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황사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는 희뿌연 대기속에 가라앉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나를 제외한 누구도 아직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실은 나 혼자 뿐이고 덕분에 iTunes radio 의 country music channel 을 틀어놓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연구실에 혼자 있으면서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물론 그것이 밤샘을 해야해서 새벽에 혼자 있는 경우는 제외되어야 겠지만. 최근 10년 정도를 곰곰히 곰곰이 뒤돌아 보면 남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을 피곤해 하는 이중적인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하고도 이야기 할 필요 없는, 글을 쓰든 사색을 즐기든 나 혼자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시간/공간에 대한 애착이 커지는 것이겠지. 그래서일까? 도보여행에 대한 미련이 점차 커지고 있다. 모든 문명의 이기를 벗어던지고 배낭 짊어지고 신발끈 질끈 동여맨 다음, 며칠간 비와 바람과 햇살을 맞아가며 어디론가 걷고 싶다. 이십대 중반에 겪었던 그 도보여행의 후유증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