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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September, 2021

첫째와의 대화

어제 밤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다는 첫째에게 먹을걸 챙겨주고 다이닝룸 테이블에 둘이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한시간 넘게 했다. 요즘 듣는 수업과 학교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이야기도 했고 미래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내가 하는 일에 아이가 많은 질문을 해서 그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고. 내 기억에 아빠의 일에 대해 아이가 그렇게까지 상세하게 물어본건 어제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중학생이 된 첫째는 이제 외교/정치적인 부분도 기본적이나마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고 과학 지식도 제법 폭넓게 쌓고 있어서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대화가 가능하다. 아이의 논리에서 유튜버들의 흔적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 또한 지금 세대 아이들이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일것이기에 별 말 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균형감을 찾아주는게 부모와 교육기관의 새로운 의무겠지. 늦은 밤, 아이와 주전부리 먹어가며(나는 위스키도 한잔) 각자의 세상 사는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 하는게 그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전에는 미처 몰랐다. 아이가 벌써 이만큼 자랐다는 사실도 새로이 깨달았고. 이렇게 아이는 자라고 나는 늙는구나.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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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바라봤던 하늘이 생각나는 날이 있다.  특히 미국으로 나오기 직전 얼마간 살았던 동네는 아직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덕분에 하늘을 보기 좋은 곳들이 많았다. 간혹 가족들과 저녁을 사먹으러 동네 식당으로 걸어가거나 걸어올때면 멀리 보이는, 먼저 개발된 동네의 높은 아파트 단지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펼쳐져서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짙푸른 밤하늘을 좋아하는 내게 그 동네의 하늘은 내가 원하는 그런 하늘을 종종 보여주곤 했다. 추운 겨울밤, 길을 걸으며 하늘을 바라볼 때면 어둠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하얗게 사라지는 숨결은 군청색 밤하늘로 떠올랐다.  뉴스를 보면 지금은 백화점도 들어서고, 기차역도 들어서고, 호수공원도 완성됐고, 수많은 아파트 단지도 함께 들어섰다니 이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도 똑같은 하늘을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호수 공원은 좀 궁금하긴 하다. 거기 사는 동안은 계속 땅파느라 흙먼지 날리는 것만 봤었는데.) 저런 하늘을 멀리 두고 장난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뒤를 따라 아내와 손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그 길은 겨울임에도 따뜻했고 참 푸근했다. 집에서 바라보는 밤하늘도 멋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대가 높고 고층 아파트였던 탓에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보면 마치 높은 산에 올라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아내 말에 따르면 특히 저녁해가 넘어가고 노을이 펼쳐지면 장관이었다는데 나는 멋지게 펼쳐진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국에 계속 살았으면 아직도 그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을까? 아마 그렇겠지? 딱히 이사를 가야할 이유는 없었으니.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립지는 않은데, 살았던 아파트와 동네는 그립다. 그리고 무엇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던 그 밤하늘이 그립다. 

Over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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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양자역학 숙제 하던 날이었다. 자정 무렵이었고. quantum entanglement 문제를 풀다 펜을 집어 던지고 도서관 천장을 쳐다보고 있던 내게 옆자리에서 공부하던 누군가가 말했다.   "술 마시러 가자." 1초도 고민 안하고 다 싸짊어지고 학교 앞 76ers 라는 웨스턴바를 찾았다. 기억에 네명이 같이 갔는데 거기 앉은게 아마 새벽 한시 였고 이후 두시간 넘게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했다. 그 때 바에서 흘러나온 곡이 Over the rainbow였다. 그 노래를 들으며 무지개에서 색분리가 일어나는 걸 텐서(...이게 맞나? 가물가물) 를 써서 풀어 보겠다고 했던 녀석이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난다. 그냥 다 같이 욕을 했던 기억만 남아 있을 뿐.  다들 취했었고, 나도 취했었다. 취했든 안취했든 어쨌든 20년도 더 전 일 아닌가. 기억 안나는게 당연할지도. 어쨌든 그 일 덕분에 내게 over the rainbow 는 양자역학이 생각나는 노래다 . 조합이 어색하긴 하지만 , 뭐 어때 .     UPDATE 9/22: 페이스북에 이 내용을 올렸고 이 때 문제 풀겠다고 했던 녀석이 누군지 찾아냈다.(텐서를 이용하겠다는 말은 안했다나)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멤버 한명도. 이 날 술취해서 문제 푼다고 시끌벅적한 우리에게 76ers 사장님이 로또를 한장씩 사서 나눠주기도 했다고. 기억에 없는걸 보면 난 그때쯤 만취했던 것 같다. 어쨌든 20년전 기억. 다들 기억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른데 신기하게도 Over the rainbow가 그날 바에서 흘러 나왔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 

Gate of Heaven Catholic church in 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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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여행중 주일 아침에 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았던 성당, Gate of Heaven. 지금껏 가본 성당중 가장 웅장한 성당은 아니지만(오히려 거리가 멀지만) 외부의 예쁜 건축 양식과 내부의 장엄한 분위기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단지 건물만 보고 이 성당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성당은 이곳이 처음.  미사를 보고 나오면서 아내가 사진을 찍는데 지나가던 어떤 분이 "우리 성당 정말 예쁘지?" 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100% 그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난다. 보스턴 마음에 든다. 예쁜 성당도 있고, 음식도 맛있고. :-)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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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출장차 보스턴에 왔다.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나는 컨벤션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내와 아이들은 보스턴을 돌아다니며 관광 예정.  5년만에 다시 방문한 도시인데 느낌이 참 다르다. 전에는 고풍스럽다고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냥 복잡하고 낡았다는 느낌. 확실히 뉴저지 시골에서 살고 있는 티가 난다.  그래도 대학 도시 답게 젊은이들이 강변에서 달리기 하는 모습은 여전히 많이 보이고 덕분에 활기가 넘친다. 우리동네 공원은 전부 어르신들인데. ^^

피자 vs 맥북

맥북을 주문하고 이메일로 주문 확인서를 받고 나서 30분.  집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서 애플에서 쇼핑백에 넣어서 내 맥북을 가져다 줬다는 전화가 왔다.  피자도 주문하면 30분은 최소 기다려야 하는 이 나라에서 맥북이 30분만에 오다니. 공산품 이라고는 하지만 놀랍다. 물류 회전이 잘 되는 것인지 수요 예측이 잘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빠르니 좋네. 퇴근 후 셋업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윈도우즈 랩탑과 크롬북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맥 키보드의 느낌과 터치 패드가 영 어색하다. (특히 가볍게 터치하는 걸로 클릭이 되지 않고 꼭 힘주어 딸깍 하고 눌러야 클릭이 되는 건 불편...) 7년만에 다시 접한 맥 시스템인데 이것도 예전에 사용했던 G5 아이맥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Bach Suite for Solo 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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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의 엔딩신에서 인상 깊게 듣고 이후 종종 찾아듣는 Bach suite for solo Cello. 이 장면을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첼로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Labor day, 조용한 휴일 아침. 커피 한잔 마시며 듣고 있자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