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의 환의
어제 아침에 왕십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변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한양대역을 벗어나는 순간 지하철은 땅 밖으로 나온다. 땅밑으로 지나다니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나이기에 이 순간의 기분이라는 것은 크지는 않지만 무척 반가운, 그런 기분이다. 그리고 어제역시 그런 기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그 햇살이 너무나 강렬해서 잠시 눈을 찌푸려야 했다는 것. 그 햇살은 마치 ‘선물’ 같았다. 하루키의 장편소설 ‘태엽감는 새’에 나오는, 우물을 비추는 10초가량의 햇살처럼, 내 전신을 따뜻하게 휘감으며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마치 마미야 중위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눈을 감고 그 햇살의 강렬함을 온몸으로 느껴보려 했다. 하지만 강렬하다란 느낌은 언제나 처음 찾아왔을때에만 허락되는 것이기에 고작해야 10여초가 흐른 후에는 그 햇살에 익숙해져 버린 날 찾을 수 있었다. BWV 1060-alegro에서 찾을 수 있는 환희. 그리고 정말로 짧은 허락. 문득 쇼팽의 nocturns가 듣고 싶어졌다.