 이를 맞이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 교류의 장소가 '선'이 아닌 '면'이라는 의미로 해석도 가능하다. 큰 잔치가 벌어지면 앞마당에 판을 벌려놓고 손님을 대접하기도 하는데 결국 앞마당은 담장 안에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교류의 공간이자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마당이라는 개념은 개인 주택뿐만 아니라 관청에도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어(심지어 궁궐까지) 한국의 모든 만남과 교류의 장은 선이 아닌 면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마당극', '마당놀이' 와 같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공연의 이름에도 쓰이며 단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형이상학적인 공간 또는 상황을 지칭할 때도 마당이라는 단어를 채용한다. (지금 이 마당 에 그거 따지게 생겼어?/ 마당 벌어졌는데 솔뿌리 걱정할래?) 심지어 외부 손님이 없더라도, 가족끼리 무언가를 할 때도 뒷마당 보다는 앞마당에서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주택도 수도부터 개집까지 모든게 앞마당에 있었다. 미국 주택의 front yard는 이와 다르다. 한국과 달리 흙이 아닌 잔디로 덮여 있으며 만남이나 교류의 공간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집을 찾아갈 때는 보통 마당을 지나쳐서 주택의 현관으로 바로 직행한다. 방문자와의 대화는 현관에서 이루어진다. 이처럼 면이 아닌 '선'을 사이에 놓고 하는 그 교류가 대부분의 미국 주택이 현관에 투명한 이중문을 가...

Project Hail 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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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션을 쓴 작가 앤디 위어의 신작, Project Hail Mary 마션이 공상 '과학' 소설이었다면 이번 신작은 '공상' 과학 소설로 읽힌다. 어떤 면에서는 스페이스 오디세이류에 더 가까운. 마션이 지금 당장 가능한.. 그럴듯 한 과학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면 프로젝트 헤일 메리는 소재는 현대 과학에서 가져왔으나 전개 과정이 말 그대로 공상과학 소설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소재 자체가 지나치게 현대물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읽힐까 의문이 든다. 물리학을 공부한 입장에서는 즐겁게 읽고 있지만, 쌍생성(pair production)이나 중성미자(neutrino) 등의 소재를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아니면 아예 어려운 소재를 가져다 써서 실제 물리학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일반인들이 '뭔가 대단한거구나. 이럴 수도 있나보지' 라고 생각하기를 바란건지. 쓰다보니 더글라스 리차드의 Split second 가 떠오른다. 어려운 현대물리 개념을 소재로 쓰인 '공상' 과학 소설. 어쨌든 재미있게 읽고는 있지만 마션 정도의 작품은 분명 아닌 듯 싶다. 

이웃 공동체

남에게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첫째가 미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맞든 틀리든 자꾸 말을 해야 영어도 늘고 친구도 생기는 법인데, 본인이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에 말을 안하려 들고.. 그러다 보니 친구도 쉽게 사귀지 못하고 있는 중.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지 3년이나 됐으니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와 질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입을 떼기 어려워 한다. 이게 성격이라 어떻게 내가 가르쳐서 바뀔 부분이 아니다. 어떻게 이걸 도와줘야 하나 긴 시간 고민중인데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매일 저녁 내가 writing을 봐주고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고 튜터를 붙여 주자니 단순히 학습이나 영어의 문제라기 보다는 또래와 어울리는 사교의 문제도 섞여 있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웃들과 이런 고민을 공유한 직후에 갑자기 도움의 손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가까이 지내는 한 이웃의 첫째가 대단히 활동적인 8학년 남학생인데 자기가 아이의 멘토가 되어 주겠다며 나서서 매주 주말 오후 그 집으로 첫째를 보내서 함께 골프를 치게 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냥 그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항상 첫째로서 부담을 느끼며 지내야 했던 아이였는데,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형이 골프도 가르쳐주고, 또 둘 다 수영을 하는 덕에 수영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아니면 같이 게임을 하면서 몸으로 어울리다 보니 그 시간이 무척 즐거운 듯 했다. 다녀오면 표정이 확연하게 밝다. 여기에 더해서 가까이에 사는 다른 이웃의 10학년 여학생이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일주일에 두번씩 쓰기와 말하기를 봐주겠다고 했는데 마침 그 집 둘째가 우리집 둘째와 같은 반이라 겸사겸사 둘째는 친구 만나서 놀고 첫째는 공부 잘 하는 누나에게 수업을 받게 됐다. 튜터 비용을 이야기 하니 그 집 엄마가 극구 사양한다. 자기 아이도 처음 누군가를 가르쳐 보는거라 받지 않겠다고.  그 두 집 아이들도, 우리집 아이들도 서로를 안다. 누가 어느집 살고, 누구 형이고, 누구 동생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